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교통대학교 행정학과

생물학의 진화는 전략적으로 이루어진다. 전략적이란 생존과 성공을 위해 환경이 주는 기회를 극대로 이용하고 위협을 줄이기 위해 자기의 강점을 최대로 활용하면서 약점을 극복하는 방법을 의미한다. 자연 생태계는 자신의 생존과 번식을 위해 자신의 강점을 더욱 강화하고 약점을 극복하는 방향으로 진화한다. 강한 부리를 가진 딱따구리는 부리를 더욱 키우고, 목이 긴 기린은 목을 더욱 키워서 높은 곳의 먹이를 더욱 쉽게 먹을 수 있도록 한다.

이와 함께 동식물은 환경의 위협으로부터 살아남기 위해서 자기 약점을 줄이는 전략을 사용한다. 이들이 사용하는 전략 가운데 가장 대표적인 것이 속임수 방법이다. 움직임이 느린 동물은 보호색으로 자신의 존재를 감추고 굴속에 자신을 숨긴다. 힘이 약한 동물은 오히려 자신이 위협적 존재인 것처럼 보여서 다른 동물로부터 자신을 보호하기 위해 경계색을 가진다.

자연 생태계에서 이러한 속임수를 약자만 사용하는 것이 아니다. 사자나 호랑이도 먹잇감을 사냥하고자 할 때 은폐와 엄폐와 같은 다양한 속임수 방법을 사용한다. 그러나 우리는 생존과 번식을 위해서 뻐꾸기나 매사촌이 다른 새의 둥지에 알을 낳아 그 새가 자기 알을 품고 부화하도록 하는 탁란(托卵) 행위를 잘못된 것이라고 이야기하지 않는다. 힘센 사자나 호랑이가 힘이 약한 영양떼를 숨어서 습격하는 약육강식을 비겁하고 치사한 짓이라고 이야기하지 않는다. 오히려 이것은 자연현상이며 자연의 법칙으로 받아들이고 있다.

토머스 홉스가 이야기하는 ‘만인의 만인에 대한 투쟁’의 장으로 인간사회에서 자신의 이익을 위해서 사용되는 가장 대표적인 방법이 자연 생태계와 같은 속임수 방법이다. 정치가는 권력을 얻기 위해 공약(空約)을 하고, 법률가는 정의를 유전무죄 무전유죄로 바꾸면서 법을 속이고, 학자는 명성을 위해 표절하고, 가진 자는 속임수 기법으로 갑질을 하면서 이익을 늘리고 있다.

자연 생태계에서 속임수가 자연의 법칙이 되는 이유는 그것이 생존과 번식을 위한 행위라는 것이다. 사자와 호랑이 같은 자연 생태계의 강자는 배부르면 더는 속임수를 사용하지 않는다. 그러나 인간 세상의 많은 속임수는 단순한 생존의 수단이 아닌 가진 자가 더 가지기 위한 수단으로 활용한다는 것이다. 이것이 동물과 인간의 차이이다.

19대 국회에서 그 직을 잃은 국회의원은 지난달 27일 정치자금법 위반으로 의원직을 상실한 조현룡 새누리당 의원까지 총 22명이다. 역대 가장 많은 의원이 임기 중에 직을 잃었다. 그 면모를 보면 대부분 가진 것을 지키거나 더 많이 가지기 위한 속임수가 발각되어서 직을 잃었다. 이러한 일을 볼 때마다 인간의 진화는 자연 생태계의 진화와는 역행하는 듯하다. 자연 생태계의 동식물은 생존을 위해 자신의 강점을 더욱 강화하면서 진화하지만, 인간은 자연 생태계의 약자가 주로 사용하는 속임수를 가진 자가 더 많이 사용하는 방향으로 진화하고 있으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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