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 미호천, 야생동물의 보고(寶庫)(충북 진천군 이월면 중산리 중산교~진천읍 가산교)

▲ 진천군 이월면 중산교부터 진천읍 가산교 구간은 미호천이 야생동물의 보고라는 가능성을 보여준 구간이다. 이 구간에서 만난 족제비.

 

꿩·족제비·쇠백로·왜가리 등 서식

삵의 흔적·너구리 사체 등 발견

모래톱·여울 등 자연하천 모습 간직

미호천을 답사하는 동안 몇 차례의 비를 맞았다. 대부분 비를 맞고 걸을 만한 정도였다. 워낙 여름 가뭄이 심했던 터라 오히려 비를 맞아도 좋으니 비다운 비가 내려주기를 바랐다. 8월 마지막 주 충북 진천군 이월면 중산리 중산교에서 진천읍 가산리 가산교 구간 약 5km를 답사하는 동안에도 날씨가 궂었다. 가랑비가 오락가락했고 모자가 날아갈 만큼 바람이 불었다.

날씨는 궂었지만 미호천 답사 중 몇 가지 기적을 꼽는다면 그중 한 가지 기적이 바로 이 구간에서 일어났다. 전문사진가가 아닌 일반인이 나비와 잠자리 등 날개달린 곤충이나 새, 야생동물을 카메라에 담는다는 것은 기적과 같은 일이다. 야생동물은 본능적으로 주변의 움직임에 대해 매우 민감하게 반응하고 발 빠르게 숨어버려 눈으로 보는 것조차 어렵기 때문이다. 사람의 소리는 특히 더 경계한다. 그런 야생동물을 사진에 담는다는 것은 우연으로 인한 기적이 수반되지 않으면 불가능하다. 전문사진가들도 한 장소에서 기다려야만 볼 수 있는 야생동물의 움직임을 지나가다 우연히 카메라에 담는 특별한 행운을 얻은 구간이다.

이 구간에서 만난 첫 번째 행운은 우리 텃새인 꿩의 일가족을 볼 수 있었던 것이다. 이월면 중산리 미호천에서는 중산리와 사곡리를 따라 흘러온 소하천이 합류한다. 이 소하천 제방과 미호천 제방이 만나는 길목 제방 덤불속에서 사람의 인기척을 느낀 꿩의 가족이 급히 무리지어 다른 곳으로 이동하는 장면이 포착됐다. 급하게 셔터를 눌렀지만 꿩의 뒷모습만 카메라에 담을 수 있었다.

꿩의 가족 중 수컷은 사냥을 나간 것인지 보이지 않았고 아기꿩들과 덩치가 큰 어미꿩(까투리)만 보였다. 꿩은 꿩과에 딸린 텃새이다. 닭과 비슷하며 날개 길이는 대략 수컷이 23cm이고, 암컷은 20cm가량이다. 꽁지는 수컷이 32~56cm, 암컷이 26~31cm 정도다. 수컷을 장끼라고 불리는데 등에는 검은색과 누런 색깔의 얼룩무늬가 있고, 허리 아래는 푸른색을 띠고 있다. 장끼가 화려하고 아름다운데 비해 암컷인 까투리는 황갈색이고 검은 갈색의 얼룩무늬가 보호색 역할을 해 마른 잡풀 속에 있으면 풀과 구분하기 어렵다. 까투리는 몸은 날씬하나 날개가 둥글고 짧아 멀리 날지 못한다.

꿩은 잡식성으로 나무 열매와 메뚜기 등의 곤충을 잘 먹는다. 우리나라에서는 본토와 제주도를 비롯해 육지와 4㎞ 이상 떨어지지 않은 큰 섬에는 두루 분포되어 있으나, 울릉도 및 먼 도서지방에는 서식하지 않는다. 전국 곳곳에서 고루 분포돼 있기 때문에 사냥꾼이나 밀렵꾼들에게 가장 만만하게 잡히는 새이기도 하다. 이제 꿩 사냥을 제도적으로 제한하거나 자제할 필요가 있다. 갈수록 꿩을 볼 수 있는 것이 어려워지기 때문이다.

꿩은 자연생태학적인 측면에서도 중요하지만 우리나라 민속학적으로 의미 있는 새다. 예로부터 전해 내려오는 속담이나 전설, 설화 뿐 아니라 꿩을 주인공으로 한 문학작품이 있을 정도다. 꿩이 주인공인 ‘장끼전’은 겨울철에 장끼·까투리 부부가 아홉 아들, 열두 딸을 데리고 먹을 것을 찾아 나갔다가 장끼가 덫에 걸려 죽고, 까투리는 장끼의 장례를 치르고 다른 장끼의 구혼을 받아 개가한다는 내용이다. 이것은 판소리로 불려 널리 알려졌으며 이 같은 내용이 민요로 되어 ‘꿩타령’, ‘까투리타령’ 등으로 구전되고 있다.

