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 충북 음성군 대소면과 진천군 이월면 접경지(삼호리 삼호교~미잠리 미잠1교)

▲ 충북 음성군 대소면 삼호리에서 삼성면 대사리부터 내려온 성산천과 미호천이 만난다. 왼쪽 물길이 성산천, 오른쪽 물길이 미호천이다.

삼호리서 세번째 지류 성산천과 합류

대소면, 대소 JC 생긴 뒤 발전…오염 심각

 

충북 음성군 대소면 삼호리 쇠머리마을에서 나와 삼호교로 이동했다. 황새마을로 알려졌지만 황새가 사라지고 황새가 둥지를 틀고 살았던 물푸레나무만 남아 있는 쇠머리 마을을 뒤로 하고 다시 미호천으로 발길을 돌렸다. 성산천과 미호천이 만나는 합수부에서부터 걷기 시작했다.

성산천은 음성군 황색골산과 마이산 사이부터 흐르기 시작한 물길로 대사리와 양덕저수지를 거쳐 용성리, 오류리, 삼호리, 삼정리에 이르는 작은 하천이다.

우리 일행은 대소면 삼호교를 건너 미호천 좌안을 따라(오태로 116번길) 걷기 시작했다. 삼호교는 한삼로를 따라 건너편 삼정리를 잇는 다리다. 미호천의 세번째 지류인 성산천과 만나는 삼호리는 조선시대에는 충주군에 속했었으나 고종 광무 10년에 음성군에 편입됐다. 1914년 행정구역 통폐합에 따라 오삼리, 연호리, 소죽리와 우두리를 일부 병합해 오삼(五三)의 삼(三)자와 연호(宴湖)리의 호(湖)자를 따 삼호리라 하면서 대소면에 편입됐다.

삼호리는 대소면 서남부에 위치하며 동쪽으로 삼정리, 서쪽으로 내산리, 남쪽으로 미곡리, 북쪽으로 오류리와 접하고 있다. 자연마을로는 황새가 살았던 쇠머리, 작은죽골, 연호동, 가래뭉치 등이 있다.

쇠머리 마을은 연호동 서남쪽에 있는 마을로 마을 근처의 지형이 와우(臥牛)형으로 이곳에는 쇠머리에 해당한다 해서 지은 이름이다. 쇠머리 마을에서는 진천군 이월면 미잠리로 넘어가는 고개가 있는데 이 지형이 우마의 질마처럼 생겼다 해서 질마고개라 부른다. 질마고개로 넘어가는 길에는 모중골이라는 골짜기 마을이 있다.

작은 죽골은 큰 죽골과 무지개샘, 장살미, 장살미들이라는 작은 자연마을들이 있다. 작은 죽골이라 부르게 된 것은 조리대나무가 많이 자생하고 있는 마을이며 무지개샘은 작은 죽골 동쪽에 있는 샘으로 오래전 샘에 무지개가 박혀 있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이다.

가래뭉치 남쪽에 있는 연호동은 상요골과 장터골, 언덕샘, 복데미들, 이주막, 아랫개보 등의 지명이 남아 있다. 복데미들은 이주막 남쪽에 있는 들로 과거에 복데미 보가 있어 이 물로 농사를 짓고 풍요롭게 살았기 때문에 붙여진 이름인데 1970년 경지정리 당시 사라졌다. 가래뭉치는 연호동 북쪽마을로 마을 앞 큰 샘에 가래풀이 많이 나서 가래뭉치라 했으며 사갑들, 장살미 고개, 자라명당 등의 지명이 남아 있다. 자라명당은 가래뭉치 북쪽에 있는 명당자리라 하는데 예로부터 풍수가들이 보고 감탄하던 자리라 한다.

삼호리를 따라 걸어내려 오면 중부고속도로와 평택제천 고속도로가 만나는 대소면 미곡리 대소 JC가 있다. 이 대소 JC가 생기면서 오지나 다름없었던 대소면이 발전하기 시작했다.

대소면 주민 이협구씨(56)는 “예전에는 음성군 삼성면이 더 컸지만 지금은 반대다. 대소 JC가 생긴 이후로 산업시설이 늘었고 인구가 증가하면서 발전하기 시작했다”며 “사람이 많아져 좋아지기는 했지만 미호천과 들녘의 환경면에서는 좀 관심을 가질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실제 미호천 전 구간 중 삼성면과 대소면 구간이 가장 오염이 심각한 상황이다. 대소면 삼호리를 벗어나 미곡리로 접어들면 산업폐기물과 함께 축산폐수가 오염의 주범으로 자리 잡고 있다.

