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주 동인한약국 한약사

우리 민족의 가장 큰 명절인 설날을 맞아서 많은 사람들이 고향을 찾고, 가족을 찾아 힘겨운 대이동을 치렀다. 길게 늘어선 고속도로의 차량행렬은 평소보다 몇시간은 지체되는 수고를 끼칠 만큼 정체가 많았지만 사람들의 표정에는 여유와 기쁨이 피곤함을 이길 만큼 이었다.

이렇게 할 수 있는 원천은 설날이 주는 단순히 새해라는 의미를 떠나 뿌리를 찾고 생각하며 새로운 출발을 위해 함께 기운을 나누고 북돋우는 날이기 때문일 것이다. 이는 설날에 행해지는 몇가지 풍습을 통해서도 알 수 있는데, 세배를 하고 떡국을 먹으며 윷놀이나 복조리를 나누는 모습들은 수백 년을 이어져 내려오는 우리의 좋은 풍습이다.

옛 어른들은 떡국을 나이를 더하는 떡이라 해 ‘첨세병(添歲餠)’이라고 불렀다. 하얀 가래떡으로 만든 떡국은 설날 아침에 차례를 지낼 때 메밥을 대신했고, 차례 후 그것으로 새해 첫 식사로 삼았다. 가래떡을 길게 늘여 뽑는 이유는 무병장수와 복(福)이 늘어나길 바라는 소망이 가득담긴 것이다. 또한 떡국에 만두를 넣어서 먹거나 떡국과 함께 만두를 먹는 풍습도 만두가 ‘복을 싸서 먹는다’는 의미를 담고 있기 때문이다.

새해 첫 식사를 마치고 나면 집안의 가장 웃어른부터 일가친척, 마을어른 순으로 새해 첫 인사를 드리는 세배를 한다. 지난 한해 복을 기원해주신 것에 대한 감사와 한해 무사히 보낸 것에 대한 감사를 드리고, 새해를 맞아 건강과 안녕을 바라는 마음을 담아 새해 첫 인사를 드리는 것이다. 세배를 통해서 모든 것의 시작인 뿌리를 찾는 의미와 함께 새 출발의 시작점에서 얻는 새로운 기운을 받는다는 의미를 담기 때문에 설날의 가장 중요한 행사로 함께하고 있다.

요즘은 이런 아름다운 풍속들이 바쁘고 여유롭지 못한 삶과 함께 변형돼 못내 아쉽지만, 사람들의 마음속에는 항상 어릴 적 추억이 남아 있는 것처럼 설날이 주는 무한한 힘은 우리들 마음속에 깊이 각인돼 있을 것이다. 또 하나의 아쉬움으로 남아있는 것 중에, 한밤에 찹쌀떡을 팔던 소리와 함께 섣달 그믐날 자정이 지나면 복조리를 팔던 복조리 장수 소리를 더 이상 들을 수 없는 것이다. 외국의 크리스마스에 선물을 담는 용도로 양말을 걸어둔 것처럼, 우리네 풍습에는 복조리를 걸어두었다.

두 행위의 공통점은 복을 아낌없이 넘치게만 바라는 것이 아니라 담을 수 있는 만큼만, 혹은 아주 검소한 복만을 바라는 감사의 마음이 더 컸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조리가 쌀을 이는 도구이기 때문에 한 해의 복이 쌀알처럼 일어난다는 의미와 복을 건져 올린다는 의미를 담은 것이라 한다. 또한 조리는 걸러서 먹을 것을 더 알차고 충실하게 하는 용도의 조리기구이기 때문에 먹는 것 또한 그러해야한다는 가르침으로 건강을 지키는 가장 소중한 의미를 알려주는 조상의 지혜를 담고 있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복조리는 값을 깎지도 않았고, 제멋대로 마당에 던져두고 나중에 조리 값을 받으러 와도 싫은 소리를 하지 않았던 조상들의 멋과 여유를 엿볼 수 있다.

올해 2016년은 그 어느해 보다 힘겨움이 예고된 한해다. 그래서 더욱 바라고 바람이 있다면, 조금의 여유와 함께 설날을 맞은 그 마음으로 올 한해 더 희망차고 복된 한해가 되기를 간절히 소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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