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인

입학의 계절이다. 초등학교는 물론이고 중학교와 고등학교, 그리고 대학교가 앞 다투어 학교 문을 활짝 열고 새내기 학생들을 맞이하고 있다. 입학식장엔 설렘이 있다. 새로운 것에 대한 기대와 벅찬 희망이 있고 밝은 미래가 같이 한다. 그래서 사람들은 공부를 처음 시작하는 ‘입학(入學)’에 특별한 의미를 부여한다.

필자 역시 가물가물한 기억 속에 처음으로 초등학교에 입학하던 때가 떠오르곤 한다. 명확한 기억은 아니지만 아직도 그때 그 설렘이 마음 한구석에 남아 있는 것 같다. 그리고 그 설렘과 기대는 중학교를 들어갈 때도, 고등학교를 입학할 때도, 그리고 대학생이 돼서도 비슷했다.

3년 전 이맘때였다. 필자가 근무하는 방송통신고등학교에 70세 전후의 한 어르신이 입학원서를 제출한 일이 있다. 그런데 그 어르신은 며칠 뒤 자신이 제출한 입학원서를 되돌려 받으려고 학교를 다시 방문했다. 중학교를 졸업하고 학업을 중단한 뒤 몇십년의 세월이 지나서 어렵게 결심을 하고 입학원서를 제출하셨을텐데 다시 그 원서를 돌려받으려는 이유가 궁금해졌다. 그래도 어르신의 뜻을 존중해 원서는 되돌려드렸다. 그리고는 여쭈어 보았다. “원서를 왜 돌려받으시려는지요?”하고. 그러자 그 어르신은 마지못해 대답하셨다. 늦은 나이에 공부를 한다는 게 엄두가 나지 않아서라고 했다. 어린 학생들이 하는 공부를 따라가지 못할까 싶어 불안하다는 것이었다. 내심 어르신의 심정이 이해됐다. 그래도 어려운 결심 끝에 제출한 입학원서를 되돌려 받는 것은 그 어르신이 앞으로 살아가면서 어쩌면 한없이 후회할 일이 될 수도 있겠다 싶었다. 그래서 한국교육개발원에서 발간한 ‘아주 쉬운 영어’와 ‘아주 쉬운 수학’이라는 기초부터 익힐 수 있도록 짜인 책자를 보여드렸다. 그러자 그 어르신의 얼굴은 환하게 밝아졌다. 어르신은 되돌려 받았던 입학원서를 다시 행정실에 제출했다. 그리고 3년의 세월이 지나 올해 2월 당당히 고등학교 졸업장을 받았다. 그리고 방송통신대학에 진학했다.

학업을 중도에 그만 두는 이유는 다양하다. 예전에는 경제적인 이유가 많았다. 집안에 자식은 많은데 부모가 그 많은 자식들을 모두 가르칠 수 없어 대학은 고사하고 고등학교는 물론 중학교도 제대로 진학시키지 못하는 경우가 흔했다. 배움에 한이 깊은 어르신들이 뒤늦게 학업을 다시 시작하는 경우 그 학구열이 젊은이들보다 오히려 훨씬 높고 치열하다. 평일에는 생업에 매달리면서도 꾸준히 인터넷 수업을 듣고 또 출석수업일엔 빠짐없이 출석하여 학업에 전념한다.

입학의 계절. 아직 전국의 방송통신중고등학교 중에는 3월말까지 추가 입학 원서를 접수받는 학교가 여럿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학업을 중단했던 많은 학생들에게 다시 한번 공부에 도전해 보라고 권하고 싶다. 학이시습지면 불역열호아(學而時習之면 不亦悅乎아) 라고 하지 않던가? 배움에 한이 맺히신 분이 지금 이 글을 읽고 계시다면 ‘배우고 때로 익히면 즐겁지 않겠는가?’라는 성현의 가르침을 한번 되새겨 보았으면 좋겠다. 배움엔 노소가 없다. 다시 시작하는 배움을 앞두고 초등학교 입학 때와 같은 설렘이 분명 있을 것이다. 조용히 눈을 감고 그 설렘에 정직하자. 그리고 책을 들고 다시 시작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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