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 논의 생태계 살릴 논우렁이(충북 진천군 이월면 미잠리 쌍호교~중산리 중산교)

▲ 장양리 일대 일부 논에서 발견한 논우렁이. 농산물 수입개방에 따라 가격경쟁력에서 우위를 점할 수 있는 친환경 쌀 농법에 이용된다. 논의 생태계를 회복할 수 있는 유일한 희망이다.

식성 이용 제초제 대신 잡초제거

친환경 농법 상징으로 자리매김

쌍호교~중산교, 자연물줄기 유지

칠장천 등 하천 합류로 물길 확대

음성군 일대보다 깨끗…습지 보존

미호천 네 번째 지천인 칠장천과 만나는 충북 진천군 이월면 미잠리 쌍호교에서 부터 중산리 중산교에 이르는 약 4km구간은 비교적 자연물줄기 형태를 고스란히 유지하고 있는 구간이다. 칠장천과 합류한 미호천은 조금 더 큰 물줄기를 형성하면서 17번 국도가 지나가는 사당교 아래를 흘러 미호천의 다섯 번째 지천인 금곡천과 합류한다. 이어 진천군 이월전기전자농공단지 앞 세월교를 지나고 여섯 번째 지천인 장양천과 합류한 후 이월면 중복길을 따라 장양교를 지나, 진천이월농공단지, 일반산업단지를 끼고 흐르는 소하천과 합류해 중산교 아래로 흐른다.

미호천의 3개 지천과 두 개의 소하천이 만나는 구간으로 지도상으로 전체를 보면 미호천 우안 방향으로 반달모양으로 굽이져 지금까지 걸었던 구간 중 자연스러운 하천의 형태가 제법 살아 있다. 특히 여러 개의 하천이 합류하므로 수량이 많아져 물줄기가 커지는 구간이기도 하다. 제방 둑도 아직 비포장 도로여서 물길이 제모습을 유지하는데 여러 가지 좋은 조건을 간직하고 있는 셈이다.

사람이 다니기 불편하다고 마구잡이식으로 시멘트로 포장되지 않기를 바랄 뿐이다. 자칫 물길의 흐름을 변경해놓기 때문이다.

네 번째 지천인 칠장천은 경기도 안성시 죽산면 칠장로 칠장산(492m)에서 발원한 물줄기다. 이 칠장천은 칠장사를 거쳐 진천군 광혜원면 두교리 광혜원 저수지에서 쉬었다 다시 행정구역이 바뀌어 경기도 죽산면 당목리 당목천과 합류한다. 당목천과 합류한 칠장천은 맹수령들과 바들말, 광혜원면소재지를 지나 월성리를 끼고 흐르다 행정구역이 변경되는 음성군 대소면 내산리를 거쳤다 다시 진천군 이월면 사당리에서 미호천 물줄기와 합류한다.

다섯 번째 지천인 금곡천은 광혜원면 덕성산 구암리에서 시작돼 구암저수지에 들어와 잠시 숨을 고르고 금곡리 진천광혜원농공단지 앞을 지나 사산교에서 죽현리서 흘러 내려온 소하천과 합류해 내촌리 당골교를 지나 미잠교에서 미호천과 합류한다.

여섯 번째 지천인 장양천은 진천군 이월면 신계리 무이산과 덕주봉 사이에서 시작돼 이월저수지에 머물다 이월면사무소 소재지 송림리를 지나 장양리에서 미호천과 합류한다. 이렇게 모아진 물줄기가 신월교차로 앞을 지나 중산리로 흐르는 것이다.

칠장천과 합류하는 쌍호교에서 우안을 따라 걷다 사당교에서 부터 좌안을 따라 걸었다. 이 구간은 주변에 농공단지와 산업단지가 밀집된 곳이지만 수량이 많아지고 하수처리 시설이 어느 정도 갖춰진 탓인지 음성군 일대보다 깨끗하다. 덕분에 물길 중간 중간 부분적으로 습지도 잘 남아 있어 마름이 집중적으로 자생하고 있는 곳을 볼 수 있었고 일부 농경지에서 논우렁이를 발견할 수 있었던 것은 행운이다. 미호천 생태계가 그리 비관적이지 않다는 신호이기도 하다.

