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류역사에서 젓가락 사용연대를 추측할 수 있는 가장 오래된 근거는 중국 최고(最古)의 역사적 왕조인 은나라(기원전 1600년부터 1046년까지) 유물이다. 중국 하남성 안영현 은나라 유적지에서 갑골문자와 함께 발견된 것이다. 음식이나 그 밖의 다른 물건을 집는 기구로 쓰인 젓가락은 역사적인 기록만으로 보면 무려 3천년 이상 그 형태를 유지하며 사용해온 ‘문화’다.

젓가락은 가늘고 길이가 같은 두 개의 쇠붙이나 나무로 만들어진 것이며, 숟가락과 더불어 한 벌을 이루어 수저라고도 한다. 젓가락은 주로 한·중·일을 비롯한 동양권에서 사용되지만 나라마다 조금씩 차이를 보인다. 중국의 경우는 덜어먹는 문화가 발달돼 대나무 등으로 만들어져 긴 편이며 일본은 주로 생선가시를 발라먹기 위해 가늘고 뾰족하다. 우리나라는 국과 함께 밥을 먹는 문화 때문에 숟가락과 함께 짝을 이루는 젓가락도 금속으로 만드는 것이 보편적이다. 우리나라에서는 공주 무령왕릉에서 출토된 것이 가장 오래된 젓가락이다.

충북 청주시가 11일 ‘젓가락 페스티벌’을 개막했다. 다음달 17일까지 청주시 일원에서 개최되는 축제는 이어령 동아시아문화도시 명예위원장의 제안으로 기획돼 생명의 비밀을 간직한 젓가락 문화를 세계에 알리는 역할을 한다는 목적으로 개최되고 있다.

이 명예위원장은 “젓가락은 더 발전시킬 수도, 퇴화할 수도 없는 궁극의 디자인이며 음식을 만든 사람과 먹는 사람을 이어주는 매개체로써 소통의 수단이 되기도 한다. 청주를 젓가락 문화의 발산지로 삼아 세계에 한국의 젓가락 문화를 알려야 하며 더 나아가 젓가락에 IT칩을 넣어 빅 데이터 수집이 가능한 ICT젓가락 등 미래 젓가락의 모습을 유추해 볼 수 있다. 한·중·일 세 나라의 젓가락은 서로 다른 모습이지만, 젓가락을 사용하고 전승해온 아시아 문화적 공동체의 문화유전자, 밈(모방이 가능한 사회적 단위)은 같다. 오랜 세월 같은 모양을 유지해온 젓가락은 단순한 도구가 아닌 문화와 역사를 담고 있는 존재”라고 설명했다.

청주시는 이번 축제를 시작으로 협의회 형식의 동아시아 젓가락 문화공동체를 구성하고 학술회의 개최 등을 통해 젓가락 문화 연구 활동을 펴나간다는 방침이다. 젓가락의 기원은 물론이고 젓가락이 갖고 있는 문화적 가치, 미래 산업화 전략을 위한 과학적 근거를 제시하는 등 다양한 담론을 담아내는 축제의 장으로 만들겠다는 구상이다. 계획대로만 이루어진다면 청주시가 동아시아 문화의 중심지로 거듭날 수 있다. 젓가락은 충분한 문화콘텐츠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젓가락 축제가 성공하기 위해서는 한·중·일 삼국을 대표하는 문화 원형이자 생명문화의 상징으로서 동아시아 문화공동체가 갖고 있는 가치와 의미를 견고히 할 수 장기적인 전략을 짜임새 있게 마련해야 한다. 청주시 계획이 실현되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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