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교통대학교 행정학과

아이 셋을 기르는 한 어머니는 온종일 아이들이 어질러 놓은 것을 치우고, 어질러 놓은 것 정리하라고 아이들과 싸우는 자신의 행동을 바꾸었다고 한다. 온종일 아이들과 싸우지 않으려면 아이들이 장난감을 가지고 놀지 못하게 하면 되는 것이 아닌가?

그러나 그것은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치우는 것을 중단하니 아이들은 잔소리를 듣지 않아서 좋고, 자신도 자기의 시간을 가질 수 있게 되었다고 한다. 그리고 마음껏 장난감을 가지고 놀던 아이들은 창의적으로 자라서 지금은 남부럽지 않은 생활을 한다고 한다.

진정한 여행가는 해외여행을 갈 때 짐을 싸지 않고 짐을 버리는 일을 한다고 한다. 반면에 보통 사람은 해외여행을 준비할 때 평소에는 사용하지도 않는 것까지도 짐을 싸서 비행기에 실을 수 있는 최대한의 중량을 채운다. 그 결과 짐에 치여서 여행을 더욱 피곤하게 만들게 된다.

오늘날 지식 정보화 사회에서 가장 중요한 능력은 인터넷에서 불필요한 정보나 데이터를 버리는 능력이다.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는 정보량만큼 정보의 질도 늘어나지는 않는다. 오히려 정보량이 늘수록 정보를 탐색하는 속도는 줄어들고, 필요한 정보를 선택하는 데 더 많은 시간을 가져야 한다. 오늘날 진정한 정보 탐색 능력은 정보를 버리는 능력이라고 할 수 있다.

우리는 많이 가지면 가질수록 가지는 비용을 내야 한다. 합리적인 의사결정을 위해서는 의사결정 비용을 줄이는 것이 필요하듯이 무엇인가를 합리적으로 가지기 위해서는 가지는 비용을 생각하여야 한다.

물건이 싸다고 당장 필요하지도 않은 것을 사들여 냉장고에 넣는다면 마음은 풍족할지 모르지만, 냉장고를 하나 더 구매해야 하고 전기세를 더 많이 부담해야 하는 것이 세상 이치이다.

인간 세상에서 자기 것이 남보다 더 많다고 생각하는 사람은 없다. 이러한 심리는 많이 가진 사람일수록 크다고 한다. 이에 자기 것을 버리는 사람은 거의 없다. 자기가 더 적게 가지고 있다고 생각하니 더 많이 가지려고 하고 주기보다는 가진 것을 빼기지 않으려 한다.

세상일의 80%는 협상이라고 한다. 그 협상이 안 되어 사회는 항상 시끄럽고 그것을 보는 사람들은 답답해한다. 협상이 안되는 첫 번째 이유는 자기 것을 버리지 못하기 때문이다. 특히 다른 것은 모두 주어도 이것만은 안된다. 이것만은 버릴 수 없다고 결정하고 협상 테이블에 앉으니 협상이 안된다. 지금 법을 만든 국회가 법을 어겨가면서 끌고 있는 선거구 획정 문제를 보면, 대법원의 결정은 양당의 손실을 감수하도록 하는 결정인데, 여야는 자기 밥그릇은 꽁꽁 감추고 남의 밥에 숟가락을 놓겠다고 한다.

정권을 쟁취하고 권력을 더 가지고자 하는 것이 정치의 속성인 데 여기에 대고 가진 것을 버리라고 하는 것이 바보처럼 들릴지 모르지만 진정한 전략은 주고받는 것이고, 버리고 얻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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