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자와 민중 주체의 자주적 민주정부를 수립할 것이며 자본주의의 모순을 넘어선 세상을 구현하겠다는 민주노동당이 17대 총선에서 3당으로 원내 진입에 성공했다.
따라서 민주노동당이 총선공약으로 내세운 부유세 정책이 관심과 논란의 대상으로 수면 위에 떠오른 듯 하다.

이름에서부터 계층적 위화감을 조장하는 부유세란 생소한 이름의 조세는 과연 무엇이며 얼마만큼 잘살아야 과세 대상이 되는 건지, 부자에게 거둔 돈으로 가난한 사람을 어떻게 구제하겠다는 건지, 실제로 실현될 것인지도 확실치 않은 부유세를 놓고 말 잔치부터 풍성한 것이다.

10억원 재산가 부유세 대상

민주노동당은 정책자료집에서 부유세(Net Wealth Tax)는 일정 액수 이상의 순자산을 보유하고 있는 자에 대해 그 순자산액의 일정비율을 비례적 혹은 누진적으로 과세하는 세금을 의미한다고 밝혔다.

한 사람의 재산에서 빚을 뺀 순자산을 기준으로, 순 재산이 일정액수를 넘으면 여기에 일정한 세율을 곱한 금액을 세금으로 떼야 한다는 것이 민주노동당의 설명이다.
이 말을 쉽게 풀자면 부유세란 부자들이 가진 재산에서 세금을 더 떼 빈곤층에 보조하는 세금이라는 말일 게다.

부부와 미성년의 동거자녀 등의 소유재산을 합한 보유 자산이 부유세의 과세기준이라는데 토지나 건물 등의 부동산, 예금이나 주식 등의 금융자산, 선박이나 항공기, 고급승용차 등의 고가의 동산, 골프장 회원권, 골동품, 사치품 등을 합쳐 약 10억원 정도의 재산을 보유하고 있으면 ‘과세대상’이라고 한다.

민노당이 제시한 위의 기준에 따르면 부유세 과세대상자는 2002년 8월을 기준으로 대략 2만~5만명 사이로 추정된다는데 이들에게 약 11조원의 세금을 거둬들일 수 있다며 야심에 찬 주장을 펴고 있다. 10억을 가지고 있으면 부유세를 내야할 정도로 부자라니 민주노동당의 터무니없는 현실 감각에 어이가 없을 따름이다.

수도권의 경우 중형 아파트 한 채를 보유하고 근근히 월급을 받아 생활하는 상당수의 서민(?)들도 천정부지로 오른 아파트 가로 인해 10억 재산가 된지 이미 오래고, 지방 역시 도시 근교에서 농사를 지으며 검소하게 살고 있는 촌부라도 논 밭 몇 천평의 지가가 이미 10억쯤은 간단히 넘어 선지가 오늘 일이 아닌 것이 현실인데 그렇다면 이들 모두가 부유세의 대상자란 말인가.

또한 부유세를 도입하려면 그 선결조건으로 재산의 정확한 가치평가가 전제돼야 하는데 현재와 같이 실거래 가에 대한 정확한 평가가 이뤄지지 않고 있는 시점에서 일부 투명한 거래 자산에 대해서만 과세한다면 조세형평의 원칙에 대해 억울함을 호소하는 조세저항이 거세리라는 것은 불을 보듯 훤하다.

동산의 경우도 골동품이나 고가의 귀금속, 미술품 등의 객관적인 가격을 어떻게 산정 할 것이며, 더 나아가 장롱 깊숙이 보유하고 있는 동산의 실태는 누가 일일이 조사를 하고 다닐 것인지 그 발상부터 치졸한 웃음거리가 아닐 수 없다. 그리고 재산세나 종토세 등의 과세표준 중복으로 인한 이중과세 시비는 어찌 해결할 것인지 생각만으로도 혼란스럽다.

수직적 평등 실현 어려워

부유세 도입을 통해 과세대상자와 과세면세자 사이의 새로운 사회 벽이 만들어질 수 있다는 여론 역시 가볍게 넘길 말은 아닌 듯 싶다. 부유세의 부작용으로 인해 생길 수 있는 다양한 후유증이 결코 만만치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현재 부유세를 시행하고 있는 나라는 노르웨이, 스웨덴 등 북유럽과 인도 등 아시아의 일부 국가다. 부유세가 도입되면 일부 고액자산 소유자들의 부를 재분배해 자산소득과 근로소득간의 수평적 평등은 물론 사회적 불평등을 시정해 수직적 평등을 실현하고, 유휴자산을 감소시키며 세수증대의 도모를 기대할 수 있다고 선전하지만 모든 것이 구호처럼 쉬운 일일까.

‘부자에게 세금을, 서민에게 복지를’이라는 민노당의 총선공약이 그대로 실행된다면 부자 되려고 하는 바보는 한 명도 없는 희한한 세상이 올 것 같아 심란하기만 하다.                           

류경희 (논설위원- 수필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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