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영선 청주흥덕도서관 사서

“너희 중에 한 사람이 나를 배반할 것이다”라는 말이 떨어지고 난 후 식탁에서 벌어진 열두 제자의 반응을 그린 <최후의 만찬>. 밀라노 산타마리아 델레 그라치에 수도원 성당에 그려진 이 벽화는 레오나르도 다 빈치가 3년에 걸쳐 그린 역작으로, 대부분의 사람들은 익히 이 작품을 알고 있다.

그러나 다빈치가 3년 중 2년 9개월을 식탁위에 놓일 음식과 와인을 고르고 그리는데 사용하였고 단 석 달 만에 인물들을 다 그려 넣어 그림을 완성시켰다는 것을 알고 있는 사람들은 과연 몇이나 될까?

다재다능했던 다빈치가 가장 흥미로워 했고 골몰했던 분야는 다름 아닌 요리였으며 탱크, 낙하산뿐만 아니라 냅킨, 파스타, 포크 또한 발명한 것은 이 책은 세계사에 관심 없는 사람들도 흥미가 동할 만큼 자극적이고 새로운 내용들을 담고 있다.

‘마누라 사려!-18세기 영국의 기상천외한 이혼법, 아내 판매 관습’, ‘피의 여왕, 결혼하다’, ‘또 하나의 천일의 스캔들’ 등 이 책은 차례부터 심상치 않다.

흥미진진한 서두가 책을 펴게 했다면, 작가의 이야기하는 듯한 서술은 책장을 넘기는 데 큰 공헌을 한다.

“역사를 이야기 형식으로 가르친다면 결코 잊히지 않을 것이다” 이 책의 맨 뒷면에 적혀있는 이 글귀는 ‘정글북’의 저자 J.R.키플링이 했던 말로, 나는 이 글귀가 이 책의 장점을 가장 잘 표현해준다고 생각한다. ‘피의 여왕, 결혼하다’의 챕터에서는 영국 최초의 여왕 메리1세를 다룬다. ‘블러디 메리’로 익히 알려져 있는 이 여왕에 대해 작가는 단순히 약 300명의 신도교들을 무자비하게 처형시켜 그러한 별칭을 얻었다는 것뿐만 아니라, 그녀가 독실한 가톨릭 신자였던 것, 즉위 전 영국의 교리가 신교였던 것, 많은 나이와 남편의 냉대 등에 의해 자식이 없어 신도교였던 엘리자베스 1세가 다음 왕위를 물려받을 것을 두려워했던 것 등을 함께 다뤄 좀 더 입체적으로 당시 상황을 볼 수 있게 해준다.

말하기 좋아하는 친구의 이야기를 듣는 것처럼 집중하고 궁금해 하며 책장을 넘기다 보면 어느새 영국의 비슷한 이름을 가진 인물들을 구별할 수 있게 된다.

이 책의 주요 감상평은 ‘재미있다’이다. ‘역사를 재미있게, 가볍고 흥미롭게’다룬 이 책은 차례만 본다면 단순히 세계사의 가십거리들을 모아놓은 듯한 책이지만 흥미로운 기사만 골라 읽게 되는 그런 책이 아닌 하나부터 열까지 탐닉하며 읽고 싶어지는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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