대소 JC가 있는 미곡리는 미호천 변에 속해 있다해서 갯골, 가곡이라 부르다 미곡(美谷)으로 변한 것이다. 1760년 조선시대 ‘여지도서’에서 미곡리의 지명이 등장하는데, 충원현 방리조에 대조곡면(大鳥谷面) 원미동리(原美洞里)라 기록돼 있는데 이 지역이 바로 현재의 미곡리다. 추측해 보건데 ‘대조곡면(大鳥谷面)’이라는 지명을 분석해보면 커다란 새가 있는 계곡이다. 계곡은 말할 것도 없이 미호천이며 큰 새는 황새가 아닐까 한다. 미호천에 날아드는 새 중에서 가장 큰 새가 황새인 점을 감안하면 어렵지 않게 추측해 볼 수 있는 대목이다.

미곡리는 대소면 중남부에 위치하며 동쪽으로 수태리, 서쪽으로 삼호리, 남쪽으로 진천군 이월면, 북쪽으로 삼정리와 접해 있다. 미곡리 자연마을로는 갯골, 텃골, 전재민촌 등이 있는데 갯골은 미곡리의 원래 이름이었던 곳으로 마을이 아름답다 하여 가곡(佳谷)이라 부르다 후에 미곡리가 된 것이다. 이 외에 갯골에서 삼정리 신금절로 넘어가는 새터고개가 있고 갯벌 동쪽에 있는 골짜기로 토지가 메마르고 토박해 농사를 지으나 마나라는 뜻의 허재, 학이 날아와 놀다 갔다는 학 샘, 기와집이 있다 해서 붙여진 기와집말 등의 지명과 마을이 남아 있다.

텃골에는 신대, 맑은 대, 뱅골고개, 신대들, 창보들 등의 지명이 있으며 전재민촌은 갯골 북쪽에 있는 마을로 자활농경자마을이었다.

미곡리와 사당리를 지나면 진천군 이월면 미잠리(美蠶里)다. 음성군에서 남쪽인 진천군으로 넘어가는 접경지로 접어들었다. 미잠리는 진천군청에서 북쪽으로 약 11km지점에 있으며 행정구역 통합당시 접경지인 음성군 대소면 미곡리 등의 일부를 병합해 미곡과 잠두리(蠶頭里)의 이름을 따서 미잠리라 했다.

미잠리의 자연마을은 괴말, 글맹이(신대), 누에머리, 미리실, 바람부리, 주막거리 등이 있다. 괴말은 미리실 동남쪽에 있는 마을로 밭이 괴여놓은 것처럼 다른 지대보다 높아서 괴말이라 한다. 글맹이는 옛날에 걸인뱅이가 정착해 부자로 살았는데 하인들의 식사용 쌀 씻는 물이 현재 미호천의 10리를 흘렀다고 한다. 어느 날 시주하는 중에게 쌀 대신 쇠똥을 주었는데 앞으로 더 부자가 되려면 뒷산의 막힌 곳을 잘라 놓으라는 말을 듣고 하인들을 시켜 산을 자르자 피가 솟아나와 갑자기 집안이 망하고 다시 걸인뱅이가 되었다는 전설이 있는 마을이다. 이때의 걸인뱅이가 글맹이로 변한 것이다.

누에머리는 바람부리 동쪽에 있는 마을로 산이 누에머리처럼 생겼다 해서 붙여진 이름이며 미리실은 미잠리에서 경치가 가장 아름답다고 해서 부쳐진 이름이며 바람부리는 미리실 서쪽에 있는 마을로 예로부터 바람이 세고 불이 자주 일어나 바람불이라 했으며 미호천과 네 번째 지류인 칠장천이 합류하는 지점으로 쌍호(雙湖)라고도 불린다. 주막거리는 미리실 앞 길가에 주막이 있는 마을로 경상도에서 서울로 가는 주요 길목이었다.

미잠리에 남아 있는 지명으로는 두레반 모양의 산이라 하는 두레봉이 있고 미리실방죽, 쌍호 서남쪽 골짜기인 밤디구레, 바위 모양이 범처럼 생겼다는 범 바위, 땅이 비옥해 쌀이 많이 났다는 살자리들, 칼날처럼 생겼다는 칼산, 남자가 수렁에 빠져서 여자에게 희롱 당했다는 족기리골 등이 있다.

삼호교에서 미잠 1교까지는 대략 4.2km로 미호천의 모양은 큰 굴곡 없이 대소 JC까지 직선으로 이어지다 대소 JC를 지나면서부터 우측 진천방향으로 조금 틀어진다. 전날 비가 내린 탓인지 하천물이 좀 불었고 부유물이 많은 황톳물이었다. 미잠리 부근에서 낚시하는 어부를 만났는데 물고기가 제법 잡혔다. 붕어, 피라미 등이 보였다. 흰뺨 검둥오리와 청둥오리, 두루미 등이 미호천에서 놀고 있는 모습도 흔히 볼 수 있었다. 하천에 많이 자란 줄이 비가 내려 물결 방향으로 엎어져 있다.

김정애기자(취재지원 미호천 지킴이 전숙자·임한빈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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