꿩과 관련된 이야기는 민요 외에 꼭두각시극에도 등장하며 평안감사 꿩사냥거리 등 문학의 다양한 소재가 되고 있다. 이처럼 꿩은 우리 민족과는 매우 친근한 동물로 인식되었고 설화·소설·판소리·연극 등의 주역으로도 등장하는 새다. 먹을 것이 귀하던 시절에는 가장 흔하게 사냥해 먹던 꿩이지만 이제 굳이 꿩이 아니라도 가축으로 대신할 수 있는 육류가 얼마든지 넘쳐나는 시대에 점점 개체수가 줄고 있는 꿩을 사냥할 이유가 없다고 본다. 이 구간에서 다시 기적처럼 만난 야생동물은 족제비다. 중산교에서 벗어나 삼용리로 향하는 길에 제방 둑 위에서 족제비새끼가 순간적으로 포착됐다. 셔터를 누르는 순간 제방 덤불숲으로 사라졌다.

족제비는 포유류로서 몸길이가 수컷 32∼40cm, 암컷 25∼28cm 정도이고, 꼬리길이는 수컷이 12∼22cm, 암컷 8∼20cm이다. 머리가 납작하고 주둥이는 뾰족하며 귀가 작다. 몸은 근육질로 가늘고 길며 네 다리는 짧다. 네 다리의 발가락 사이에는 물갈퀴가 있으며 발바닥에는 털이 거의 없다. 입 주위에는 흰 반점이 있다.

서식하는 장소는 평지에서 낮은 산에 걸쳐 물가에 많으며 헤엄을 잘 친다. 대부분은 지상에서 단독으로 생활하며 다른 짐승이 뚫어놓은 굴이나 나무뿌리 또는 인가 근처의 돌 밑 등을 둥지로 하고 있다. 후각, 청각은 뛰어 나지만 시각은 약한 야행성으로서 먹이는 뱀·개구리·조류 외에 귀뚜라미·메뚜기·여치 등의 곤충이나 쥐·토끼 등이다. 농가에서는 닭장의 닭을 습격하는 동물로서 환영을 받지 못하는 동물이기도 하다.

 가축을 대량 사육하는 농장이 아닌 일반 가정에서 가축 사육이 줄고 있고 하천주변에 자연생태계가 파괴되면서 이들 족제비들의 삶의 터전도 열악해 지고 있는 추세다.

미호천을 걸으며 직접 본 포유류 야생동물은 고라니가 전부였지만 삵의 배설물과 발자국, 너구리사체 및 배설물, 멧돼지 배설물 및 발자국, 족제비 배설물과 발자국 등을 접했고 족제비를 직접 봤다는 것은 미호천을 따라 이어진 하천둔치가 잘만 유지된다면 자연생태적 보고(寶庫)로서 최적의 조건이 될 수 있다는 것을 확인한 셈이다.

중산리 중산교에서 신월리, 삼용리, 가산리로 이어지는 이 구간은 중간 삼용리 부근에서 약 2km 정도의 비포장 된 제방을 만날 수 있었다. 어쩌면 이 구간에서 야생동물의 흔적이 많이 발견되고 족제비나 꿩의 가족을 볼 수 있게 된 것도 비포장 제방 덕분이 아닐까 싶다. 여름이면 덤불이 우거져 사람이 다니기에 다소 불편하지만 동물들이 드나들기에는 시멘트 포장보다는 말할 나위 없이 좋은 환경이기 때문이다. 사람과 동물이 상생하는 길만이 더 이상의 자연파괴, 환경파괴를 막을 수 있다는 것을 감안하면 제방 비포장 길은 하천 생태계유지에 최적한 환경이라고 할 수 있다.

이 구간의 물길 역시 물길이 갖추어야할 여러 조건을 잘 갖추고 있었다. 적당한 모래톱과 여울, 하중도가 중간 중간 있어 자연하천의 모습을 간직하고 있는 구간이다. 하중도에는 자연습지가 잘 살아 있었고 모래톱에는 왜가리, 쇠백로 등 오리나 물새가 서식하고 있는 모습이 보였다.

미호천 지킴이 전숙자씨는 “하천이 자연생태하천으로 모습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하천을 정화할 수 있는 습지가 하천주변에 잘 조성돼 있어야 한다. 이곳에서 자라는 여러 생물이 결국 하천의 물을 정화하고 생태계를 유지하는 역할을 한다”고 설명했다.

그런 점에서 이번 답사구간의 하천모습은 미호천이 자연생태하천으로서 어떤 모습이어야 하는지 그 모델을 제시한 구간이라고 할 수 있다. 단지 물속을 들여다보면 모래위에 녹조가 심하게 끼어 물의 정화가 여전히 아쉬운 부분이다.

중산교와 가산교 구간에는 3개의 소하천이 합류한다. 첫 번째 소하천은 우안인 이월면 중산리와 사곡리로부터 흘러와 17번 국도가 지나가는 중산대교에서 합류되고 두 번째는 좌안에서 다래촌 방죽부터 삼용리를 거쳐 흘러온 소하천이며 세 번째 다시 우안에서 송두리와 동성리, 가산리로 이어진 소하천이 미호천과 합류한다.

 김정애기자(취재지원 미호천 지킴이 전숙자·임한빈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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