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병연 전 청주예총 부회장

중국에 온 지 벌써 5개월이나 되었다. 하루는 예방접종을 하러 병원에 간 적이 있었다. 그런데 이곳 병원은 주사 하나 놓는데도 절차가 보통 복잡한 것이 아니었다. 간호사가 뭐라고 말하는데 무슨 말인지 전혀 못 알아듣겠다. 

나는 할 수 없이 “팅 부덩!(못 알아듣겠다)” 그리고 “워 스 한 궈런!(나는 한국인)” 이라고 두 마디를 했다. 그러자 그녀의 얼굴에 금방 화색이 돌더니  “안녕하세요!”라고 한다. 그러면서 손짓 발짓 온갖 동작으로 어렵고 복잡한 절차를 모두 해결해 주는 것이었다. 나중에 안 일이지만 한국말을 전혀 못하는 중국인들도 ‘안녕하세요’ 정도는 누구나 할 수 있다고 한다. 교내에서도 전혀 모르는 사람들도 필자가 한국인이라는 것을 아는 사람은 ‘안녕하세요’라고 한다.  여기서는 ‘한국인’이라는 것을 상대방에게 알리기만 해도 일이 쉽게 풀린다. 시장에서 의사소통이 원활하지 못할 때도 마찬가지였다.

필자는 틈나는 대로 테니스장을 찾는다. 여기서도 한류의 덕을 톡톡히 본다. 아들 벌되는 삼사십 대 젊은이들과 함께 어울려도 어색하지 않고 자연스럽다. 한류와 테니스는 국경과 연령을 초월해 우정의 가교 역할을 한다고 생각했다. 테니스를 배워 둔게 여기서도 한류와 더불어 덕을 본다. 이렇게 만나는 사람마다 하나같이 반긴다. 

며칠 전 학생을 따라 점심 먹으로 간 적이 있었다. 그 학생이 안내한 곳이  한글간판으로 된 ‘전주식당’이었다. 필자는 깜짝 놀랐다. 나중에 알고 보니 이곳은 학생들이 가장 많이 찾는 식당이었다. ‘떡볶이’와 ‘비빔밥’은 이곳 10대들에게 단골 메뉴였다. 빈자리가 없을 만큼 학생들로 북적이었다.

왜 이렇게 한국인을 좋아하는가? 바로 ‘한류’ 때문이었다. 이곳에 와서 놀란 것이 ‘한류’의 위력이었다. 이곳 중국의 위성TV나 SNS를 통해서 ‘케이 팝’과  ‘드라머’를 언제든지 시청할 수 있다. 이렇게 한류위력이 대단할 줄은 전혀 예상치 못했다. 지금 필자는 그 덕을 톡톡히 보고 있는 셈이다.

이곳 10대 청소년들에겐 한국이 동경의 대상이다. ‘케이 팝’이나 ‘TV드라마’의 ‘아이돌!(우상)’은 가히 열광적이다. 필자는 ‘왜 한국어를 배우느냐’고 학생들에게 물어본다.

그러면 “한국 사람들이 너무 멋있고, 한국이 좋아서!”라고 답한다. ‘주말에 무엇을 하고 지내는가?’라고 학생들에게 물어보면, “친구들과 어울려 한국영화보고, 한국음식을 먹고, 노래방에 가서 한국노래 불렀다”라고 답한다. 14억 중국의 ‘요우커(관광객)’들이 한국으로 몰려오는 원인을 이곳에서 피부로 느낄 수가 있었다.

늦은 감이 있지만 지금이 ‘한류’를 세계로 펼칠 기회라고 생각한다. 지금이 ‘한류의 세계화(?)’를 위한 정책을 개발에 행정부와 정치권이 이마를 맞대고 고심할 때라고 본다. 큰 예산이 아니더라도 큰 효과를 거둘 수 있다고 본다. 정치권에서 이에 대한 정치적 관심과 배려만 있어도 묘안이 나오리라 본다. 그런데 한류에 대한 문화정책은 어떤가? 대중매체에만 의존해 바라만 보고 있는 우리 현실이 안타깝다. 우리의 한류문화가 중국뿐만 아니라, 세계로 뻗어 나갈 수 있도록 정책적 배려가 절실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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