류영철 행복나눔협동조합대표이사

나의 일상은 다람쥐 쳇바퀴처럼 돌아간다. 오전 5시에 일어나면 바로 교회로 달려가 새벽기도를 시작한다. 2시간 후 집으로 돌아오면 오전에는 운동 또는 악기 연습, 오후에는 강의, 그리고 저녁에는 휴식과 함께 틈새를 이용한 독서나 글쓰기 등을 마치면 거의 밤 12시가 된다.

이런 일정에 예기치 않은 일이 끼어들면 일상 일들이 뒤죽박죽이 되어 하루가 혼란스럽다. 그런 날은 부득이 밤 시간을 이용해 가경천변에서 걷기 운동을 한다. 운동량은 헬스장보다 좀 줄어들지 모르지만 지나온 하루를 생각해 보기도 하고, 골치 아픈 일들을 재정리하는 시간으로는 그만이다.

어제는 오랜만에 늦은 밤 가경천변에서 운동을 했다. 요사이 나를 바쁘게 했던 일에 대해 깊은 생각을 하면서 걷다가 가까운 거리에서 가경천을 바라보니 상류 쪽에서 무슨 공사를 하는지 가경천은 흙탕물이다. “어허 이러다가 물고기들이 다 죽는 것은 아닌가?”라는 괜한 걱정을 해 본다.

밝은 가로등 속에는 며칠 전 내린 봄비로 살구나무 가지마다 꽃망울 터뜨릴 준비가 한참이다. 그런데 고수부지에 자리 잡는 갈대는 자기들끼리 바싹 마른 몸을 비비며 “새각 새각” 소리를 내며 서 있는 것이 아닌가! “너희는 봄이 오는 것이 오히려 두려울 수도 있겠구나. 마치 졸업을 앞둔 대학생처럼.”

“여러분 첫 강의 때 말했던 청년실업률이 2달 사이에 9.5%에서 12.5%가 됐다고 합니다. 사실 제가 느끼는 정도는 30%가 넘고 있습니다. 아마 여러분이 느끼는 체감률은 그보다도 훨씬 더 높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사실, 이런 결과에 대한 책임은 당연히 저와 같은 기성세대라고 생각합니다. 일생 중 가장 꿈이 많고 희망 속에서 공부해야 할 여러분을 ‘7포세대’니 ‘N포세대’로 내몰고 있는 우리 기성세대가 정말 한심한 세대입니다.”

근래 들어 대한민국의 현실은 참 암담하기만 하다. 하루 종일 선거꾼들은 무슨 당이다, 무슨 파다하며 싸우기 일쑤고, 정부의 청년 실업정책이래야 몇 년 전부터 내놓았던 정책을 포장지만 바꾸어 내어 놓으니 식상한 정책이 대부분이다. 도대체 그들은 자기들이 대한민국의 꿈돌이들을 어떤 곳으로 내몰고 있는지 생각이나 하는지….

“여러분, 여러분의 얼굴을 보면 봄을 맞이하기 전 바싹 마른 갈대와 같다는 생각을 해 봅니다. 겨우 내내 살을 에는 바람에 수분이라고는 하나도 없이 모두 빼앗기고는 봄을 기다리는 갈대, 그러나 여러분을 맞이하는 것은 따뜻한 봄바람이 아니라 아직도 동토의 땅입니다. 그래서 여러분은 밤새 “새각 새각”하며 서로의 몸을 부딪치며 울고 있는 것입니다. 그 소리를 듣고 있는 저도 가슴이 아픕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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