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교통대학교 행정학과

최근 무명가수 이애란의 ‘백세인생’후렴조로 사용된 ‘전해라’라는 말이 사회의 모든 부문에서 패러디되어 회자하고 있다.

노래 가사에 ‘육십 세에 저 세상에서 날 데리러 오거든 아직은 젊어서 못 간다고 전해라, 백 세에 저 세상에서 날 데리러 오거든 좋은 날 좋은 시에 간다고 전해라’는 부장님이 회식해도 ‘못 간다고 전해라’, ‘당원 가입 5분이면 된다고 전해라’와 같이 다양한 분야에서 패러디되고 SNS의 이모티콘으로도 사용되고 있다.

‘전해라’는 직접화법이라기보다는 간접화법이다. ‘전해라’라는 간접화법은 계급사회나 권위주의 사회에서 상급자가 하급자나 하층민에게 전달자를 내세워 명령하고자 할 때 주로 사용하는 단어이다. 이들 사회에서 상관이 아랫사람에게 직접 말한다는 것은 아랫사람과 동등한 지위가 되기 때문에 꺼린다.

그러나 백세인생의 ‘전해라’는 이러한 전통적 규범을 정반대로 만들어 놓고 있다. 계급사회에서 ‘전해라’가 힘이 있는 갑이 을에게 명령하는 방법으로 사용되었으나, 백세인생과 최근의 패러디는 을이 갑에게 자기의 의견을 표현하기 위한 수단으로 사용되고 있다. 백세인생은 우리의 생명을 주관하는 염라대왕에게 힘없는 중생의 자존심을 표현하고 있다. 그리고 패러디하는 대부분이 을을 주체로 하고 있다. ‘부장님에게 전하라’, ‘시어머님에게 전하라’, ‘선생님에게 전하라’라고 한다. 정치권에서도 친박계의 물갈이 공세에 유승민계는 ‘나도 한때 친박이었다고 전해라’라면서 을의 마음을 표현하고 있다.

올 한해 유난히 우리 사회에 갑질이 보통사람인 을의 마음을 아프게 했다. 연말 몽고 간장 김만식 명예회장의 운전기사에 대한 갑질로 마무리하기까지 끊이지 않는 갑질에 대해 ‘전해라’는 스트레스 해소이며 탈출구가 되고 있다.

우리 사회는 아직도 계급사회와 권위주의 사회의 ‘전해라’ 전통이 남아 있다. 갑질로 물의를 일으킨 조현아는 자기가 직접 사과하기보다는 회사를 시켜서 사과하고, 몽고 간장 김만식 회장은 아들인 대표이사가 대신 사과문을 내고 있다. 대형사건에 대하여 대통령은 국무총리나 관련 장관이 ‘전해라’라고 하고, 정치권은 정쟁의 상대와 직접 대면하기보다는 매스컴에 ‘전해라’라고 한다.

지금의 ‘전해라’는 연말 폭폭한 서민의 마음을 전하고 있으며, 가지지 않은 사람의 답답함을 이야기하고, 힘없는 사람의 자조감이 함께 있는 카타르시스이다. 또한, 20년 고단한 무명생활에서 탈출한 가수의 반전 인생과 같이 흙 수저 인생의 존재감과 자존심에 소망을 담아 전하고 있다.      

‘전해라’는 을의 아이콘이다. ‘전해라’화법이 뜨고 대중의 공감을 얻는다고 국민과 함께하지 못하는 정치인이, 직원과 함께하지 못하는 사장이 가진 것을 자랑하기 위한 갑질 수단으로 사용한다면 ‘망한다고 전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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