류 경 희  <논설위원> 수필가

니콜로 마키아벨리는 그의 저서 군주론에서 정치는 도덕과 분리되며 정치권력을 획득하려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아야 하는데 그래서 일단 권력을 차지하게되면 나쁜 행위도 유효해 진다고 했다. 정치가에게 도덕성은 있을 수 없는 것이고 정치가가 되려면 도덕성은 있어서도 안 된다는 것이 마키아벨리즘의 핵심인 셈이다.

그러나 목적을 위해 수단을 가리지 않는 권모술수주의이며 정치인들에게 도덕적인 면죄부를 준 비열한 이론이라는 부정적인 평가를 받고 있는 마키아벨리즘을 뒤집어보면 그러한 이론을 편 마키아벨리만큼 솔직한 사상가가 없다는 생각이 든다.

진실 은폐… 권력 쟁취

정치의 본질과 권력을 쟁취하기 위해 포장된 더러운 인간의 속성을 적나라하게 드러낸 그의 이론이 작금의 혼탁한 정치현실에 기막히게 맞아떨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마키아벨리를 좀 더 우려먹어 보자.

군주론에서 설파한 정치인의 정의는 이익을 차지하기 위해 교활하게 살아가는 자들이다. 권력을 차지하기 위해서라면 신의를 태연히 배반하고 인간미는 접어야하며 종교나 양심에 반하는 행동을 함에 거리낌이 없어야 한다. 단, 비정하고 부도덕하되 그렇게 보이지 않도록 진실을 철저히 은폐하는 기술이 필요하다고 일렀다.

정치권력을 유지·강화하기 위해서는 여우와 같은 간사한 책략과 사자와 같은 무력을 사용할 필요가 있으며, 신의가 두텁고 종교심도 많으며 인격도 고결한 사람처럼 보여야 하지만 실제로는 그럴 필요가 없다는 것이다.

정치적 목적달성을 위해서라면 비 도덕성·비 종교성은 정당화된다는 그의 정치 이론을 21세기의 대한민국 정치가와 정치가 지망생들이 쌍수를 들어 환영하며 실천하고 있는 것을 안다면 지하의 마키아벨리가 흐뭇해서 다시 일어날 일이다.

지금 우리나라 상당수의 정치가들의 비리는 다양성의 측면에서 놀라움 그 자체다. 재산을 증식하기 위해 위장 전입과 땅 투기를 하고, 학력을 부풀리며, 자식의 군대를 면제받기 하기 위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다. 그뿐인가, 자신의 입지를 위해 종교도 태연히 하나의 수단이 되는데 “하느님 앞에서 어쩌구”를 쉽게 들먹이는 파렴치가 죄인지 조차 의식하지 못한다.

자신의 부도덕한 면을 은폐하고 미화하기 위해 거짓말과 변명을 서슴지 않는데 수세에 몰렸을 경우 내놓는 궁색한 이유가 하나같이 “자신은 모르는 일”인 점도 특이하다. 모르는 것이 없는 정도를 넘어 유권자들의 미래까지 책임져주겠다는 전지전능한 위인들의 변명이 고작 “안사람이 알아서 한 일이라 나는 모른다”거나 “우리 부모님이 그러라고 해서 한 일이지 내 의지가 아니었다”이니 한심을 넘어 한탄할 일이다.

도덕적 정치가 선출 기대

궁색한 변명을 그대로 믿는다면 대부분 불혹과 지천명을 넘어 이순에 이른 정치한다는 사람들의 처신이 팔순의 부모에게 일일이 보살핌을 받아야하고 부인에게는 집안의 소사까지 결정권을 뺏긴 처량한 신세라는 고백이니 과연 이런 부족한 이들에게 나라의 운명을 맡겨도 되는 건지 쓴웃음이 나올 뿐이다.

반(反)마키아벨리론을 쓴 프로이센의 대왕 프리드리히는 마키아벨리의 ‘군주론’은 정치가에게 악덕을 권하는 것이라고 비난하면서 정치가는 도덕을 존중해야 한다고 주장했으나 실제로 자신은 반도덕적 정치행위를 자행하고 있었다. 도덕성이 중요한 덕목이나 진실로 도덕적인 사람은 찾기 힘든 법이다. 그러나 나보다는 좀 더 도덕적인 사람이 나라를 경영했으면 하는 바람이 선거 때면 어김없이 간절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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