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 음성군 삼성면 일대 시멘트 제방과 보

▲ 충북 음성군 삼성면 무명교에서 천평리 구간에는 부분적으로 하천정비사업을 실시했으나 일부는 시멘트로, 일부는 돌로 제방을 쌓았다. 일부구간의 하천이 일직선으로 정비되고 시멘트로 제방을 쌓는 등 자연친화적이지 못한 방법이다. 하천정비에 있어 자연친화적인 일관성이 필요하다.

음성 삼성면 천평리서 미호천 두번째 지천 도청천과 만나

현장활동가 임한빈씨 “금강보다 소하천 오염 먼저 막아야”

일부구간 잔모래 드러나…일관성 있는 하천관리 정책 필요

 

독일역사에서 가장 실패한 정책 중 하나로 기록되고 있는 ‘라인강의 기적’이라는 사업이 있다. 알프스의 눈이 녹는 계절이면 강을 끼고 도는 주변마을이 종종 홍수 피해를 입었고 이를 막기위해 독일은 1813년 천문학적인 예산을 들여 라인강 개발사업을 시작했다. 무렵 60년간 진행된 이 사업은 구불구불한 강을 반듯하게 바로잡고 흙과 돌로 이뤄진 제방 둑을 시멘트로 쌓고 강폭을 대대적으로 줄여 나머지 하천부지는 농경지로 사용하도록 하는 사업이었다. 이 엄청난 사업으로 인해 독일경제가 좋아졌고 이를 두고 세계는 ‘라인강의 기적’을 이루었다고 극찬했다.

하지만 백년이 흐른 1985년경 독일은 ‘라인강의 기적’으로 인한 이득보다 훨씬 더 많은 손실을 안겨주고 있다는 점을 확인했다. 손실의 대표적인 사례는 강폭이 좁고 깊어지면서 주변지역의 지반 침하가 심각했고 이로 인해 강 주변의 생태계가 파괴되고 강물 오염이 심각해졌다. 이러한 강의 오염이 독일인들의 삶에 치명적인 독이 되고 있다고 단정했고, 그렇다면 더 늦기 전에 라인강의 모습을 되돌려 놓아야 한다고 결정한 것이다. 이후 독일은 라인강 습지생태연구소를 중심으로 라인강 되살리기 사업을 진행하고 있는데 개발 때보다 더 많은 예산을 들이고 있다.

일차적으로 범람 위험이 적은 지역을 골라 콘크리트 제방 둑을 끊어내고 강물을 주변부지로 흘러나가도록 했다. 그 다음 진행된 사업은 콘크리트 제방을 벗겨내고 돌과 흙으로 된 자연제방을 쌓고 과거에 구불구불한 강의 지형을 되돌리는 일을 진행했다. 이와 함께 강의 범람을 예방하기 위해 자연제방과 거리를 두고 개발사업 이전의 강폭 밖으로 2차 제방을 쌓아 홍수를 막았다. 독일은 과거 실패한 정책을 인정하고 미래에 발생할 더 큰 손실을 막기 위해 라인강의 물줄기를 복원하는 작업을 하고 있다. ‘라인강의 기적’을 통해 무분별하게 자연을 훼손한 일이 얼마나 어리석은 판단이었는지 좋은 교훈으로 삼고 있는 중이다.

하지만 이미 실패한 사례로 기록되고 있는 ‘라인강의 기적’을 우리나라가 그대로 벤치마킹하고 있다는 점은 난감한 일이다. 1982년에 시작해 4년간 진행된 한강 개발공사로 수많은 자연섬과 습지의 파괴로 인해 한강의 자연 생태계가 무너졌고 이어진 4대강 사업으로 금강, 섬진강 등 전국의 강이 몸살을 앓고 있는 중이다.

강물의 오염을 막기 위해서는 강물로 유입되는 하천이 맑아야 하고 하천이 맑으려면 하천으로 유입되는 소하천들이 깨끗해야 한다. 물을 깨끗하게 하는 결정적인 역할을 하는 것은 강물에 듬성듬성 존재하는 소와 여울과 섬과 같은 자연늪지다. 이것들을 없앤 것이 한강 개발사업이었고 4대강사업이다. 이미 4대강 사업으로 물줄기가 제 모습을 잃어가고 있는데다 각 지방하천들도 자연환경을 보존하기 위한 관리가 아닌, 편리에 의한 관리에 중점을 두고 있는 형국이다.

7월 20일께 답사한 충북 음성군 삼성면 모래내 장터에서 천평리 일부 구간에는 충북도가 제방복원 공사를 하고 있었다. 장마철을 앞두고 무너진 하천 둑을 복원하는 공사다. 하지만 지속된 가뭄으로 올해는 장마다운 장마가 없었고 이 구간이 오히려 물 부족을 겪고 있었다. 올해의 경우 가뭄으로 장마피해가 없었지만 해마다 그렇다고 볼 수 없기 때문에 제방이 무너졌다면 당연히 복원공사를 해야 한다. 중요한 것은 제방복원공사를 굳이 콘크리트로 해야 하는지는 심각하게 고려했어야 한다. 독일의 사례를 빌리지 않더라도 청주시 무심천 하상도로 등 이미 콘크리트 포장이나 콘크리트 제방 둑이 하천생태계를 파괴하고 궁극적으로 물을 오염시키는 주요 원인이 되고 있다는 것은 이미 잘 알려진 일이다.

