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한솔 홍익불교대학 철학교수

나는 초등학교 때 산수가 형편없었다.

숙제는 해 갈 수가 없었고 수업 중에는 가끔 일어나서 벌을 받아야 했으므로 학교에 가기 싫어 견딜 수가 없을 지경이었다. 그런데 6학년 여름방학에 들어갈 무렵 나는 새로 부임한 담임선생님께 불려가 “너는 산에 오르기를 좋아하는 모양이니까 곤충을 채집해라. 열 가지 정도만 모으면 될 것이다. 그 대신 네가 싫어하는 산수 숙제는 면제해 준다”는 말을 들었다.

나는 얼마나 좋았던지 산이나 수풀을 헤매면서 20종류의 곤충을 잡아 표본을 만들었다. 방학이 끝나 이것을 제출하자 선생님은 이렇게 말하는 것이었다.

“음, 굉장히 많이 수집했구나! 잘했다. 이 정도 해낼 수 있다면 산수라고 못할 리가 있겠는가. 오늘부터 숙제를 내줄테니 해보라.”

그리고는 그날부터 매일 2문제씩 숙제를 냈다. 3학년 정도의 것이어서 그 자리에서 바로 풀 수가 있어 조금도 괴롭지 않았다. 1개월, 2개월 하루도 거르지 않고 풀어갔다.

초등학교를 졸업할 즈음 선생님은 우리 집을 방문해서 “잘해왔다. 훌륭한 거야. 너는 반드시 위대한 인물이 된다.” 하시면서 부모가 보는 앞에서 나의 머리를 쓰다듬어 주었다. 중학생이 되면서부터 내가 제일 자신을 갖는 과목은 수학 이었다.

어떤 대학교수의 체험담이다. 대견스러운 이야기 아닌가.

대개의 사람들은 욕심이 앞서 힘에 겨운 목표를 설정한다. 힘에 겨운 계획을 세우므로 아무리 열심히 한다고 하더라도 구멍이 나기 쉽다. 조그마한 장애에 부딪치더라도 어쩔 줄 몰라 하고 결국 중도에서 포기하고 만다.

그리고는 자기의 의지가 약하다, 행동력이 없다고 생각하고 자기혐오에 빠지게 되는 것이다.

아무리 작은 일일지라도 일단 설정한 목표를 어김없이 달성해 보라. 그 조그마한 성공이 보다 큰 앞날의 성공을 이끌어 주는 것이다. 목표를 크게 갖는 것은 좋다. 그러나 역량 이상의 계획을 세우고 한꺼번에 해치우려고 하는 태도는 현명한 것일 수 없다.

역시 실행할 수 있는 계획을 세우고 이를 확실히 달성해 나가야 한다. 고소 공포증이 있는 사람이라도 조금씩 올라가기 버릇하면 굴뚝 꼭대기에서 물구나무서기도 할 수 있게 되는 것이다.

자기의 역량에 맞는 계획을 세우라. 그리고 한 단계 한 단계씩 이루어 나가는 것이다. 그것이 의지력과 실행력을 배양하는 방법이며 행동가가 되는 비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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