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지은 청주서원도서관 사서

한 해의 네 철 가운데 넷째 철. 가을과 봄 사이이며, 낮이 짧고 추운 계절로, 달로는 12~2월, 절기(節氣)로는 입동부터 입춘 전까지를 이르는 계절. 추위 덕분일까. 겨울의 한복판에 서있는 기분이다. 올 겨울엔 눈도 적잖이 내리고 기온도 뚝 떨어지고. 이것 역시 지구온난화에 대한 지구의 경고일까 싶을 정도로 추운 시간이 지나가고 있다.

연이은 폭설에 공항까지 마비되고, 거리엔 차마 지우지 못한 눈의 흔적들이 남아있다. 세차 눈치를 보며 달리는 차들, 옷깃을 여미며 종종 걸음을 걷는 사람들. 그 어느 때보다 따스한 온기가 필요한 요즘이다.

이렇게 몸도 마음도 꽁꽁 어는 계절이면 생각나는 책을 다시 한번 꺼내 들었다.

언제부턴가 삶이 원하지 않는 시간들로 채워지고 있다는 생각은 왜였을까?

‘삶을 바꾸는 책읽기’를 읽으면서 원치 않는 방향으로 흘러가는 시간과 의도치 않게 벌어지는 상황 속에서 나를 지켜가는 것, 그리고 의지와 사랑을 들여 나무를 키우듯 내가 사랑하는 것으로 나를 키워보는 시간을 채울 수 있는 방법을 조금이나마 얻을 수 있지 않을까?라는 생각이 들었다.

책은 독서에 관한 여덟 가지 질문에 답을 한다. 먹고 살기도 바쁜데 언제 책을 읽나요? 책 읽는 능력이 없는데 어떡하나요? 삶이 불안한데도 책을 읽어야 하나요? 책이 정말 위로가 될까요? 책이 쓸모가 있나요? 책의 진짜 쓸모는 뭐죠? 읽은 책을 오래 기억하는 법이 있나요? 어떤 책부터 읽으면 좋을까요?

이 책의 매력은 이러한 평범한 질문에 답을 구하는 방식이다.

먹고 살기도 바쁜데 언제 책을 읽나요? 란 질문에 하루에 삼십분이라도 시간을 내어, 혹은 화장실이나 지하철에서 보내는 짜투리 시간을 활용하여 읽으라고 조언하는 책들은 이미 차고 넘친다.

하지만 저자는 대뜸 충북 음성에서 농사짓는 할머니 이야기로 말문을 연다. 일흔이 넘어 글을 배워 시를 쓰는 할머니의 이야기는 황학동에서 라디오를 수리하던 할아버지의 에피소드로, 다시 베른하르트의 단편 ‘야우레크’와 후지와라 신야의 ‘돌아보면 언제나 네가 있었다’로 꼬리에 꼬리를 물고 이어진다.

할아버지와 할머니 그리고 책 속의 주인공 삶의 한 대목은 ‘소외’라는 키워드로 해석된다.

자신의 삶 속에서 소외된 혹은 소외된 삶 속에서 자신을 되찾은 에피소드를 통해 작가는 독서란 행위가 자기를 읽기 쉬운 삶에서 자율성을 경험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한다고 설명한다.

이를 증명이라도 하듯, 작가는 ‘왜 먹고 살기도 바쁜데 시간을 쪼개 책을 읽어야 하나?’라는 질문에 대한 답으로 ‘자율성의 시간, 기쁨의 시간’이기 때문이라고 답하고 있는 것이다.

책을 읽는 순간, 오로지 자신만을 위한 기쁨과 행복을 얻게 되는 것이야 말로 우리가 독서를 해야 하는 가장 큰 이유라는 것! 문맹이었던 어느 할머니가 오래 전 남편이 보낸 편지를 읽기 위해 뒤늦게 한글을 배우고 책을 읽게 된 이후 새로운 세계에 눈을 뜬 것처럼 오로지 자신을 키울 수 있는 시간을 갖는 것이 우리가 책을 읽어야 할 가장 큰 이유인 것이다.

나를 위한, 나에 의한 삶을 완성하는 가장 쉬운 방법이 궁금한 이에게 이 책을 권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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