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북보건과학대학교 교수

3월은 새로운 학기를 맞이하는 달이다. 겨울의 잠에서 깨어나 따스한 햇살을 받으며 용솟음치듯 기지개를 크게 하며 일어나는 꽃망울이 몽글몽글 솟아나는 봄의 시작이다. 지난 학년의 만남을 헤어짐으로 마무리하고 기지개를 키면서 새로운 학년을 준비하는 나날의 연속이다. 새 가방과 교과서를 받고 새로운 선생님과 반의 아이들과 어떻게 지내게 될까 가슴이 설레며 봄을 기다렸던 기억이 난다.

봄이 온다고 특별히 좋은 일이 기다리고 있는 것은 아니지만, 추운 겨울이 지나고 따듯한 봄을 기다리는 마음이 어디 나뿐이랴? 신석정의 ‘봄을 기다리는 마음’에서도 ‘우수도/경칩도/머언 날씨에/그렇게 차가운 계절인데도/봄은 우리 고운 핏줄을 타고 오고/호흡은 가빠도 이토록 뜨거운가?//손에 손을 쥐고/볼에 볼을 문지르고/의지한 채 체온을 길이 간직하고 픈 것은/꽃 피는 봄을 기다리는 탓이리라//산은/산대로 첩첩 쌓이고/물은/물대로 모여 가듯이//나무는 나무끼리/짐승은 짐승끼리/우리도 우리끼리/봄을 기다리며 살아가는 것이다’라고 하였다.

어쨌든 봄은 사람끼리 어울리며 활기를 불어 넣어 주는 것만은 틀림없다. 본격적인 봄 학기가 시작됐다. 신입생들의 행렬이 잠자는 교정을 깨우며 활기차게 움직인다. 대학의 오리엔테이션, 환영회 등으로 처음 만나는 인사로 교정이나 복도나 강의실에서 봄의 활기를 찾는 때이다.

인사(人事)란 ‘마주 대하거나 헤어질 때에 예를 표하는 말이나 행동’이라고 말하지만 그 의미를 보면 ‘사람 인(人)’과 ‘일 또는 섬길 사(事)’가 합쳐진 말로써, ‘사람이 마땅히 해야 할 일’로서 ‘저는 당신을 존중합니다’라는 표현으로 상대방을 생각한다는 의미로 볼 수 있다. 그리하여 인사는 꼭 필요하며 소통관계 유지를 위해서 하는 가장 쉬운 방법으로, 인사 하나만 잘해도 성공적인 인간관계를 만든다고 한다. 인사를 하는 것이 쉬운데 현대에 사는 우리들은 인사하기가 예전보다 어려워 보인다.

늘상 시간에 쫓기면서 빡빡한 삶을 살아간다. 그러면서 남의 입장에서서 이해하려 하기보다 남이야 어떠하든 나만 생각하는 이기심이 많다. 사람관계 속에서 살아가기가 어려운지 강아지에게 애정을 주며 주로 핸드폰 문자로 사람간의 소통을 한다. 추세야 어쩔 수 없는 현실이지만 소통이 안 되어도 너무 안 되어 극단의 행동을 취하는 경우가 종종 신문에 보도된다. 이러한 소통의 마음은 싸늘한 추위를 녹이지 못한다. 인사하는 마음이 서로의 공감대를 갖는 소통의 시작이며 봄을 기다리는 시인의 마음이라고 말하고 싶다.

어떤 시인은 인사가 곧 시라고 하지 않던가? ‘인사는 시인이다/그것이/반갑고/정답고/맑은 것이라면//실은/시가/세상일들과/사물과/마음들에 인사를 건네는 것이라면/모든 시는 인사이다//인사 없이는 마음도 없고/뜻도 정다움도 없듯이/시 없이는/뜻하는 바/아무런 눈짓도 없고/맑은 진행도 없다/세상일들/꽃피지 않는다’고 했다.

봄을 알리는 한마디의 인사는 꽃샘추위를 녹인다. ‘친절한 말은 짧고 하기 쉽지만, 그 울림은 참으로 무궁무진하다(Kind words can be short and easy to speak, but their echoes are truly endless)’라고 마더 테레사도 그냥 한 말은 아니다. 본심에서 우러나 행동으로 보여준 말이다. 3월의 인사는 학기의 시작이다. 인간관계의 새로운 출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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