금강유역환경청 등이 금강 물을 철저하게 관리한다 해도 금강으로 유입되는 미호천과 미호천으로 유입되는 소하천들이 이미 오염돼 있다면 금강을 대상으로 한 물 보호 노력이 의미 없는 일이라는 주장이 오랜 시간 하천에서 지킴이 활동을 해온 현장가들에 의해 제기되고 있다.

미호천지킴이 임한빈씨는 “수질관리에 절차가 잘못됐다. 금강의 물을 지키기 위해서는 금강으로 유입되는 무수한 소하천 오염을 먼저 막을 수 있는 방안을 찾아야 한다. 축사 폐수와 생활오수 등이 마을을 끼고 흐르는 소하천들을 오염시키고 이 오염된 물이 제대로 정화되지 않은 채 무분별하게 지방하천으로 유입되고 오염된 지방하천이 그대로 금강으로 흘러들어가고 있다. 그동안 관리 손길이 미치지 않았던 마을 단위의 가장 작은 소하천, 물의 시작점 오염을 예방하는 일에 더 많은 예산과 관심을 가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장기적으로 보았을 때 금강 본류와 같은 커다란 물줄기 보다 작은 소하천 오염을 막는 것이 급선무라는 점이다. 삼성면 덕정리 등 음성군 일부 지역에서 진행된 제방 둑 공사가 결국 미호천 상류를 오염시키고 멀리는 금강 물을 병들게 하는 주범이 되고 있는 것이다.

시멘트 콘크리트 제방 다음으로 문제가 되고 있는 것은 하천 흐름을 부분적으로 막고 있는 시멘트로 만들어진 보다. 이들 보는 음성군 미호천 일대에 수시로 조성돼 있는데 대부분 음성들녘에 농업용수를 공급하기 위해 설치된 것이다. 하지만 미호천 상류 음성군 일대에 설치된 보는 대부분 시멘트 보로서 친환경적이지 못한데다 하천오염을 부채질하고 있을뿐더러 물이 자연스럽게 흐르지 못해 극심한 가뭄에도 논에 물을 제공하지 못하고 있는 상태다. 보의 제 역할을 못하고 있는 셈이다.

가뭄으로 애를 태우고 있는 이 일대의 한 농부는 “논과 보가 있는 곳까지 거리가 멀어 보에 담겨 있는 물을 가져다 사용할 수가 없다. 막고 있는 보를 터주면 이 아래까지 물이 흐를 테고 그러면 우리 논에 물을 좀 가져다 쓸 수가 있는데 미호천 물은 늘 사용하는 논만 사용한다”고 불만을 토로했다. 날이 가물어 발생하는 일이지만 보에 담겨 있는 물이라도 자연스럽게 흐르도록 조절해준다면 좀 더 많은 논이 공평하게 미호천의 물을 사용할 수 있다는 것이다. 과거 옛 사람들이 쌓은 나무나 돌보를 없애고 시멘트 보로 대체해 발생하는 문제들이다.

이들 시멘트 보를 자연 돌보로의 교체가 필요하다. 음성군 삼성면 무명교에서 천평리 일대를 흐르는 미호천 변에 가뭄이 극심한데도 하천 물이 논으로 흘러가지 못하고 시멘트 보 안에 갇혀있어 심한 녹조로 몸살을 앓고 있는 상태다. 가뭄에도 일부 논에는 물이 있어 우렁이 자라고 있지만 물이 부족해 논바닥이 갈라지고 우렁이 말라 죽어가고 있는 논도 있다.

이 구간 하천의 모습도 다양하다. 일부구간은 시멘트로 제방 둑을 쌓았고 일부 구간은 돌로 둑을 쌓기도 했다. 일부 보 근처의 물은 심각하게 오염돼 있는 반면 일부 구간은 잔모래가 많아 하천을 되살릴 수 있다는 가능성이 엿보이기도 했다. 하천관리에 있어 일관성 있는 정책과 관리가 필요한 일이다.

시멘트로 만들어진 덕정로 길은 잘 포장돼 자전거와 자동차가 다닐 수 있도록 돼 있고 무명교를 거쳐 덕정교, 대성로와 선정로를 따라 가동교, 선정교, 천평3교로 이어진다. 이 구간의 미호천 주변으로는 상나무들과 어지기들, 미루들이 넓은 평야를 형성하고 있으며 금왕읍에서부터 흘러내려온 도청천이 천평리에서 미호천과 합류한다. 미호천이 대야천 다음 두 번째 지천과 교우하는 것으로 도청천과 합류한 미호천은 대소면 방향 천평교로 흐른다.

 김정애기자(취재지원 미호천 지킴이 전숙자·임한빈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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