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 충북 음성군 삼성면 천평리~대소면 삼호교

▲ 미호천과 금왕읍 도청리에서 흘러 내려온 도청천이 만나는 쌍개울 합수부다. 사진 오른쪽 물줄기가 도청천, 왼쪽이 미호천으로 두 물줄기가 합류해 좀 더 큰 물줄기를 형성해 대소면 삼호리 방면으로 흐른다.

중소 공장 증가함에도 하천 정화엔 무관심

외래 식물 유입 등 하천 식물 생태계 교란도

 

충북 음성군 삼성면 모래내 장터를 지나 선정리 방향으로 흐르는 미호천은 천평리에서 금왕읍 도청리를 따라 흘러 내려온 도청천과 합류한다. 지난 7월 27일 답사한 구간은 천평리에서 약 5km하류인 삼호교까지다. 삼성면 선정리에서 천평리로 향하는 동안은 미호천의 좌안(左岸)으로 걸었지만 천평리에서는 방향을 바꿔 우안(우측 제방)으로 걸어야 한다. 좌안으로 계속 걸어갈 경우 도청천을 따라 상류로 걷게 된다. 우리 일행은 도청천과 합류하는 합수부에서 되돌아 나와 천평 3교를 건너 우안으로 걷기 시작했다.

미호천의 두 번째 지류인 도청천과 만나는 천평리는 행정 구역상 3개의 리로 이루어져 있을 만큼 면적이 넓은 들을 형성하고 있다. 천평리는 본래 충주군 천기면에 포함됐던 지역으로 조선시대 문헌자료인 ‘여지도서’(1760년)에서 천평리라는 지명이 등장한다. ‘여지도서’ 충원현 방리조 천기음면(川岐音面)에 천곡(泉谷)찬곡)리와 법평(法坪)리라 기록돼 있는데 이곳이 현재의 천평(泉坪리)리 지역이라 볼 수 있다.

이후 천평리는 고종 광무 10년에 음성군에 편입되었고 1914년 행정구역 폐합에 따라 박성리, 천곡리, 표산리, 법평리의 각각 일부와 대조곡면(현재 대소면) 태치리의 일부와 사다산면(현재 대소면)의 신목리 일부를 병합하고 천곡리의 천(泉)자와 법평리의 평(坪)자를 따서 천평리라 하고 삼성면에 편입되었다.

이처럼 여러 마을에서 편입돼 넓은 들을 형성하고 있는 천평리는 삼성면 소재지에서 남으로 8km지점에 있으며 동쪽으로는 본대리, 북쪽으로는 선정리, 서쪽으로는 태생리와 접하고 있다. 천평리는 벙것들(천평1리), 새눈이(천평2리), 박알미(천평 3리) 라고 불리는 자연마을지명이 남아 있다.

천평리를 지나는 미호천의 좌안과 도청천의 우안 사이 넓은 들을 벙것들이라 한다. 벙것들마을은 처음 생겼을 때 번개가 많이 친다하여 번갯들이라 했는데 마을사람들이 번개에 맞아 죽게 돼 벙것들로 바꾸어 부른다고 한다. 벙것들마을에는 마을 안에 작은 내가 흐른다 하녀 소천곡이라는 자연마을이 있고 옛날에 보가 있었다는 남상골, 안씨성을 가진 사람들이 와서 살았는 안터, 물이 땅에서 저절로 솟아나서 붙여졌다는 물앙골, 물앙골 서쪽에 있는 들로 수핑이라는 부자가 살았다 해서 수핑이골 등의 지명이 남아 있다. 또 벙것들 아래 도청천과 미호천이 만나는 지점을 쌍개울이라 했으며 벙것들 길 옆으로 전나무가 많았다 해서 전나무거리라 부르고 벙것들과 박알미 사이에 있는 고개를 비녕고개라 불렀다.

천평2리인 새눈이 마을은 마을이 새로 생겼다 해서 새눈이 마을이고 벙것들 동쪽에 위치해 있다. 새눈이 마을은 새눈이 마을 앞에 있는 구레라 해서 앞구레, 뒤에 있는 뒷구레가 있으며 앞구레를 중심으로 양짓말, 음짓말, 도란말로 분리된다. 앞구레 남쪽에 있는 골짜기로 옻샘이 있고 가마가 많이 들어 왔다는 감저골, 전주이씨들이 터를 잡고 살았으며 왕족이 능을 써 능안이라는 마을 등이 있다. 또 새눈이 마을 동쪽 방초골 옆의 골짜기로 사람이 죽으면 그곳에 묻기 위해 가는 골짜기라 하며 가는골이라 불렸는데 현재 공동묘지가 있다.

