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교통대학교 행정학과

인간은 사회적 동물로 집단을 형성해 함께 살아간다. 자연 생태계가 무리 지어 행동하듯이 인간도 비슷한 속성을 가진 사람끼리 끼리끼리 살아간다. 이 자연스러운 현상 가운데 집단의식이 너무 강해 다른 집단을 배척하는 행태를 내집단 성향이라고 한다. 내집단 개념을 처음 사용한 미국의 사회학자 W. G. 섬너는 미개종족에 대한 연구에서 미개종족일수록 내집단 성향이 강해 다른 집단에 대해 혐오, 대립, 미움의 감정을 더 많이 가진다고 한다. 즉 사회가 발전되지 않을수록 외집단에 대한 배타적 속성이 강하다고 할 수 있다.

이러한 집단이 좋지 않은 목적으로 몰려다니는 것을 패거리 또는 떼거리라 부른다. 패거리나 떼거리 집단문화는 개인행동과 달리 상식과 비윤리적 행위에 대해 도덕적으로 불감증을 가진다. 집단이 다수의 원리로 소수를 짓밟아도 동조하고, 집단에 의해서 억울하게 피해를 보거나 비상식적 대우를 받아도 자기 일이 아니면 나서지 않는다. 이 패거리와 떼거리 문화에 가장 큰 특성은 보스만 존재하고 부당한 주장을 정당화하는 떼거지 습성이 존재한다는 것이다.

패거리나 떼거리가 그나마 인정받는 것은 그들 집단 내에 존재하는 강한 공동체 의식, 의리, 우정과 같은 것 있을 때이다. 40여 년 전 만들어진 영화 대부가 지금까지 사람들의 사랑을 받는 것은 그들이 보여주는 가족애와 동료에 대한 무한한 신뢰와 의리 때문이기도 하다.

인간이 패거리와 떼거리를 만들어 자기 집단의 이익만 강조하면 사회는 만인에 대한 만인의 투쟁 장이 된다. 이를 방지하기 위해 인간은 국가를 만들고, 이 국가를 운영하기 위해 정치가 존재한다. 특히 민주정치는 내집단뿐 아니라 모든 개인의 인권을 천부적인 권리로 존중하고 이를 위해 개인의 자유와 차별받지 않는 평등을 이념으로 한다. 민주정치는 패거리와 떼거리가 없는 사회를 이념으로 한다.

그러나 지금 우리 사회를 보면 패거리와 떼거리를 몰아내야 할 정치가 패거리와 떼거지를 만들어 시도 때도 없이 몰려다닌다. 패거리와 떼거리를 어여쁘게 보아줄 수 있는 의리도 없다. 지금 선거판은 떼거리로 몰려다니면서 패거리로 경쟁자를 몰아내고 있다. 민주정치를 위한 공천(公薦)은 없고, 당천(黨薦)과 사천(私薦)만이 존재한다.

선거는 민주주의를 위해 만들어진 제도이다. 그 선거가 지금 패거리와 떼거리로 형성된 가진 자의 전유물처럼 전락하고 있다. 민주정치는 경쟁과 타협, 조정과 합의를 실천원리로 하는 제도이다. 그러나 패거리와 떼거리 정치가 되면서 가진 자의 횡포와 독점, 지배와 복종만이 판치고 있다.

선거 때만 되면 정치인뿐만 아니라 일반시민까지도 패거리와 떼거리 문화에 젖어서 큰 패거리의 지역주의, 작은 떼거리인 혈연 학연의 소지역주의 팻말 아래 이합집산을 한다. 이 패거리와 떼거리의 떼거지 문화가 존재하는 한 한국 정치에 대한 답답한 마음은 사라지지 않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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