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 지방하천과 국가하천의 경계, 보강천 합수부(청주시 오창읍 여천리 여천보~오창읍 유리)

▲ 여천리 농수로가 깊어 사람이나 야생동물이 빠질 경우 위험하다. 가림 망이나 계단을 설치해야 한다.

여천보, 수로 통해 오창 주변 평야지대 물 공급 역할

수로서 야생동물 사체 수시로 발견…가림망 등 필요

보강천 합수부부터 국가하천…하천폭 넓어지고 늪 발달

하천은 하천법에 의해 국가하천과 지방하천, 그리고 소하천 정비법에 의한 소하천으로 구분하고 있다. 국가하천은 국토보전상 또는 대한민국 국민 경제상 중요한 하천으로, 몇 가지의 조건 중 하나 이상이 해당되면 국토교통부장관이 국가하천으로 지정해 관리하게 된다. 그 조건이란 유역면적 합계가 50㎢ 이상 200㎢ 미만인 하천, 인구 20만명 이상의 도시를 지나거나 범람구역 안의 인구가 1만명 이상인 지역을 지나는 하천 등으로 국가적 물이용이 이루어지는 하천, 상수원보호구역, 국립공원, 유네스코 생물권 보전지역, 문화재보호구역, 생태·습지보호지역을 지나는 하천 등이다.

지방하천은 지방의 공공이해와 밀접한 관계가 있는 하천으로서 시장 또는 도지사가 그 명칭과 구간을 지정하며, 시장 또는 도지사가 하천을 관리한다. 지방하천을 지정할 때는 국가하천과 연결될 경우 국가하천의 종점과 지방하천의 기점이 일치해야 하며, 지방하천이 다른 지방하천과 연접할 경우 연접하는 다른 지방하천의 기점과 종점이 일치해야 한다.

미호천의 경우 충북 음성군 삼성면 모래내 부터 청주시 오창읍 여천리 보강천 합수부까지는 지방하천으로 분류되며 그 이후 금강 합수부까지는 국가하천으로 지정돼 있다. 보강천 합수부가 지방하천과 국가하천의 경계선인 셈이다.

모래내부터 진천군을 거처 보강천에 이르는 미호천은 구간별 특징이 명확하다. 미호천 최상류인 음성군 구간은 축사와 공장 등으로 인한 오염이 심각하다. 미호천 수질보호를 위해서는 우선적으로 이 구간을 비롯해 상류로 흘러드는 소하천부터 개선해야 한다. 특히 음성군의 경우 하천정비공사가 이루어져 대부분의 구간이 고속도로처럼 직선으로 정비돼 하천의 고유 기능을 상실한 상황이다.

다행스러운 것은 음성군을 지나 진천군으로 넘어오면서 하천 오염은 여전하지만 많은 구간이 정비공사가 이루어지지 않아 자연하천의 모습을 어느 정도 간직하고 있다. 진천읍내를 벗어나 진천군 석탄리와 농다리, 충북학생종합수련원, 은탄리로 이어지는 구간을 최대한 원형 그대로 보전하는 것이 미호천의 유일한 희망이기도 하다.

11월 초순 안개가 자욱한 날 보강천 합수부 바로 위 오창읍 여천리 여천보에서 시작된 답사는 유리까지 짧게 이어졌다. 여천보는 오창읍 주변의 평야지대에 물을 공급하는 역할을 한다. 여천보의 물을 논에 공급하는 농수로가 미호천을 따라 설치돼 있다. 문제는 이 농수로가 너무 깊어 자칫 지나가는 사람들이 빠질 수 있어 위험한데다 고라니 등 야생동물들도 농수로에 들어가면 나올 수 없을 정도다. 미호천과 연계된 주변 논이나 산을 자유롭게 드나들어야 하는 야생동물들이 이 농수로 때문에 소통이 차단되는 것이다. 농수로 안에 중간 중간 계단을 설치하거나 미끄럼틀 같은 경사로를 만들어 줘야 한다.

미호천 지킴이 강전일씨는 “농수로가 깊어 지나가는 어린이들이 빠질 수도 있다. 야생동물들이 빠지면 나올 수 없어 동물의 사체를 수시로 발견한다. 위를 덮는 가림 망을 설치하거나 중간 중간 계단이라도 만들어 줘야 한다”고 말했다. 

미호천 우안을 따라 여천보에서 농수로를 따라가다 보면 미호천 하천둔치로 접근해 풀숲을 헤치면 걸어야 한다. 안개 때문에 이슬이 마르지 않은 오전, 풀숲을 걷느라 일행들의 신발과 바지를 적셔야 했다. 미호천변의 들녘은 추수가 끝났지만 마치 이모작이 가능한 것처럼 벼가 다시 자라고 있었다. 

