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교통대학교 행정학과

매년 교수신문은 한 해를 마무리하는 사자성어와 새해 희망을 담은 사자성어를 발표하고 있다. 2015년 새해의 사자성어로 교수신문은 ‘근본을 바르게 하고 근원을 맑게 한다’는 의미의 정본청원을 선정했다. 정본청원은 상식이 통하는 사회 또는 기본을 세우고 원칙에 충실한 사회를 희망한다는 염원을 담은 한서(漢書) 형법지(刑法志)에서 유래한 사자성어이다.

한 해를 마무리하는 시간에 정본청원을 기준으로 우리를 바라볼 필요가 있다. 먼저 정치를 보면 정치의 근본은 국민이 인간다운 삶을 살 수 있도록 서로의 이해를 조정하고 사회 질서를 바로잡는 것이다. 정치가 그 근본을 지켰는가? 지금 정권은 100일 앞으로 다가온 총선의 선거구 획정도 하지 못하고 있고, 각 당은 공천의 기본 규칙도 없이 이전투구하고 있다. 올 한해 정치권은 근본을 위해 싸우기보다는 자기 밥그릇 챙기기에 여념이 없었다.

경제는 인간 생활에 필요한 재화나 용역을 생산ㆍ분배ㆍ소비하는 모든 활동을 의미한다. 우리의 경제체제가 건전하고 상식이 통하는 경제활동으로 생산성과 이윤을 창출했는가? 우리의 지난 1년의 경제활동을 보면 건전한 경제활동보다는 갑질과 근로자 착취로 가지지 않은 사람들을 힘들게 한 사건이 너무도 많았다.

사회적으로 보면 매년 서민은 상식이 통하는 사회를 희망한다. 그러나 우리 사회에는 아직도 정상이 비정상으로 둔갑하고 비정상이 정상 행세를 한다. 유전무죄 무전유죄(有錢無罪 無錢有罪)는 법조계의 전관예우로 변하지 않고 가장 깨끗하고 모범이 돼야 할 교육계는 총장을 둘러싼 갈등, 성추행, 논문 표절로 얼룩져 있으며, 메르스 사태에서 보듯이 병을 고쳐야 할 병원이 병을 확산시키는 곳이 됐다. 착하고 선한 사람이 손해를 보고, 무능한 사람이 공사 사장이 되고, 난폭운전자가 빨리 가고, 금수저 흙 수저 계급론이 지배하며, 세금이 무서워서 기부를 꺼리도록 하는 사회, 상식보다는 상식이 아닌 것이 통하는 사회로 우리를 슬프게 한 것이 너무도 많은 한 해였다.

장자(莊子)의 무위론에 의하면 ‘근본원리는 있다고도 없다고도 할 수 없다’면서 근본원리의 실체에 대하여 의문을 가진다. 그러나 이러한 생각을 할 수 있는 사람은 상식이 있는 사람만이 할 수 있다. 상식이 없는 사람에게 근본원리는 의문의 대상이 아니고, 자기가 생각하고 행동하는 것이 상식이고 근본원리라고 생각한다.

이처럼 상식 없이 근본원리를 알지도 못한 일들이 지역사회에서도 정상적인 것처럼 존재하고 있다. 근본을 지키지 않아서 국회의원과 자치단체장의 지위를 상실하고, 지방의회는 주민보다는 감투싸움으로 허송세월하고, 권력을 사익을 위해 사용하고, 법을 잣대로 근로자의 권익을 보호하지 않고, 갑질을 가진 자의 특권으로 생각하고, 이데올로기란 명분으로 편 가르기를 하는 사회를 극복하지 못했다.

이처럼 정본청원하지 않고 한 해를 보내니 교수신문은 ‘세상이 어지럽고 도리가 행해지지 않는다’는 혼용무도(混庸無道)를 2015년을 축약하는 사자성어로 선정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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