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교통대학교 행정학과

오래전에 학교를 졸업한 사람들에게 있어서 졸업식이 매우 중요한 의미를 가진다. 특히 70년대 졸업생의 3분의 1이 진학하지 못했던 시절에 초등학교 졸업식은 평생 한 번 있는 졸업식이었다. 이에 졸업식장은 온통 울음바다가 되곤 했다. 마지막이라는 것, 어렵게 6년을 보냈다는 것, 선생님과 친구와 헤어져야 한다는 것 등이 한꺼번에 몰아쳐서 졸업식장은 그 어린 가슴을 적셨다.

80년대 교육이 서열화되고 경쟁이 심화하면서 중고등학교 졸업식은 억압의 굴레를 벗어나는 행사로 광란의 장이 되고, 밀가루를 뒤집어쓰고, 속옷 차림으로 도심을 활보하는 카타르시스의 장이었다. 2000년대 전만 하더라도 2월 졸업 시즌이 되면 대학교 주변 도로는 아침부터 막히고, 학교 근처 식당에서 식사한다는 것은 하늘의 별 따기였다. 이 의미있는 졸업식장이 때론 독재에 대한 저항의 장이 돼 졸업식장을 텅 비우기도 햇다. 필자가 있는 대학도 중소도시지만 졸업식에 주차공간이 없어 국도변까지 밀리고 교통경찰이 아침부터 교통정리를 하느라 정신이 없었고, 전날부터 꽃 장사와 사진사는 좋은 목을 차지하기 위한 경쟁이 치열하였다.

그러나 2000년대 이후 거의 모든 대학의 졸업식장은 석사나 박사학위 취득자와 상을 받는 소수자만이 자리하는 행사로 전락했다. 이에 여름학기에는 학위수여식도 하지 않는 대학들이 늘고 있다. 졸업식장이 텅 비다 보니 대학 전체의 종합 졸업식은 단과대학별로 분산 개최하고, 학과별 졸업식으로 대체되기도 한다. 이처럼 졸업식의 의미가 줄어들면서 졸업식이 없어지면서 졸업앨범과 축하를 위한 꽃다발 수요도 줄고 있다고 한다.

졸업(卒業)이란 말은 끝낸다는 뜻을 가진다. 그러나 영어에서 졸업인 그래주에이션(graduation)은 위 단계로 나아가다 또는 점진적으로 성장한다는 뜻을 가지고 있어서 끝낸다는 의미보다 시작한다는 뜻이 내포돼 있다.

오늘날 졸업의 의미가 서구식으로 바뀌고, 졸업에 의한 출발이 서열화되고 차별화되면서 청소년과 젊은이의 인생의 무게를 더욱 무겁게 하고 있다. 고등학교 졸업식은 대학진학과 미진학, 대학교와 전문대학, 서울과 지방, SKY로 서열화되고, 대학의 학위수여식은 취업과 미취업으로 구분되면서 학생으로부터 외면당하고 있다.

이처럼 졸업식장이나 학위수여식장이 영광의 자리가 되지 못하고, 학생과 사회로부터 외면당하게 된 것은 졸업장의 희소성이 떨어졌다는 경제적 논리 이외에 교육이 진학과 취업을 위한 수단이 되고 있다는 것에서 찾을 수 있다. 교육이 인간의 존엄성을 확보하고, 인간 간에 신뢰를 형성하며, 삶의 의미를 찾는 장이 됐다면 지금과 같이 졸업식이 사라지는 대학은 되지 않았을 것이다.

대학의 학위수여식은 대학의 중요한 상징이다. 그 상징이 없어진다는 것은 대학의 위기를 보여주는 것이다. 더욱 불행한 것은 졸업식을 없애는 방향으로만 위기를 타개하고자 하니 더욱 안타까울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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