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진섭 / 시조시인·청주시인회 전문위원

뒤뜰 앵두나무 사랑채 한 칸 딸린 집. 수 백 년 터로 지킨 용마루 기와곡선. 이 계절 다 가고 나면 진흙 속에 사랑 돋다 /  몸으로 울어대는 크고 작은 풀벌레. 가슴 속 그리움 바람 타고 밀려오면. 분홍 빛 뜬구름 사이 하루해를 쫓고 있다 /  찌든 삶 속앓이를 장독대에 팽개치고. 냉이 캐며 꿈을 심던 그 옛날 냇가에서. 어느덧 발목을 잡혀 장승으로 서 있다.

터(場)라는 제하의 시조시 한 수이다.

청주지역에 지형이름에 걸 맞는 정북동이라는 마을이 있다. 20여호의 민가를 마치 아늑한 태실(胎室)처럼 감싸고 있는 거대한 토성이 있는데 90년 말 충북도 기념물로 관리되어오다가 그 중요성이 필연적으로 인정되어 99년 국가사적 제415호로 승격 지정된 주요 사적지이다.

이 토성은 미호천평야의 중심에 위치한 평지토성으로서 정확한 축조연대는 알 수 없으나 출토된 유물로 보아 청동기 말이나 원3국시대인 2~3세기 경에 축성된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또한 영조 20년(1744) 상당산성의 승장이었던 영휴께서 한 ‘상당산성고금사적기’에는 견훤이 궁예의 상당산성을 탈취하고 작강(鵲江), 즉 까치네 옆에 토성을 쌓고 창고를 지었다는 기록이 있다.

남북으로 약간 긴 방형 형태로서 성안의 중심에는 동서를 가로질러 농로가 있고 성벽의 단면은 사다리꼴로 동·서·남·북을 가리키고 있으며 특히 4면 성벽의 중간에는 문이 있던 절단부가 있는데 남문과 북문자리는 좌우의 성벽이 엇갈리게 축조된 옹성의 초기형식으로서 그 규모는 높이 3.5~5.5, 폭 상부2 하부 11.9, 길이 동벽 185·서벽 165·남벽 155·북벽 170으로 전체 675m의 웅장한 성벽의 형체를 지니고있다.

청주시에서는 한대수 시장의 ‘문화도시 청주 만들기’사업의 대명제 방침에 따라 한반도에는 거의 찾아 볼 수 없는 청동 말기 또는 원삼국 시대의 평지 방형 토성을 복원·육성하기 위한 사적지보존 사업이 적극 추진 중에 있다.

정북동 토성이 그 원형을 찾아 아름답게 복원되어 세계적인 고대 문화유적지로서 새롭게 탄생되기를 마음 조아려 기대해본다.

SNS 기사보내기
기사제보
저작권자 © 충청매일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