혜철스님 / 옥천 대성사 주지

새벽부터 부지런히 여행준비를 하고 버스에 몸을 실었다.

인천 여객선 터미널에 도착해 출국 수속을 하고 낮 12시쯤 120명의 순례단이 2만6천톤 천인호에 승선했다.

배 안에서의 자유시간은 친절하고 상냥한 관광 안내원을 기대했지만 중국의 안내원은 무뚝뚝하고 웃음이 없다.

밖으로 보이는 천진항 규모는 상상을 초월했지만 바다를 바라보니 온갖 쓰레기로 덮여있고 구석구석 부서진 배들 주변에 공장의 매연이 가득했다.

기대는 멀어지고 실망감을 간직한 채 배에서 내렸다.

입국수속을 위해 처음 만난 중국의 출입국 직원의 태도도 웃음을 잃어버린 채 ‘셰셰’ 인사를 해도 무표정했고 오랜 시간 끝에 수속을 마치고 나온 바깥 풍경은 우리나라 70년 전의 허름하고 남루한 모습이다.

자기들 외에 다른 사람은 의식하지 않고 웃옷을 벗은 사람, 쓰레기를 버리는 사람, 신호를 무시한 차량행렬 등 무법 천지였다.

버스에 나눠 타고 북경으로 출발, 차창 밖으로 펼쳐지는 황무지 땅, 나무를 심어 놓았지만 영양부족으로 자라지 못한 채 풀이 죽어 있었다.

2시간쯤이 지나 북경에 도착하니 시내 중심으로 대형 건물이 즐비하고 차량행렬 수많은 자전거 행렬까지 중국의 수도임을 알 수 있게 했다.

차창 밖으로 펼쳐지는 무법천지 사람과 차량 자전거가 신호를 서로 무시한 채 지나가는 모습뿐이다.

이곳저곳에는 많은 사람이 건물을 철거하고 새로 짓고, 온통 빨간색의 간판, 빨간 택시가 혼재해 있다.

제일 좋은 차부터 고물 차까지 전 세계 차량 전시장을 방불케 하고 길거리에서 젊은 남녀의 키스신이 이곳저곳 눈에 뜨는 것을 보니 정신이 혼란해졌다.

건물은 우중충한 적벽돌로 대부분 지어지고 사람들의 옷 또한 검은색이 주류를 이뤄 어둡다. 이곳 저곳 쓰레기가 난무하고 무질서가 가득하며 수많은 사람들로 북적되는 중국, 새삼 대한민국이 그립게 느껴지는 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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