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교통대학교 행정학과

누리과정은 만3~5세 어린이의 공정한 교육 기회를 보장하기 위해 유치원·어린이집 구분 없이 동일한 내용을 배우고 부모의 소득과 관계없이 모든 계층의 유아에게 학비와 보육료를 지원하는 정책이다. 이에 필요한 예산은 지난해까지 시도교육청이 지방교육재정교부금을 바탕으로 편성해 집행했다.

그러나 올해 유치원과 어린이집의 누리과정에 대한 예산을 100% 편성한 시도는 한 군데도 없고, 서울, 광주, 경기, 전남은 누리과정 예산을 한 푼도 편성하지 않고 있다. 누리과정 예산문제는 다른 어떤 것보다 복잡한 정치적 역학 구조로 돼 있다. 가장 크게는 여당과 야당, 중앙 정부와 지방 정부, 지방정부·지방의회 ·시도 교육청, 기획재정부와 교육부, 이해관계자인 학부모와 유치원 및 어린이집이 연계돼 있다.

누리과정 예산의 근본적 문제는 누리과정이 교육정책이냐 복지정책이냐에서 부터 시작된다. 교육 성격이 강한 유치원 누리과정에 대한 지방 교육청의 예산편성은 조금은 긍정적이다. 반면에 복지 성격이 강한 어린이집 예산편성은 부정적이다. 특히 야당 성향의 교육감과 지방의회의 경우 누리과정의 지방 책임에 대해 반발을 하고 있다.

누리과정 예산 편성에 반대하고 있는 지방정부나 전국시도교육감협의회는 누리과정은 대통령 공약사업이니 중앙정부가 책임지라고 한다. 그리고 시행령으로 규정하고 있는 시도교육청의 누리과정 예산편성 규정은 부당하고, 현재의 지방교육재정교부금으로 누리과정 예산을 편성하게 되면 유·초·중고 교육 예산이 줄어들어 교육의 질이 떨어지므로 교부금을 25.27%로 상향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한편 중앙정부 입장의 기획재정부는 누리과정은 박근혜 대통령의 대선공약이기보다는 교육계의 숙원 사업을 반영한 것이고, 시도교육청이 예산을 편성해 운영하다가 2014년 교육감 선거 이후 예산편성을 거부하는 것은 정치적 의도가 있다고 한다. 그리고 지방교육재정교부금을 주고 있으므로 이를 바탕으로 예산을 편성해야 한다고 한다. 지금까지 중앙정부와 시도 교육청의 갈등은 해결의 실마리를 키우기보다는 그 골만 키우고 있다.

이러한 예산 편성과 운영은 합리적 과정이라기보다는 정치적 과정이라고 한다. 정치적 과정이란 예산과 관련된 다양한 이해관계자 간의 타협과 조정으로 예산이 결정된다는 논리이다. 민주화된 다원주의체제에서 다양한 이해관계자 간의 타협과 조정을 담당하여야 할 가장 핵심적 조직은 정부 관료제이다. 그러나 중앙 정부와 지방 정부와 같이 정부 간의 타협과 조정이 요구되는 경우에는 누가 조정해야 할 것인가? 그 답은 논리적으로 대통령과 의회가 담당해야 한다.

그러나 갈등을 해결해야 할 대통령은 침묵하고, 조정해야할 국회의 예산정치는 실종되고 타협과 조정보다는 갈등을 부채질하듯 하니 안타까운 것은 서민 가계를 운영해야 할 학부모와 어린이집 운영자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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