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병연 전 청주예총 부회장

40여년을 교단에서 봉직하다 퇴직한 전직 여교사가 요즈음은 하루하루를 테니스에 열중하며 지낸다며 체험담을 들려주었다. 자기는 학창시절부터 운동과는 담을 쌓고 지냈으며, 테니스 같은 것에는 전혀 관심이 없었다고 한다. 

그런데 현직에 재직할 때 교육부 지정 연구학교에 근무하면서 아주 소중한 체험을 했다고 한다. 연구학교로 지정받고 보니까 아무도 연구학교 업무를 맡으려는 사람이 없었다고 한다. 그러던 어느날 교장선생님으로 부터 ‘제발 간청합니다!’라고 사정을 하기에 그냥 교장실을 나온 것이 그렇게도 화근(?)이 될 줄은 몰랐다고 한다.

평소 남이 사정을 하면 박절하게 거절 못하는 성미라서 엉겁결에 맡은 업무였지만, 너무 힘들었다고 한다. ‘이러다가는 죽겠다!’싶어서 돌파구를 궁리하던 중 생각난 것이 테니스였다. 마침 그 학교에는 테니스부가 있었는데, 테니스코치에게 사정해 매일 30분간 레슨을 받기로 했다. 공치는 그 맛에 모든 스트레스가 한꺼번에 날려버리더니, 나중에는 공과 하나가 되고 거기에 몰입하게 되더라는 것이다. 그때 그녀는 ‘진정한 행복이란 무엇인가?’를 어렴풋이 알 것 같았다고 한다

그러고 보니 시카고대학 미하이 교수가 저술한 ‘몰입의 즐거움’이라는 책을 읽은 생각이 난다. 인간은 고대부터 지금까지 행복해지는 방법에 대해 탐구해 왔다. 인간의 역사는 행복추구의 역사라고 할 수 있겠다. 현재는 어떤가? 문명의 발달로 물질적인 풍요를 누리고는 있지만 현재도 행복하지는 않다고 한다. 언제 행복을 느낄 수 있는가? 그는 ‘몰입(Flow)’이라고 했다. 인간이 가장 행복할 때는 어떤 일에 ‘몰입’하는 것이다. 물아일체, 무아지경, 황홀경 등과 비슷하다고 할 수 있다. 인생에서 행복감을 느끼기 위해서는 삶의 순간순간 ‘몰입’이 필요하다. 몰입하지 않고 맛보는 행복은 외부적인 상황에 대한 의존도가 높다. 반면에 몰입에 의해 오는 행복은 스스로의 힘으로 만든 내적인 것이므로 더 값지다. 명확한 목표가 있고 효과를 곧바로 확인할 수 있으며, 자신의 능력에 적당한 과제를 수행할 때 우리는 몰입을 통해 삶의 질을 높일 수 있다고 한다.

행복하기 위해서는 물질적 풍요, 관계적 풍요, 영적 풍요, 지적 풍요, 육체적 풍요가 조화를 이루어야 한다. 몰입의 즐거움은 내적 자아를 깨닫게 하고 참된 삶의 가치를 발견하게 한다. 그리고 한 차원이 다른 지혜의 깨달음을 통해 모든 풍요가 조화를 이룬 가운데 진정한 행복을 만들어 갈 수 있게 된다.

‘알파고와 이세돌’때문에 바둑이 화제의 중심으로 떠오르고 있다. 자녀들에게 바둑을 가르치겠다는 학부모들이 많아졌다고 한다. 필자도 한 때는 바둑 심취해 밤을 새운 적이 여러번 있었다. 거기에 몰입해 무아지경까지도 경험적이 여러번 있었다. 그 만큼 바둑은 정신집중에 좋은 것은 확실하다. 흔히들 바둑을 ‘신선놀음에 도끼자루 썩는다’고 비유한다.

우리들은 하루하루 경험 속에서 살아가고 있으며, 하루하루의 경험이 우리들을 만든다. 경험은 시간 속에 존재하며 그 순간에 필요한 것은 몰입뿐이다. 모든 경험은 몰입에 의해 아름다워질 수 있다.  몰입 안에서 새로운 것을 찾고 창조할 수 있다. 몰입의 경험은 우리들과 우주의 미래를 엮어가는 징검다리가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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