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혜숙 수필가

낙타와 함께 살아가는 사막의 유목민은 암낙타가 새끼를 낳는 것을 곁에서 애태우며 지켜본다. 새끼를 처음 낳는 낙타는 난산이다. 출산의 경험이 없는 어미 낙타는 초죽음이 되어서야 새끼를 낳았다. 탈진된 어미는 새끼 낙타 곁에 가지 못한다. 보다 못한 유목민이 새끼 낙타를 어미젖에 입을 대 주니 모성본능이 강한 짐승이지만 어미는 한사코 발길질이다. 어미의 보살핌 없이 초유도 못 먹은 채 며칠이 지나면 어렵게 얻은 새끼는 그냥 죽음을 맞이할 수밖에 없다.

몽고 민간요법으로 내려오는 것들 중에 말이나 낙타가 병으로 먹이를 먹지 않거나, 새끼를 거두지 않을 때, 치유의식으로 ‘마두금’이라 불리는 현악기 연주를 전문악사에게 부탁한다.

이 어미 낙타도 산후 우울증을 겪은 듯 ‘마두금’ 현의 소리에 천천히 반응을 하며 눈물을 뚝뚝 흘린다. 그리고 조용히 무릎을 일으켜 세우더니 새끼 곁으로 가 젖을 물린다. 현을 연주하는 악사와 낙타주인, TV 방송다큐를 보는 나도 경이로움과 감동으로 눈물을 흘린다. 낙타 뿐 아니라 인간의 마음도 치유되는 시간이다.

그때 처음 방송을 통해서 알게 된 것이 몽골의 신비한 악기‘마두금’이다.

동물들의 아픈 마음을 영성의 음악으로 다독이고 치유할 수 있다는 것을 그때 알았다. ‘마두금’은 우리나라 두 줄 현으로 이뤄진 해금과 비슷하다.

악기의 머리 부분에 말머리 조각으로 장식을 해서 ‘마두금’이라 명칭 한다. 두 현에서 나는 다양한 선율이 깊고 낮게 퍼진다.

또한 마두금의 선율에 맞춰 목에서 소리를 내는 몽골 노래인 ‘후미’도 독특하고 신비하다. 삶의 저 밑바닥에 가라앉아 있는 감성을 뒤 흔드는 유목민족들의 고달픈 삶의 애환이 담긴 영혼의 소리이다.

시라무룬 초원의 밤하늘 별무리에 일행들이 취해 있을 때, ‘하마 주’를 권하며 성대하게 여행객들을 초원으로 초대를 해 준 촌장은 세계 3대 맥주라는 청두의 맥주를 바구니에 담아 들고 곁으로 온다.

영어를 전혀 하지 못하는 촌장은 짧은 몇 마디 중국말을 한다. 그들은 여전히 중국 령에 있으면서도 특별자치구로 몽골말을 쓰고 있다. 순수하게 한국에서 온 여행객들에게 술을 대접하고 싶어서 기꺼운 마음에 온 것이다.

아직은 관광지의 야박한 때가 묻어 있지 않은 촌장을 보며 그도 여행객들을 상대로 몇 년 후엔 지금보단 훨씬 이재에 밝은 사람으로 변하게 될 것이다. 그러나 이방인의 눈에 비친 손님을 대하는 저 순박한 인정만은 쉽게 변하지 않았으면 싶다. 자본주의에 이미 깊게 빠진 여행객의 소박한 이기심이다.

촌장은 ‘마두금’ 연주자와 함께 우리 일행만을 위해 ‘마두금’ 선율에 ‘후미’를 불러 준다. 음악은 만국 공통어임에 틀림없다.

한국에서 지치고 힘들던 일들이 ‘마두금’ 연주와 노래에 모두 멀리 날아간다. 일행들은 뭐라 감정을 표현 하지 못한채 초원의 적요한 밤하늘 아래서 노래와 현의 선율에 흠뻑 빠진 채 치유의 시간을 가진다.

때때로 예기치 않게 우리 생 속으로 독특한 경험들이 선연한 자국을 남길 때가 있다. 이번 몽골 초원의 밤하늘 아래 울려 퍼진‘마두금’ 현의 가락들이 그렇다.

꿈꾸듯 영혼의 소리에 취했던 짧은 여행지의 추억들이다.

SNS 기사보내기
기사제보
저작권자 © 충청매일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