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민경

“중풍으로 쓰러질까봐 무서워요. 예방할 수 있는 좋은 약이나 음식이 있나요?”

뇌졸중(중풍) 증상으로 의심하여 내원하는 환자들로부터 이런 질문을 받을 때마다 “고혈압이나 당뇨, 고지혈증이 있으면 평소에 잘 조절하시는 것이 제일 중요합니다”라는 다소 뻔한(?) 대답을 드리게 된다. 뇌졸중을 예방하기 위해 새로운 것을 시도하기보다는 현재 갖고 있는 위험요인을 잘 조절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는 의미이다.

특히 고혈압은 뇌졸중의 가장 중요한 위험요인으로, 수축기 혈압은 115mmHg 이상에서 20mmHg 증가할 때마다, 이완기 혈압은 75mmHg 이상에서 10mmHg 증가할 때마다 뇌졸중의 발생률이 2배씩 증가한다고 알려져 있다.

2013년 12월 미국의 고혈압 가이드라인인 JNC 8차 보고서가 JNC 7차 보고서 이후 10년 만에 발표되었다. 기존의 JNC 7차에서는 140/90mmHg 이상을 고혈압으로 정의하고 목표 혈압을 일괄적으로 140/90mmHg(단, 당뇨나 만성 신질환이 동반된 경우는 130/80mmHg) 미만으로 설정한 반면, 새로 발표된 JNC 8차에서는 목표 혈압을 60세 이상은 150/90mmHg 미만, 60세 미만은 140/90mmHg 미만, 연령과 상관없이 당뇨나 만성 신질환이 동반된 경우는 140/90mmHg 미만으로 구분하여 설정했다.

소금섭취 제한, 체중감량, 절주, 운동, 식사조절 등 생활요법은 그 자체만으로도 뚜렷한 혈압 강하 효과가 있고, 고혈압 약물을 복용 중인 경우 생활요법을 병행함으로써 약물의 용량 및 개수를 줄이고 효과를 최대화하며 부작용을 줄일 수 있다. 하지만 이러한 생활요법은 지속적으로 유지하기가 어렵고, 최대한 노력하더라도 효과 면에서 한계가 있으므로 필요한 경우 의사 상담을 통해 약물치료를 병행하는 것이 중요하다.

한방에서는 고혈압의 원인을 풍(계절적 요인), 화(스트레스), 허(노령), 담음(비만, 체질적 요인), 어혈(혈액순환 장애) 등으로 보고 한의학적 변증(증상과 징후에 근거하여 병증을 변별하는 진단법)이나 체질에 따라 주로 한약치료, 침치료, 뜸치료를 시행한다.

최근 미국 UC Irvine 연구팀이 전침치료(침에 전기장치를 연결하여 치료전류를 통전함으로써 경혈 자극을 촉진하는 침치료 방법)의 혈압 강하 효과를 발표하였다. 이 연구 결과에 따르면 혈압약을 복용하지 않는 고혈압 환자들 중 8주간 주 1회 수궐음심포경과 족양명위경의 특정 경혈에 전침치료를 받은 그룹은 평균 수축기 혈압과 평균 이완기 혈압이 각각 6mmHg, 4mmHg 하강하였으며 이는 전침치료를 통해 노르에피네프린, 레닌, 알도스테론과 같은 혈압을 상승시키는 호르몬 분비가 저하되었기 때문이라고 분석하였다.

고혈압은 관리하는 과정에서 겪는 불편함에 비해 관리함으로써 얻는 예방적 이득이 훨씬 큰 질병이다. 고혈압이 의심되면 가볍게 여기지 말고 가까운 의료기관을 찾아 전문가와 상담하는 것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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