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천군 백곡저수지에서 4∼5㎞ 정도 떨어진 차령산맥 줄기 끝에 자리잡은 백곡면 사동리.

마을 뒤편엔 해발 600m 높이의 만뢰산이 솟아 있고 산줄기를 따라 마을이 형성된 전형적인 시골 동네로 지구머리라고 도 부른다. 만뢰산 꼭대기에 아홉 개의 연못이 있었다고 해 붙여진 이름이다.

마을 가운데로 흐르는 시냇물가에 경운기를 세워 놓고 커다란 드럼통에 계곡물을 받고 있는 농부들을 볼 수 있다. 드럼통에 물이 차면 경운기로 산아래 밭까지 운반해 타들어 가는 고추 포기 포기마다 호스로 물을 주고 있었다.

산비탈 밭 2천여평에 1천평씩 고추와 옥수수를 심은 이 마을에 사는 김씨(64·여)는 커다랗게 자랐어야 할 옥수수와 고추가 난쟁이처럼 쪼그라들자 그저 속만 탈 뿐이다.

김씨는 이달 중순부터 옥수수를 팔아 200만원 정도의 수익을 기대하고 겨울부터 비닐하우스에 옥수수 모종을 심는 부지런을 떨었으나 인건비는 고사하고 비료값과 비닐값 등 재료비만 날리게 됐다.

고추도 시들시들하기는 마찬가지로 족히 1m는 자랐어야 하지만 겨우 30∼40㎝정도. 어른 손가락 크기의 고추가 달려있어야 할 고추는 겨우 어린애 새끼 손가락 크기밖에 않된다.

김씨를 비롯한 마을 주민들은 조금이라도 어떻게 해보려고 새벽부터 300∼400m나 떨어진 만뢰산 계곡물을 끌어오려 호스를 연결했다. 만뢰산 계곡물을 놓고 주민들간에 말다툼도 종종 벌어진다.

싸움이 벌어질 만도 하다. 계곡을 따라 밭과 논들이 형성된 전형적인 천수답인 이곳은 해마다 계곡물로 모도 심고 밭작물을 재배해 왔다. 계곡물이 마르다 보니 한쪽 집에서 물을 많이 퍼 가면 다른 집에서 쓸 물이 없어 당연히 그 집 작물은 타들어가 서로 물을 더 쓰기 위해 다툴 수 밖에 없다.

이 마을 주민들은 약 3만여평의 밭농사와 2만여평의 논농사로 생계를 잇고 있다.

논농사보다는 밭농사가 지구머리 주민들의 주수입원으로 고추와 담배, 옥수수를 주요 작물로 심어왔다.

밭작물에서 겨우 몇백만원이라도 모을 수 있기 때문이다. 올해는 긴 봄가뭄으로 밭작물 수확량이 지난해 30∼40%정도 수준으로 떨어질 것으로 보이는데다 품질은 말할 것도 없을 정도다.

주작물 중 하나인 담배도 다음주부터 수확에 들어가야 하지만 언제부터 담뱃잎을 따야 할 지 모른다. 3천평에 담배를 심으면 보통 1천500만원의 수익을 얻는다.

6월 중순부터 9월초까지 10여차례에 걸쳐 담뱃잎을 따내지만 올해는 5∼6차례 담뱃잎을 따내면 그나마 다행이다.

이같은 사정은 이 곳만의 걱정이 이니다. 충북도내 대부분의 농가가 겪고 있다.

도내 2천570㏊에 심은 밭작물이 시들고 있고 고추가 1천㏊로 가장 큰 피해가 예상되고 있다.

논도 990㏊가 물이 말라 이 중 3㏊는 갈라지기까지 하는 등 벼와 밭 작물이 극심한 가뭄으로 수확량이 크게 감소해 농민들의 시름이 깊어질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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