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복흠 충북문화유산지킴이 대표

부처님 경전 중에 불설비유경에 나오는 비유담으로 ‘안수정등’ 설화는 눈앞의 욕망에 탐닉하는 인간의 삶을 비유하고 있다.

옛날에 어떤 나그네가 광야를 헤매고 있었다. 그때 크고 사나운 코끼리가 나그네를 쫓아오자 두려움을 느낀 나그네는 황급히 달아나게 됐다. 한참을 달아나다가 언덕위에 있는 우물을 발견하고 다가가니 우물과 연결된 나무뿌리가 하나 있는 것을 보고 곧 나무뿌리를 잡고 우물 속으로 숨게 됐다. 숨을 돌리고 위를 쳐다보니 코끼리가 나그네를 쳐다보고 있고, 그가 매달려 있는 나무뿌리를 흰 쥐와 검은 쥐가 번갈아 가며 이빨로 갉아 먹고 있었다. 그리고 눈을 돌려 우물의 사방을 보니 우물의 네 벽에는 네 마리 독사가 있어 나그네를 물려고 한다.

또한 이 우물 밑에는 큰 독룡이 살고 있어 시뻘건 잎을 벌리고 나그네가 내려오기만을 기다리고 있었다. 위에는 코끼리 옆에는 독사가 아래에는 독룡이 있어 무서움에 떨게 되었다.

그때 문득 나그네는 달콤한 뭔가가 떨어져 내리는 것을 느껴 위를 보니 나무에 매달려 있던 벌집에서 달콤한 꿀물이 떨어지는 것이었다. 나그네는 잠시 두려움도 잊은 채 꿀물이 주는 달콤한 환상에 빠져들게 되었다. 하지만 들판에서 불이나 나무를 태우려 하고 있고 흔들리는 벌집에서는 벌이 떨어져 나그네에게 다가서고 있다. 이 설화에서는 탐진치 삼독에 빠져 탐욕을 삶의 기쁨으로 여기는 중생들을 향한 가르침인 것이다. 이 비유에 나오는 광야는 끝없는 무명, 코끼리는 세월의 무상함, 우물은 생사, 언덕의 나무뿌리는 목숨, 검은 쥐와 흰 쥐 두 마리는 밤과 낮, 나무뿌리를 갉는 것은 줄어드는 목숨, 네 마리 독사는 지수화풍의 사대, 꿀은 욕망과 쾌락, 벌은 삿된 소견, 불은 늙음과 병, 독룡은 죽음을 비유한 것이다.

요즈음 총선을 앞두고 정당 간 설전이 치열하고 후보자간 막판 경합이 달아오르고 있다. 당내 경선이 치열하고 탈락한 후보 중 상당수는 탈당하여 무소속으로 출마한다고 한다. 일반인들이 모르는 계파 간 싸움은 종편에서 매일 다루어 정치를 모르는 일반인들에게까지 알려진다.

정치지도자들은 국정을 이끌어 가는 사람들이다. 본인 혼자 잘 살고자하거나 혼자만의 욕망과 쾌락을 위하여 정치 지도자의 길로 나서고자 하는 사람은 없다. 하지만 정치를 하면 할수록 국가보다 개인의 영달을 우선시하는 경우가 많다. 불교에서는 위대한 통치자를 전륜성왕이라 한다. 대중들의 의견을 존중하고 공론의 정치를 이끌어내며 법과 도덕으로 나라를 다스려 사람들에게 안락을 주는 왕을 말한다.

오늘날 복잡하고 어려운 듯한 세상 살아가는 문제도 결국은 사람이 살기 좋은 세상을 만들기 위함이다. 정치 지도자들도 자신이 가장 적합자임을 내세우며 선거에 임하고 있다. 불교에서 말하는 정치 지도자처럼 이번 선거에서는 탐욕과 개인의 욕심이 국민을 위한 후보자가 선출됐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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