천평3리인 박알미 마을은 벙것들 북쪽에 있는 마을로 일제강점기 3.1운동 때 주민 수백 명이 모여 만세를 부른 곳이다. 박알미에는 서쪽방향으로 벼락방죽이 있으며 박알미 북서쪽에 서낭당 고개가 있고 서쪽 들을 담너머들이라 불렀고 남쪽 냇가에 물레방앗간이 있어 물방아거리들이라 부른 자연지명이 있다.  

천평3교에서 미호천 우안을 따라 걸어가면 삼성면이 끝나고 대소면과 이어진다. 대소면 삼호리로 가는 길에는 대소면소재지가 접해 있다. 대소면의 경우 삼성면에 비해 인구도 적고 열악했지만 최근 평택제천고속도로가 개통되고 중부고속도로와 교차하는 대소JC가 생기면서 급속도로 발전하고 있는 지역이다. 교통의 발달이 지역의 발전과 연계되는 모습을 볼 수 있는 곳이다.

음성군 삼성면과 같이 대소면도 중소공장들이 많이 들어서 있는 편이다. 공장의 유입에 비례해 하천정화나 수질 오염에 대한 관심은 부족하다. 삼성면과 함께 미호천의 오염이 가장 심각한 구간이다.

삼성면에서 태어나 미호천 근처 대소면에서 사업을 하고 있는 주민 이협구씨(56)는 물이 오염되기 전의 미호천을 이렇게 회상하고 있다.

“우리가 어렸을 때는 얼개미 하나만 갖고 하천으로 나가면 하루 종일 고기를 잡으며 놀 수 있었죠. 뱀장어부터 보리새우, 게도 있었고. 그 당시에는 물막이 보가 나무로 돼 있어 수영할 수 있을 만큼 물이 깨끗했고 보 근처에 고기도 많았죠. 하천 둑에 소를 끌고 가면 소가 풀을 다 뜯어 먹으니 제방에 풀이 클 새가 없었죠. 그야말로 자연과 사람이 공생하던 시절이었습니다. 경지정리하면서 구불구불하던 하천이 달라졌죠. 농법이 발전해 제초제 같은 농약을 사용하고 사람보다는 기계가 논으로 드나드니 기름에 매연에. 소득은 늘었지만 하천이 오염되는 것은 당연하죠. 경지나 하천에 손을 대니 당연히 외국 해충도 들어오고 외래종이 우리 토종 식물들을 망가트리게 됐죠. 칡넝쿨과 같은 종은 산에 있어야 하는데 지금 하천에 널려 있습니다. 하천식물 생태계가 교란을 일으켰다고 볼 수 있죠.”

실제 음성군 미호천 변에는 외래종인 미국가막살이가 기존의 토종식물들을 잠식하고 있었고 환삼넝쿨과 칡넝쿨 등이 하천을 덥고 있어 물가로 접근하기가 어려울 정도다.

주민 이 씨는 “기왕에 정부가 소득증대를 위해 하천에 손을 댔으니 앞으로라도 하천이 제 모습을 찾아갈 수 있도록 잘 관리 해주었으면 좋겠다”며 “칡넝쿨과 같은 식물이 하천에 자라지 않고 산으로 갈수 있도록 한다든가, 물이 오염되는 것을 예방할 수 있는 조치를 취해준다든가. 공공인력을 동원해서라도 주기적으로 소가 먹던 풀을 정리해 준다든가하는 자치단체의 관심과 관리가 필요하다. 정겹던 옛 하천의 모습은 되찾을 수 없어도 물고기가 살고 있어 여름에 발이라도 담글 수 있는 하천이면 좋겠다”고 말했다.

천평리 쌍개울에서 도청천과 만난 미호천은 좀 더 큰 물줄기를 형성하면서 대소면 태생리를 거쳐 오산교 아래로 흐른다. 답사 전날 비가내린 탓에 물이 많아진 미호천에는 중간에 신기하게도 물 밖으로 드러난 모래톱을 볼 수 있었다. 주민 이 씨의 증언대로 이 일대 미호천에 모래가 많았음을 증명해주는 일이다.

 /김정애기자(취재지원 미호천 지킴이 전숙자·임한빈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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