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창 식 <세명대 미디어문학부 교수>chang-0715@hanmail.net

남한강은 충북 북부지역의 상징적인 물길이다. 남한강 유역의 교역민속은 강과 연결된 내륙문화에 많은 영향을 미쳤다. 전통사회에서 수운과 조운은 한정적인 면을 보이지만 선상의 교역은 연중적이고 이른바 강변문화를 형성했다.

배를 이용한 물자교류는 민속문화의 기반과 성격에 작용했다. 선상 역시 목계, 북진, 상진, 하진 나루처럼 농·상업마을을 형성했던 것이다. 강을 따라 형성된 마을마다 서낭당, 산신당 등이 고루 분포돼 있고 자연스럽게 강치성, 산치성 신앙의식이 뚜렷하게 나타난다.

교역이 활발히 이뤄지는 곳에는 별신제가 발달했고 농사가 크게 이뤄진 마을에는 기우제가 발달됐다. 이처럼 남한강 유역 사람들의 신앙의식은 친자연적 사유체계와 결부돼 있었고 불교가 유입되자 왕실 기원의 배후처로 존속한 흔적이 보이고 개인은 기자신앙적 기복의식이 남아 있다.

유교 역시 향교를 중심으로 통과의례와 조상 섬기기 등에 영향을 미쳤으나 하층민의 생활 전반에까지 뿌리가 깊게 내리지 못했다. 선비적 기풍은 주자가례에 따라 의례화된 측면이 있다.

남한강에 집약한 연구의 메카로 충주, 제천, 단양이 연계축이 만들어져야 한다. 물이 소중한 시대에 물을 이용한 관광자원의 활용은 대단히 중요하다. 물과 산 때문에 충북 북부지역을 찾아오는 사람들이 늘어가고 있다. 이에 부합하는 시설도 앞서 살핀 민속의 원형을 이용해 삶의 질을 강조하는 눈높이로 만들어가야 한다.

남한강 문화콘텐츠 개발은 시급하다. 지금까지 관광 인프라와 이미지 홍보에 치중했다면 장단기 전략으로 민속콘텐츠를 새롭게 창안해 감동의 충북, 남한강 민속이 살아 숨쉬는 충북 만들기에 나서야 한다. 문화감성 시대에 삶의 에너지를 얻기 위해 가장 가고 싶은 곳이 청풍호반이라고 떠올릴 수 있도록 남한강의 옛 민속을 가동하고 오늘날 문화와 접목해 나가야 한다.

충주댐이 만들어지면서 침체의 길이 보였으나 관광이라는 이름으로 단양은 변화하고 있다. 그러나 여전히 과거 영화를 누리고 나루문화를 통해 정체성을 보여주던 예전과는 다르다. 물이 소중한 시대에 물길의 필요한 의미를 찾아야 한다. 물도 생명의 문화상품이 되고 있다.

뗏목이 재현되고 황토돛배가 관광볼거리로 등장하고 짐배놀이가 축제판에 등장하고 남한강 옛 노래가 현대가요에 수용되고 있다. 이 정도의 퇴고적 발상에서 머물러서는 안 된다. 남한강 민속문화 유산은 문화콘텐츠로 만들어 지역을 살리고 찾아오는 사람들에게 감동의 물살을 느끼도록 해야 한다. 물자원의 보호와 아울러 옛문화를 오늘날 5일제 놀이문화로 살려내야 한다.

남한강 잠재자원을 소재로 한 다양한 상품의 개발은 이 지역의 민속 속에 내장돼 있다. 특히 마음이 담긴 테마형의 관광브랜드 상품을 개발해 육성해야 한다. 레프팅과 뗏목, 물놀이와 유람선 타기, 수상레포츠와 선사유적 체험 등을 패키지 상품으로 가능성이 충분하다.

충주에서는 목계민속마을을 살려내고, 제천에서는 북진생태마을을 만들고, 단양에서는 수양개전시관과 연계된 시루뫼 강마을을 재현해야 한다. 예전의 민속을 활용하되 오늘 날 편의 시설과 접목시키는 전략적 대안이 시급하다. 자연친화적 남한강형 모델을 만들되 남한강 이미지가 스며있게 형상화되도록 장기적으로 모색돼야 한다.

남한강은 살아 있다. 살아있는 강이기에 21세기 문화 감성시대에 부합하는 자연유산이다. 선거 기간에 지역의 지도자가 되겠다는 이들이 지역현안과 지역역사에 대해 거의 공부하지 않고 있다는 사실이 지적됐다. 거창한 공약보다 지역문화를 공부하고 이를 활용하는 길 찾기를 통해 잘 사는 지역 만들기에 노력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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