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 규 홍 <논설위원>서원대 수학교육과 교수

여당 대표가 4·15 총선에서 60~70대 노인들은 투표할 필요가 없으므로 집에서 쉬라는 말을 했다가 곤욕을 치르고 있다.

언론에 알려진 여당 대표의 발언은 “60~70대는 무대에서 퇴장하실 분이니까 꼭 (우리나라의) 미래를 결정해 놓을 필요가 없으며, 미래는 20~30대가 맡으면 되므로 한 걸음만 더 나아가 생각해 보면 60~70대 이상은 투표하지 않아도 괜찮다. 그러므로 집에서 쉬셔도 된다”는 요지의 말이었다.

탄핵파문으로 야당이 여론의 역풍을 맞아 빈사상태가 된 즈음에 터져 나온 말이라 야당으로서는 호재이고, 여당의 상승을 달가워하지 않던 사람들에게는 모처럼 좋은 술안주 감을 얻은 격이 됐다.

폭로, 수구꼴통 행동 방식

탄핵 후폭풍의 반사 이익으로 상승하던 여당의 지지도가 정체 내지 하향곡선을 그리기 시작하는 것을 보면 정의장의 발언이 노년층의 심기를 크게 잘못 건드리긴 한 모양이다. 정동영 의장은 의술의 발달로 요즘의 60대는 예전의 40대와 맞먹고, 70대는 예전의 50대와 맞먹는다는 사실을 몰랐던 모양이다.

특히 60대의 사람들은 노인이라는 말을 듣기 싫어하는 것이 요즘의 경향인 데 여당 대표가 그런 말을 했으니 실수로 했건 무심코 심중의 말을 꺼낸 것이든 말을 잘못한 것만은 사실이다. 또 60~70대가 사회에서 밀려나 있는 것도 서러운데 집권여당의 대표가 앞으로 별 볼일이 없는 사람들이니 투표할 것도 없이 집에서 쉬고, 20~30대 젊은이들이 하는 것이나 보라는 투로 말했으니 그들이 화도 날만할 일이다.

탄핵 후폭풍으로 상승하는 여당의 지지도에 흥분돼 정 의장이 본의 아니게 실언을 한 것이라 할지라도 그것은 엎질러진 물이요 시위를 떠난 화살이 돼 버렸다. 이미 뱉어 버린 정 의장의 그 노인 폄훼 발언은 어쩌면 정동영이라는 한 정치인에게는 평생의 멍에가 될 수도 있는 실언인 것이다. 여당 대표의 발언뿐만 아니라 한참 열기를 뿜고 있는 정치권의 선거판을 보고 있노라면 개혁을 부르짖고 바꾸자는 사람들의 그 천박한 발상부터 먼저 개혁시켜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대표의 노인 폄훼 발언으로 지지도가 주춤하니까 건전한 유세보다는 폭로전으로 가는 여당선대위원장의 모습에서, 야당 대표 바람이 살아나니까 실미도에 가서 유족들을 앞세우고 야당 대표의 선친인 박 전 대통령을 거명하면서 실미도 진상 규명에 대하여 어떻게 해야 하는지 총선 전에 밝히라는 여당 원내대표의 모습에서, 많은 사람들이 느끼는 것은 아이들이 싸움하다가 세가 불리하면 상대 아이에게 손으로 ‘감자’를 먹이면서 온갖 욕설을 퍼붓는 모습과 너무 흡사하다는 것이다.

그야말로 천박한 발상이고 행동이다. 폭로는 여당 측이 말하는 소위 ‘수구꼴통’들의 행동 방식이기 때문에 개혁을 부르짖는 그들에게는 너무 어울리지 않아서 더욱 그렇다. 그렇다고 야당이 다 잘한다는 것은 아니다. 어차피 선거는 싸움이고, 그 싸움에서 이겨야 정권을 쥔 입장에서는 앞으로의 정치 일정이 순탄해질 것이고, 또 다시 정권을 창출할 기회를 거머쥘 수 있으니 선거 판에서 가릴 것도 없고 사생결단으로 나갈 수 밖에 없는 일이다.

그러나 한 가지 알아 둘 일은, 탄핵 반사 이익으로 상승하던 지지도도 여당 대표의 실언 하나로 분위기가 반전돼 민심이 여당에서 점차 빠져나가는 상황이 벌어지고 있는 것처럼 민심은 예측할 수 없는 바람과 같다는 사실이다. 그래서 이런 상황에서 벌이는 여당의 네거티브 선거 전략은 오히려 더 큰 네거티브 바람을 맞을 수도 있다는 것을 인식할 필요가 있다.

겸손해지는 모습 보여야

여당의 주장대로 시대가 바뀌고 있는데, 그들의 지지도가 좀 떨어진다고 초조해진 나머지 네거티브 전략을 쓰게 된다면 결국은 소탐대실(小貪大失)하는 어리석음만 노출시킬 것이기 때문이다.

“정동영씨처럼 좋은 학교 나오시고 크게 성공하신 분들이 별 볼일 없는 60~70대 노인들에게 가서 머리 조아리고 용서를 구하고 하는 그런 일이 이제 없었으면 좋겠다”라는 어느 인터넷 사이트에서 뜬 글에서 여당은 민심을 제대로 읽고 진심으로 겸손해지는 모습부터 보여야 한다.

그래야 그들의 소망대로 원내 1당이 될 수 있을 것이고, 야당은 야당대로 개헌 저지 의석을 얻을 수 있을 것이다. 지금 국민들은 정치권에 대해 더 이상 천박한 발상으로 세상을 천박하게 만들지 않기를 진심으로 바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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