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진숙 / 국립청주박물관 자원봉사회

 

우리 산하는 하루가 다르게 녹색의 탑들이 세워지고 있다.  

겨울잠 자던 나무들이 서둘러 연녹색·올리브·그린 등 그림물감에도 갖춰지지 않은 초록행진이 이어진다. 싱그러움이 세상에 퍼져간다.

이런 푸르름 앞에 무엇을 더 바라랴. 우리가 이런 엽록소를 잘 가꿔 자손대대로 이어지길 바랄 뿐이다. 얼마 전만 해도 우리는 산에 갈 때 ‘꽃이나 나무를 함부로 꺾지 맙시다’ 혹은 ‘야외 정해진 장소에서 취사행위를 하지 맙시다’라는 자연보호 구호를 많이 외쳤다.

그 덕분에 몇몇 구호는 잘 지켜져 풍요로운 자연의 혜택을 누리고 있다.

기온이 오르자 박물관을 찾는 관람객이 늘었다. 우리 역사와 유물에 대해 관심을 갖고 있어 덩달아 한껏 자극이 되고 고무된다. 그런데 이런 분위기가 아쉽게도 가끔 깨질 때가 있다. 단체 관람객의 경우 관람에 앞서 지켜야 할 문화유산 행동강령(?)을 간략하게나마 짚는다.

박물관 전시실에서 사진기 셔터를 누르는 것도 삼가고, 어린 자녀들이 뛰어다니는 일은 다른 사람들에게 관람을 방해가 되니 피해야 한다.

유물이 심한 광선에 노출이 되면 손상을 입을 염려가 있으므로 사진 자료가 필요한 사람들은 박물관 소개 책자를 참고하면 좋겠다라는 요지의 말을 한다.

그런데 막상 전시실을 돌다보면 당혹스러운 장면이 생긴다. 우리는 어떤 작품을 감상 할 때는 눈보다 손이 먼저 앞서기도 한다.

손으로 만져봐야 그 작품의 진가를 아는데 흡족해 하는 사람들이 있다. 전시실 유리 진열장 안에 있는 유물은 눈으로 보고, 그렇지 않고 밖에 있는 것은 손끝으로 쓰다듬으며 감상하려 하는 경우다.

심지어 유물 위 직접 종이를 올려놓고 연필로 문지르며 즉석탁본도 불사하는 치명적인 열정파까지 있어 곤란을 겪는다. 몇 백년 더 거슬러 연대가 오래된 유물에 손상이라도 입게 되면 본래 모습을 다시 되돌려놓기는 어렵다. 유물이 얼마나 소중하다는 것을 알 기회가 없는 경우, 설사 그것을 안다해도 그런 행동들이 대수롭지 않게 여기는 사람들이 가끔 저지르는 실수다.

우리는 자연보호나 문화유산 보호 이런 것을 큰 목소리의 구호나 행동강령을 누가 강요해 지켜지기보다 자연스럽게 몸에 밴 우리의 성숙한 모습이 되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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