마름은 저수지나 하천 습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수생식물이다. 1년생 초본식물로 종자로 번식한다. 뿌리가 땅속에 있고 원줄기는 수면까지 자라며 끝에 많은 잎이 사방으로 퍼져서 수면을 덮고 물속의 마디에서는 우상의 뿌리가 내린다. 어긋나거나 모여 나는 것처럼 보이는 잎은 잎자루의 중간에 부레가 생기고 잎 몸은 길이 2~5cm, 너비 3~8cm 정도의 능형 비슷한 삼각형으로 위쪽 가장자리에 불규칙한 치아상의 톱니가 있다. 7~8월에 피는 꽃은 흰빛 또는 약간 붉은빛이 돈다. 열매는 뼈대같이 딱딱하며 도삼각형으로 크고 2개의 뿔이 있다. 어린잎과 줄기는 생채로, 또는 데쳐서 나물로 먹거나 묵나물로 이용한다. 열매는 능이라 하여 삶아 먹을 수 있는데 속살이 하얗고 밤처럼 고소해 다식이나 떡, 죽을 만들어 먹기도 한다. 이 마름은 민간요법으로 유선염이나 자궁암, 피부암, 해독, 해열, 허약체질 등에 좋다고 전한다.

장양리 부근 물길 제방 주변 농경지에서 본 논우렁이는 농약을 사용하는 논에서는 살수 없어 친환경 농법의 상징처럼 여겨지는 논의 대표적인 생물이다. 우렁이는 우렁이과에 딸린 민물에 사는 고둥의 총칭으로 참우렁이, 쇠우렁이, 큰논우렁이, 논우렁이 등이 있다. 주로 논이나 연못의 진흙이 많은 곳에서 산다. 겨울 동안은 흙 속에 들어가 지내고 봄이 되면 나와서 기어 다닌다. 암컷은 겨울 건조한 논바닥에서 산란하는데 몸 안에서 알을 까 새끼를 낳는 특징이 있다. 보통 한 해에 40~80마리를 낳아 번식력이 좋은 편이다. 암컷과 수컷의 구분이 쉬운데 암컷이 수컷보다 몸집이 크고 수컷은 더듬이 끝이 꼬부라져 있다.

논우렁이는 다슬기나 달팽이처럼 딱딱한 껍데기를 지닌 연체동물과에 속한다. 우렁이는 도시에서도 흔히 볼 수 있는 달팽이와 생김새가 비슷한데 달팽이처럼 몸이 나사꼴의 껍데기로 덮여 있다. 하지만 달팽이와 달리 껍데기 주둥이에 뚜껑을 갖고 있다. 이 뚜껑은 적으로부터 몸을 지키는 역할을 한다. 달팽이는 허파로 숨을 쉬지만 우렁이는 물속에서 아가미로 숨을 쉬며 이동할 때는 배의 다리로 기어 다닌다.

식성은 플랑크톤, 물풀, 이끼나 작은 수중생물 등 아무것이나 먹는 잡식성이며 오리, 잉어, 백로 등에게 잡아먹힌다. 최근 이러한 우렁이의 먹이 습성을 이용해 토양과 수질을 오염시키지 않는 친환경 농법이 각광받고 있다. 제초제를 대체할 수 있는 자연 생물인 셈이다.

경지정리 전, 농약사용이 없던 시절에는 전국 어떤 논에서나 논우렁이를 볼 수 있어 사람들의 요긴한 간식거리였다. 우렁이를 삶아 뾰족한 것으로 몸체를 빼낸 후 내장을 제거하고 몸체만 먹는데 그 맛이 쫄깃하다.

장양리 일부 논에서 우렁이가 살고 있다는 것은 논의 생태계가 비교적 양호하다는 의미다. 실제 진천군은 수년전부터 제초제를 대용할 수 있는 우렁이 종패를 무농약 이상 친환경 벼 인증 농가에 보급해 왔다. 올해의 경우 친환경 벼 재배 인증 공급대상 농가는 436곳 501㏊에 이른다. 쌀값이 하락하고 중국과 미국 등 농산물 개방시대에 친 환경쌀이 오히려 가격 경쟁면에서 우수해지는 현실을 감안하면 친환경 농사가 농촌의 희망이며 살길이기도 하다.

우렁이는 모내기 후 5~7일, 최대 10일께 10a당 5~7㎏을 풀어놓는 게 적정하다. 크기는 3개월 정도 자란 20~30g 때 방사하면 자연환경을 파괴하지 않고 제초 효과를 극대화할 수 있다.

오래전 우리 들녘에서 자연스럽게 이뤄졌던 우렁이 농법의 고품질 쌀은 중국산 농산물이나 농약사용 쌀과의 경쟁에서 살아날 수 있는 대안이며 바른 생태농사의 길이기도 하다. 진천군 전체 농가가 우렁이 종패 공급 대상 지역이 된다면 진천을 떠났던 황새도 돌아올 테고, 죽었던 자연 생태계가 살아 날 수 있다. 주민들로서도 일석이조(一石二鳥)의 효과를 볼 수 있는 완벽한 일이다.

 김정애기자(취재지원 미호천 지킴이 전숙자·임한빈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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