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진숙 / 국립청주박물관 자원봉사회

이해하기 어려운 시가 있었다. 중학교 영어시간, 영국의 계관시인 워즈워드가 쓴 작품가운데 ‘아이는 어른의 아버지’라는 시구절을 배우면서 언뜻 이해가 안돼 참으로 오랫동안 고개를 갸우뚱하게 만들었다.

‘왜 그럴까?’ 그 답을 모른 채 내내 숙제로 남아 있어 훌쩍 세월을 넘는 동안, 살면서 ‘아, 그렇구나’하고 고개를 끄덕거릴 때가 있다.

더딘 깨우침였다.

그 당시 선생님께서는 우리가 이해하지 못하니까 열심히 설명해 주셨음에도 불구하고.

아이들은 내게 많은 것을 가르쳐준다. 박물관에 찾아온 어린 방문객들이 반가운 까닭이기도 하다. 전시실에 들어서면서 진지하게 설명을 듣고 초롱초롱 빛나는 눈빛을 보며 나는 희망을 생각한다. 아이들은 관찰력도 예리해 나를 놀라게도 한다.

수없이 보고 또 보고 생각지 못한 부분도 먼저 꺼내 질문을 하기도 한다.

무한한 상상력의 나래를 펼칠 때는 덩달아 동심으로 돌아가 즐겁다. 아이들과 얘기하며 지내는 시간은 무한히 행복하기까지 하다.

아이들 생각은 무궁무진하다. 박물관 2전시실에 가면 짙은 회색빛 독이 있다.

항아리 겉면은 두들김 기법으로 문양을 낸 의젓한 항아리 앞에서 역시 ‘의젓한’ 의견을 슬며시 내놓는다. ‘체크무늬 항아리네요.’

이 얘기를 들은 후부터 나도 체크무늬 항아리라고 별칭을 부른다.

그리고 그리 명명한 어린이의 맑은 모습도 함께 떠올리며 무채색의 항아리. 불상 앞에서도 아이들은 다채로운 색채 아름다운 빛깔을 입힐 줄 아는 열린 지혜를 가졌다.

실제 우리 어른들은 고정된 시각과 생각을 갖지만 어린이들은 다르다.

문화재를 보고 그림을 그리라면 차가운 느낌의 철불도 아이답게 화려한 의상, 질 좋은 옷감을 입혀 친근한 색채를 지닌 유물로 재현해 놓는다.

어린이들의 순수한 동심을 만날 때마다 마음이 맑아지는 듯 하다.

그러면서 내가 사는 모습을 돌아보게 한다. 어떤 사물도 진실된 모습을 제대로 보지 못하고, 살면서 시행착오를 겪으면서도 쉽사리 벗어나지 못하는지 말이다.

티없이 맑은 동심으로 큰 꿈과 희망을 가진 어린 시절이 삶의 자양분이 된다는 것을 잘 알고 있다.

그래서 오늘 우리 어른들 마음은 자라나는 자녀들에게 한결같이 들려주고 싶은 말이 있다. “푸르른 오월처럼 자라다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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