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의 룡천 역에서 대형 폭발사고로 북한 동포 수 천명이 숨지거나 다쳤다. 폭발사고는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중국 방문을 마치고 귀국하던 지난 22일 발생했다. 이 같은 기묘한 시점의 일치는 김 위원장을 노린 테러였다는 설을 만들어 내고 있다.

아직까지 단순 사고 가능성이 더 커 보이지만 중국 단둥(丹東) 소식통들 사이에서 ‘김 위원장 암살 기도설’이 흘러나와 뭔가 석연치 않은 구석도 있어 보인다. 지난 18일부터 나흘동안 전격적으로 이뤄진 김 위원장의 중국 방문은 국제사회의 큰 주목을 받았다.

중국 방문을 계기로 북한이 개혁·개방에 가속도를 낼 것인지도 큰 관심거리로 등장했다. 북핵 문제 해결에 돌파구가 열릴 것인지 역시 초미의 관심사가 됐다. 북한의 경제상황을 고려할 때 개혁·개방은 불가피해 보인다.

핵 문제 해결도 경제난 해소에 필수적 요소인 만큼 북한의 태도에 가시적인 변화가 있을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김 위원장도 중국 방문 당시 중국의 개방정책에 깊은 관심을 보였다.

적절한 지원시기 택해야

북한의 전향적인 태도변화와 개혁·개방을 기대하긴 힘들다. 김정일 암살음모설이 나올 정도여서 낙관론은 더욱 아니다. 중국 단둥 소식통들은 김 위원장이 원래 이날 오후 1시께 룡천 역을 지날 예정이었다고 한다. 하지만 암살 기도를 우려, 오전 4시30분께로 시간을 앞당겨 룡천을 통과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암살 기도설을 뒷받침하는 상황은 또 있다. 북한은 지난 23일 돌연 전화통지문을 보내 다음달 4일부터 평양에서 열릴 예정이었던 14차 남북 장관급회담을 연기하겠다고 시사했다. 북한은 이번 사고를 계기로 남북 장관급 회담에서 대한민국 정부로부터 가장 큰 인도적 지원을 이끌어낼 수 있었다.

중국과 북한이 밝힌 사고원인 차이도 관심을 끈다. 북한 외무성은 당초 다이너마이트를 실은 열차를 본선에서 측선으로 옮기던 중 고압선과 접촉해 폭발이 일어났다고 했다. 반면 중국 관영 신화통신은 화물열차에 실려있던 질산암모늄이 유출돼 폭발이 발생했다고 보도했다.

북한 관영 조선중앙통신은 24일 당초 설명과 달리 “질산암모늄 비료를 실은 화차와 유조차를 갈이 하던 중 전선에 접촉해 폭발사고가 발생했다”고 발표했다. 그러나 김 위원장에 대한 암살 음모설은 아직 근거가 희박하다.

어찌됐든 북한 룡천 역 폭발 사고는 6·25전쟁이후 한반도에서 유례를 찾아보기 힘들 정도의 대 참사로 기록됐다. 정부와 국민 모두 진정한 동포애와 인도주의 정신에 입각해 사태수습 및 구호·복구작업에 나서야 한다. 동포가 처한 어려움에 조건은 없다.

물론 돕는 방식은 과거와 달리 체계적이어야 한다. 그래서 남북한이 서로 ‘따뜻한 관계’에서 함께 살아갈 수 있음을 증명하고 증거할 수 있어야 한다. 북한 역시 우리의 지원이 동포애와 인도주의 정신에 입각하고 있음을 인식해야 한다. 또 피해상황을 빠르고 정확하게 공개, 국제사회의 도움을 빨리 받아들여 일단 사태를 수습해야 한다.

북한은 80년대 서울 등지의 혹심한 홍수피해로 우리가 어려울 때 북한 쌀과 포목 등을 지원해 줬다. 대한민국도 적극적인 구호·복구 방안을 모색해야 한다. 특히 적절한 지원 시기를 놓치면 안 된다.

준 것보다 받을 것에 감사

북한 룡천 역 폭발사고는 1977년 11월11일 전북 이리 역 폭발사고가 회상되는 사건이다. 이리 역 참사는 단 하루만에 철도 소통이 재개됐다. 신속한 복구 작업 덕이다. 그러나 룡천역은 25일 현재 사고지역 일대가 철저히 차단돼 있다. 음모설도 가라앉지 않고 있다.

그러나 생명은 소중하다. 위독한 부상자들을 빨리 치료해야 한다. 북한의 의료시설은 매우 열악한 것으로 알려져 의료지원대책이 가장 급해 보인다. 북한은 이제 국제사회의 선의를 기꺼이 받아들여야 한다. 나만 있고 우리가 없으면 외롭다. 북한은 이번 참사를 통해 국제 현실을 몸으로 알게 됐으면 한다. 국제사회와 손을 잡는 것은 득이지 결코 실이 아니다.

북한 지원은 우리에게 ‘슬픈 효과’로 되돌아 올 수도 있다. 서로의 이념이 다르고, 생각이 달라서 오는 문제는 어쩔 수 없다. 하지만 내가 준 것보다 받을 것에 감사하면 된다. 남북이 이 기회에 오래된 포도주처럼 정을 푹 익혔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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