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정 길  <주성대 전임연구원·문학박사>jkrhee10@hanmail.net

얼마 전 민주당 추미애 위원장은 당을 구원하기 위해 계백장군의 정신으로 선거에 임했다 했고, 그에 앞서 노무현 대통령은 탄핵으로 직무가 정지되자 청와대에서 이순신 장군의 전기를 읽고 있다고 전해진 바 있다.

이렇듯 우리 선인들의 삶의 모습들은 시대의 변화에도 불구하고 우리들에게 정신적 귀감이 되고 있다. 역사적으로 나라가 위기에 처했을 때 겨레를 위해 목숨 바쳐 싸워온 인물들은 많다. 특히 그중 충무공 이순신 장군(1545~1598)은 왜적으로부터 우리 겨레를 구원한 걸출한 인물로 평가받고 있다.

최근 군(軍)에서 고위 장교가 한 병사에게 6·25전쟁은 누가 일으켰냐고 질문했을 때 ‘국제연합군이 일으킨 전쟁’이라고 하면서 그것을 ‘학교에서 그렇게 배웠다’고 해서 경악케 한 적이 있다.

청소년 인내력 결핍, 부족

최근 필리핀에서는 정치적 혼란상을 보이고 있다. 마르코스의 독재를 무너뜨리고 필리핀이 민주화를 성취했지만 근본 취지를 못살려 이 제도에 회의를 느껴 오히려 그때가 좋았다며 향수에 젖어 있다고 한다.

이런 사례들은 주로 후진국에서 나타나는 데 민주주의의 기본이념이나 민주시민의 윤리를 깨닫지 못했기 때문이다. 한 나라의 민주발전은 그 나라 국민의 평균 의식수준에 비례한다고 했다. 경험 없는 국민이 일시에 성공시킬 수 없는 과제인 것이다.

선진국들은 민주화를 실현하면서 문제가 생길 때마다 나라를 위해 목숨까지 아낌없이 바친 선혈들로부터 가르침을 받으려 했다. 우리도 400여년 전 적을 맞아 싸우다 장열히 산화했던 충무공 이순신 장군의 정신을 오늘에 되살리려 하는 것이다. 충무공 이순신장군의 삶의 발자취를 통해 무엇을 배워야 할 것인지를 생각해 본다. 

첫째, 자주·자립의 정신이다. 이순신 장군은 28세에 무술시험 도중에 말에서 떨어져 왼쪽 다리가 골절 됐지만 남은 다리로 일어나 버드나무를 꺾어 다리에 매는 응급조치 후 끝까지 시험을 치러 범상치 않은 인물임을 엿볼 수 있었다. 

요즈음 청소년들은 인내력이 없고, 목표의식이 확실치 못하며, 윤리, 도덕의식마저 희박하다고 평가하며 앞날을 걱정하는 사람이 많다. 과거에 비해 공부하기는 물론 체력을 단련하기에도 부족할 게 없는 시대이지만 생활환경에 대한 불만이 나날이 커진다는 연구결과가 우리를 우울케 한다. 미래의 주인공인 그들이 바로 성장하게 하기 위해서는 우선 자주·자립의 정신을 길러주는 게 급선무이다. 또한 민주·자유에 대한 왜곡된 인식을, 그리고 애국 애족의 높은 가치를 알게 해줘야 한다.

둘째, 백의종군(白衣從軍)의 정신이다. 어느 시대나 사람 사이, 정치가들 사이에는 모함을 일삼는 무리들이 있기 마련이다. 한결같이 그들은 잘못은 네 탓이고 공적은 내 덕임을 내세운다. 충무공 이순신장군도 모함으로 벼슬에서 쫓겨났다. 그러나 위기를 맞아 현실을 외면할 수 없어 한 낱 병졸의 자격으로 전쟁에 임해  적과 싸우는 백의종군의 거룩한 정신을 보여줬다. 병역을 기피하기 위해 수단 방법을 가리지 않았던 무리들이 각성해야 한다.

애국애족 이념 살려야

셋째, 유비무환(有備無患)의 정신을 이어 받들어야 한다. 이순신 장군께서는 일찍이 왜적의 침략을 예견하고 거북선을 만들고 군사를 훈련시키는 등 만반의 태세를 갖추었다. 군대군비를 확충하며 평화를 논할 수 없다는 젊은 세대들의 시국관에 대해 역시 걱정을 하는 국민이 많다.
작게는 선생님의 회초리가 곁에 있어 학생 훈육이 제대로 이뤄지듯 강한 군사력이 있어야 내가 내 구실을 할 수가 있는 법이다.

오늘 이순신 장군 탄신일을 맞아 적국이었던 일본에서마저 존경, 추앙했던 장군의 교훈을 오늘에 되살려 자주국방, 애국애족, 수출입국, 동족 동락의 기본이념을 살려 나가야 한다. 우리가 오늘 과거를 거울삼듯 우리는 훗날 후손들의 거울 안에 머물게 될 것이다. 어떤 모습으로 남게 될지 걱정스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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