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병연 전 청주예총 부회장

항저우까지는 청주에서 대한항공의 직항로가 개설되어 있어서 두 시간 정도면 도착할 수 있는 친근한 지역이다. 필자가 지금 생활하고 있는 곳은 ‘안지현’이라는 중국 저장성(浙江省)의 조그만 소도시로서, 항저우(杭州)에서 한 시간 남짓하면 도착할 수 있는 곳이다. 안지현이 소도시라고는 하지만 인구 50만을 육박하는 전원 생태도시로서 중국 중앙정부 차원의 농촌형 관광산업을 중점적으로 육성하는 곳이다. 이곳에는 대나무가 특히 많아서 우리나라의 대나무 고장인 담양군과는 자매결연을 통하여 상호교류가 있는 곳이라고 한다.

이곳에 와서 보니 중국은 역시 큰 대륙이라는 생각이 든다. ‘저장성’이라고 하지만 인구는 5천500만이요 면적도 남한과 비슷하다고 한다. 특히 이곳은 경제적으로 풍요로운 곳으로 유명하다. 중국 전체인구의 5%에 불과하지만 천만장자는 중국 전체 구성 비율이 15%에 달하는 풍요로운 지방이라고 한다. 세계최대의 전자상거래 업체인 ‘알리바바 닷컴’의 창시자인 ‘마윈’도 이곳 저장성 출신이라고 한다.

특히 이곳은 역사적으로도 2500년 전 춘추시대  오왕 부차(吳王 夫差)와 월왕 구천(越王 句踐)사이의 전쟁을 통하여 ‘와신상담(臥薪嘗膽:고초를 겪은 끝에  원수를 갚는다)’이라는 고사가 남겨진 유서 깊은 고장으로도 유명하다. 이곳에 와서 놀란 것은 국가의 권위를 존중해 주는 것이다. 특히 국가시책에 대하여는 국민들의 전폭적인 수용과 지지를 통하여 ‘21세기 문명국가 건설’을 향해 국론을 하나로 결집시켜 나가는 것이 부럽게 느껴졌다. 얼마 전 이곳 현청사와 체육공원에 가 보니 큰 글씨로 쓴 ‘슬로건’이 눈에 띈다. 그것은 ‘전민건신(全民健身) 국가전략(國家戰略)’이다.

필자가 근무하는 이곳 사립 고등학교도 400m 대형 운동장에는 ‘전민건신(全民健身) 이국이민(利國利民)’이라고 대형 글씨가 붙어 있다. ‘모든 국민이 건강한 것은 국가 전략이요, 전 국민이 건강하면 개인도 이롭고 국가도 이롭다’는 내용이다.

필자가 근무하는 고등학교와 같은 재단의 대학이 한 캠퍼스에 있는 관계로 운동장을 공동으로 사용하고 있다. 필자는 ‘이렇다 할 운동 시설도 없으면서 체육수업을 어떻게 하는가?’하고 눈 여겨 보았다. 결론은 ‘뛰는 것’이였다! 그런데 오늘은 놀라운 광경을 보았다. 여대생들이 여덟 명씩 800m를 뛰고 기록을 재는 것이었다. 그런데 모두들 있는 힘을 다해 뛰는 것이다. 우리 같으면 일반 여대생이 그렇게 뛰는 것은 상상도 못할 일이다.  언뜻 내 눈으로 보기에도 확실히 뛰는 속도가 빠르고 잘들 뛰고 있었다. 여덟명 가운데 한 둘은 뒤쳐져서 허우적거리는 여대생도 눈에 뜨였지만 포기하는 학생은 하나도 없었다. 끝까지 사력을 다해 꼴인 지점까지 뛰는 진지한 태도에 나는 감탄했다. 

“어쩌면 이렇게 여학생들이 잘 뛰느냐?”고 내가 물어보니, “고등학교 때 단련된 덕분이라!”고 한다.  “모든 국민이 몸이 건강하면, 나라에도 이롭고 개인에게도 이롭다!?” 문득 필자의 뇌리에 스쳐가는 글귀가 있다. 

“몸도 튼튼, 마음도 튼튼, 나라도 튼튼” 이는 우리나라 소년체전의 구호다. 70년대 소년체전이 시작되면서 제정된 구호인데 지금은 잘 모르는 것 같다. ‘몸도 튼튼, 마음도, 튼튼, 나라도 튼튼!’ ‘전민건신(全民健身) 국가전략(國家戰略)’ 어느 덧 세월이 흐르고 나이가 들었어도 이런 구호를 듣는 것만으로도 젊은 시절로 되돌아가는 느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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