약 2km를 걸었을 때 여덟 번 째 지천인 보강천과 만나는 합수부에 다다랐다. 오창읍 여천리 합수부는 국가하천답게 강폭이 약 600m에 이르면서 상당히 넓어쳤고 늪지가 아주 발달돼 있다. 합수부 근처에는 중부고속도로 증평IC가 지나고 미호천을 잇는 세월교와 보강천을 잇는 세월교가 놓여 있다.

보강천은 충북 괴산군 소수면과 사리면의 경계에서 발원해 소매저수지를 형성한 후 남서쪽으로 흐르다 증평읍을 관통하고 청주시 북이면 석성리에서 미호천으로 흘러든다. 옛 문헌 ‘신증동국여지승람’(청안)에 따르면 보강천이 ‘반탄천(磻灘川)’으로 등장하는데 “반탄천은 고을 서쪽 27리에 있다. 그 근원이 셋이 있는데, 하나는 진천현 북쪽에서 나왔고, 하나는 음성현 박이현(朴伊峴)에서 나왔으며, 하나는 좌구산에서 나와 청주 오근진으로 들어간다”고 돼 있다. 반탄천이라는 지명은 현재도 반탄교, 반여울교 등의 파생 지명으로 남아 있다. 반탄천이 보강천으로 불리게 된 것은 1927년 조선총독부가 공포한 조선 하천령에 의한 것이다. 그 해에 발행된 ‘조선지형도’에는 ‘보강천’으로 표기돼 있고 이후 현재에 이르기까지 보강천으로 불리고 있다.

합수부 여천리(呂川里)는 하천이 많이 흐르고 평야가 넓은 것이 특징이다. 동쪽에는 보강천과 미호천이 만나며 성암천 줄기가 흐른다. 자연마을로는 상리, 새치마, 새터말, 절골말, 주막거리, 중리, 하리가 있다. 상리는 여천리의 서남쪽에 있는 마을로 위쪽 마을이라 지어진 이름이다. 새터말은 새로 생긴 마을이라 해서 지어진 명칭이고 절골말은 과거에 절이 있던 자리, 주막거리는 과거에 주막이 있었다 해서 붙여진 지명이다. 중리는 여천리의 중간쯤에 있다는 의미로 붙여졌다. 하리는 아래쪽 마을이라는 의미다.

보강천과 만난 미호천은 넓은 하천을 형성하면서 청주시 오창읍 유리를 지나 학소리로 이어진다. 보강천을 기점으로 그동안 길안내를 맡았던 임한빈씨가 답사를 마무리하고 강전일씨가 전숙자씨와 함께 길안내를 하게 된다.

음성군 미이산 발원지부터 보강천에 이르기까지 20회 이상 참여해 길안내를 해준 임한빈씨는 금강유역청에서 진행한 금강지킴이 사업의 초창기 맴버다. 2007년부터 미호천지킴이로 활동하고 있는 미호천유역의 터줏대감인 셈이다. 10여년간 진천군 미호천 유역을 담당하면서 하천순찰은 물론 정화활동을 해 왔으며 주민계도 및 홍보, 교육을 통해 환경지킴이로서의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 특히 임씨는 지역의 단체들과 연대해 미호천 수질개선을 위한 환경정화활동을 꾸준히 실시하고 있으며 밀렵과 불법어획물 등을 발견해 제거하는 등 감시와 재발방지를 위한 노력을 적극적으로 하고 있다.

“오랫동안 미호천유역에서 살다보니 미호천이 삶의 터전이 됐습니다. 미호천이 오염된 모습을 보거나 하천지형이 변형될 때 가장 가슴이 아픕니다. 미호천으로 흘러들어오는 많은 소하천들이 깨끗해져야 미호천 물이 되살아날 수 있죠. 그러기 위해서는 미호천과 소하천 주변의 축사나 공장 등이 오폐수 정화시설을 제대로 갖추고 활용할 수 있도록 강력한 법적 제재가 필요합니다.”

길안내를 하는 동안 임씨가 수시로 한 말이다. 미호천 답사 중에도 미호천 지킴이들은 작은 플라스틱 병만 보아도 자연스럽게 손이 가 쓰레기를 줍곤 한다. 미호천 지킴이들 덕분에 미호천의 환경이 조금씩 제 모습을 되찾아 가고 있지만 아직은 갈 길이 멀다. 자치단체가 미호천을 어떻게 지켜나가야 하는지 근본적인 방향을 잡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보강천 합수부에서는 버들치 등 물고기들이 발견되고 있지만 물속을 들여다보면 노폐물이 두껍게 쌓여 있어 물이 어느 정도 오염돼 있는지 짐작할 수 있다.

취재지원 미호천 지킴이 전숙자·강전일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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