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충주농고 교장 수필가

내가 살고 있는 이웃에 맞벌이 젊은 부부가 살고 있다. 10년 넘게 직장생활을 하면서 알뜰하게 벌어 집도 장만하고 남에게 손 안 내밀고 성실하게 사는 부부였다. 그러던 그들이 요즘 아주 엉뚱한 꿈에 들떠 있는 것 같다. 세상 돌아가는 것이 자기 아이는 앞으로 공짜로 키울 수 있고, 장차 어른이 된다 해도 공짜로 사는 시대가 온다는 생각이다.

이렇게 요람에서 무덤까지 공짜로 사는 시대가 과연 올 수 있을까. 아주 허황된 말 같지만 그 일부는 이미 현실이 되고 있지 않은가. 오천만 국민이 모두 그렇게 공짜 인생을 산다면 나라는 어찌될까. 국가재정은 고갈 되고 그리스처럼 국가부도사태를 맞을 것이다.

벌써부터 돈이 없다고 아우성이다. 어떤 지자체는 누리과정예산을 두고 중앙정부와 갈등을 빚고, 또 어떤 지자체는 청년실업자에게 월 50만원씩 현금지급을 한다며 복지부와 법정시비를 하는 엇박자를 내고 있다. 한번 시작한 공짜병! 되돌리기는 어렵다. 총선을 앞두고 더욱 그렇다. 누가 선심성 이야기를 고무풍선처럼 부풀리는지, 누가 땀 흘려일하는 성실한 서민의 잔잔한 마음에 파문을 일으키는지 현명한 국민은 잘 알고 있으리라.

세상에 공짜 싫어하는 사람도 있을까. 하지만 알고 보면 ‘공짜는 없다’는 것이 정답이다. 특히 국가가하는 모든 일은 국민의 부담으로 이루어진다는 점에서 그로 인한 피해는 모두 국민의 몫이다. 더욱이 세계경제가 저유가로 침체되고, 3저 시대를 맞은 한국경제도 저성장의 늪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특히 새해 들어 열흘간 수출액이 전년 동기대비 22.5%나 감소하고, 청년실업률은 9.2%나 치솟고 있다는 통계청 발표다. 수출, 내수, 고용 모든 부문에서 암울한 지표다.

2014년말 공공부채가 957조3천억, 가계부채는 1천200조나 된다는 것. 이런 판국에 국가 백년대계를 위한다는 정치권이 앞장서 국민의 혈세를 퍼주기식 무상복지만을 앞세운다면 이 나라는 어떤 희망이 있을까. 다음 세대에 크나큰 짐만을 남길 것이다 .

우리가 가난의 굴레를 벗고 잘 살아보자고 허리끈 동여매고 땀 흘려 일했던 산업화시대, 근면한 국민정신은 헌신짝처럼 벗어던지고 불노소득이란 공짜 병에 물들어 가고 있다니 기가 막힐 노릇이다. 덴마크 국민은 그 조상이 황무지를 개척해 오늘의 부를 이룩한 보람을 잊지 않으려 지금도 식탁에는 항상 검은 빵을 두고 선조들의 근면정신을 기린 다고 한다. 공짜로 자라는 청소년은 근로의 신선한 가치와 근면절약의 미덕을 모른다. 우리가 어떻게 해서 오늘의 경제 강국이 됐는지도 모른다. 아버지 시대에도 지금처럼 세상을 공짜로 살아온 줄 알 것 아닌가.

‘고기를 잡아주면 하루를 맛있게 먹지만 고기 잡는 법을 가르쳐주면 평생을 먹고 산다’는 말이 있다. 나라에서 공짜로 모든 것을 다해주면 어렵고 힘들게 가르치고 길러온 부모의 은혜(恩惠)인들 알겠는가. 식물성장에는 물이 없어서는 안 될 절대절명의 요소지만 너무 지나치면 뿌리를 썩게 하는 독(毒)이 될 수 있다. 필요한 사람에게 필요한 만큼의 도움을 주는 나라, 청년들에게 자립과 도전정신을 길러주는 나라, 흘린 만큼 정당한 대가를 받는 정직한 사회, 진정 건강하고 희망이 있다. 그래도 공짜 좋아하시겠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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