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교통대학교 행정학과

국가나 자치단체의 CI, BI, 로고, 슬로건, 캐릭터와 같은 브랜드와 이미지사업은 지역의 비전을 제시하는 주체성 확립 기능, 주민을 하나 되게 하는 통합과 협력의 기능, 지역의 특성을 부각하는 홍보 기능 등 중요한 소통의 수단이 된다.

그러나 우리나라의 공공기관의 브랜드 제정과정을 보면 브랜드가 통합과 화합이 아닌 갈등과 분열의 상징이 되고 있다.

최근 오랫동안 서울의 이미지로 사용하던 하이 서울을 대체하는 서울시 브랜드로 ‘I.SEOUL.U(아이.서울.유)’가 발표되자 반대 목소리가 높다. 통합 청주시는 로고와 관련하여 갈등이 깊다. 경찰청이 20일 창설 70주년을 맞아 10년 만에 교체하게 될 경찰 제복이 공개되자 한마디씩 한다. 브랜드와 이미지 사업이 갈등을 가져오는 데에는 사업이 정치적으로 추진되거나 추진과정이 민주적이고 참여적이지 못할 경우에 크게 된다.

공공디자인은 처음부터 대다수가 만족하는 경우는 거의 없다. 이는 모든 디자인이 사람에 따라서 서로 다른 선호를 보이기 때문이다. 디자인이 가지는 이러한 성격에 의하여 다른 사업보다도 공공부문의 브랜드나 이미지 사업은 더욱 참여적이고, 많은 사람의 의견을 듣는 노력이 함께하여야 한다.

그러나 우리나라의 공공디자인 사업은 사업 공고 →입찰→전문업체 디자인 개발→주민에게 제시→ 외부 홍보의 순서를 따른다. 이 과정에서 주민의 의견을 수렴한다고 선호도 조사를 하지만 대부분 형식에 그치는 경우가 많다. 이에 공공기관이 결정한 뒤에 주민에게 발표하고 받아들이라고 하니 갈등이 확대되는 것이다. 전형적인 동원형의 정책과정을 거치고 있다.

지역의 브랜드와 이미지가 정착하기까지는 10여 년 이상 걸린다. 정권이 바뀌었다고 다이나믹 코리아(Dynamic Korea)의 국가 통합 이미지가 사라지고, 시장이 바뀌었다고 시의 브랜드를 바꾸고, 슬로건을 바꾸는 한 CI, BI 사업이 추진하는 주체성을 확립과 주민통합의 기능을 확보할 수 없게 된다. 지역의 CI, BI 사업은 이들을 창의적으로 잘 만드는 것도 중요하지만 이를 효과적으로 활용하여 널리 알리는 것도 중요하다. 만들어 놓고 전임 대통령이 만들었기 때문에, 전임 시장이 만들었기 때문에 이용하지 않고 내버려둔다면 공공 디자인 사업은 항상 갈등과 분열의 사업이 될 수밖에 없을 것이다.

공공 디자인 사업이 성공하기 위해서는 지역의 특성을 브랜드화해야지 브랜드를 만들어서 지역을 이에 맞추고자 해서는 의미가 없다는 것이다. 또한 우리의 공공디자인은 대부분 다른 지역과 차별성을 가지지 못할 뿐만 아니라 한 지역에도 여러 개의 브랜드를 난립적으로 사용하고 있다. 공공디자인 전략이 성공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지역주민과 공공기관이 브랜드와 이미지를 자부심을 가지고 사랑하고 이용해야 한다. 이것은 유명 디자인 전문가의 디자인을 구매해서 사용한다고 만들어지는 것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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