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혜숙 수필가

생전의 작가 박경리와 박완서는 생태적 친환경 삶을 실천하며 소박하게 살다간 분들이다. 두 작가는 인생의 후반기에도 도도히 흐르는 강 같은 글을 쓰면서 주변에 휘둘리지 않고 초연한 삶을 살아 많은 이들에게 귀감이 됐다.

노년에 그들은 다시 젊음으로 가고 싶지 않다며, 버리고 갈 것만 있어서 편안 하다라고 했다. 또한 나이가 드니 고무줄 바지를 편히 입을 수 있고, 하고 싶지 않은 일을 안 하니 좋다고 했다.

폭풍의 바다 같던 인생길을 그들은 종교 같은 신념으로 굳건하게 걸으며 그들만의 유려한 필체로 한국 문단에서 선명한 발자국을 남겼다. 한국 전쟁 때 남편을 잃고 청상으로 키운 외동딸을 미래가 암흑인 군부독재시절 민주화 투쟁의 선봉에 있던 청년 김지하에게 시집보낸 박경리나, 딸 다섯을 내리 낳고 어렵게 얻은 집안의 자랑거리던 레지던트 외아들을 잃은 박완서나, 남들이 겪지 않을 일들을 극명하게 겪은 그들의 마음속 고통은 어느 누구보다 용광로를 끌어안은 고통의 세월이었으리라.

그들은 작가이기 전에 누군가의 딸이었고 아내였으며 어머니였다. 불화의 세월 속 자신들이 겪은 신산함을 치열한 작가정신으로 승화시켜 독보적인 작품을 한국문단에 내놓았다. 또한 생활 속 생태적 친환경 삶을 손수 실천했다.

소비하는 것이 미덕으로 여기는 이 자본주의 세상에서 자연을 사랑하고 생태를 보존하고 아끼는 삶을 몸소 보여준 일화들은 많다.

토지문학관 주변 야생 동물을 아끼며 거두던 박경리 작가는 늘 먹고 남은 음식들도 버리지 않고 물로 잘 씻어 정원의 돌 위에 올려놓고 새나 고양이들이 와서 먹는 모습을 가만 지켜봤고, 환경을 오염 시키면 안 된다며 모든 물자를 아끼며 주변인과 딸들에게도 준엄한 친환경 살림살이를 시키던 박완서 작가는 신념의 여인들이었다.

모두들 높은 곳으로만 향해 달리고 있는 세상에서 낮은 곳으로 임하는 자세야 말로 깨달음을 얻은 지혜의 자세며 배려의 자세니 평범한 자들은 결코 할 수 없는 일이다.

두 작가는 참살이 삶을 몸으로 실천하며 살다 생을 마친 분들이다. 특정 목적이 있는 종교적인 삶도 아니며, 한 인간으로 이 세상에 와 자연과 함께 어우러져 함부로 착취하거나 훼손하지 않는 삶을 살다 간 분들이다.

물질만능 세상에서 오는 피폐함을 멀리하고 자신들의 소신을 꺾지 않고 실천하며 환경과 생태적 삶을 살자는 참살이 운동들이 세계 곳곳에서 행해지고 있다.

인간들이 만든 환경 재앙을 더 이상은 볼 수 없다고 환경 생태적 삶을 유기적 연대를 이루며 조화롭게 펼치고 있다. 특정 집단속 그들만의 운동이 아니다.

일본 대지진 속 최악의 원전 사태와 그리고 화석연료에서 오는 환경오염과 지구 온난화 같은 일련의 기상이변들은 우리의 미래를 심각하게 경고한다.

소박한 삶이 가난한 삶을 사는 것을 말하는 것은 아니다. 또한 숲속에서 은둔해서 살라는 말도 아니다. 내가 사는 이곳에서부터 검소하게 소비하고 생태계를 배려하고 더 나아가 내 자신의 내적인 성장을 시키는 조화로운 상생의 삶을 살자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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