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규 량 <청주과학대 노인보건복지과>krhan@cjnc.ac.kr

일주일 전 필자는 고래싸움에 새우등 터지는 사건을 맞이했다. 정계의 노인 폄훼 발언이 있던날, 노인대학 강의를 마치고 나오는데 남자 어르신이 할 얘기가 있다하더니 “누구 덕에 저희들이 잘 처먹고 잘 살고 있느냐”며 큰 소리로 화를 내고 있었다. 얘기를 다 듣고 난 후 어르신들 불편하게 해드려 죄송하다고 일단 머리 숙여 사죄했다.

흥분을 가라앉힌 후 왜 그것을 필자에게 항의하느냐고 조용히 물었다. 이 질문이 그만 화를 더 자초했다. “노인복지를 연구하는 교수가 그런 소릴 듣고도 가만히 있을 수가 있는가” 하는 것과 “우리 노인들 교육하기 이전에 그들을 교육하라”고 주장하는 것이었다. 필자를 매우 신뢰하는 노인대학 어르신이 보기에 노인을 위한 정책제안을 필자가 국회에 하면 먹힐 것이라 생각했던 모양이다.

노인 문제를 벼랑 끝에서 피부로 느끼는 필자는 현재 우리나라가 사회보장법 수준에서 가능할 만한 노인복지 정책은 무엇일까 늘 고민하며 산다. 그리고 노인복지를 전공하는 학생들과 머리 짜내며 노력하고 있다. 몇 해 전 수업 중, 퀴즈 시간에 획기적인 노인복지 정책과 관련한 아이디어를 내놓는 학생은 보너스 점수를 주겠다고 했더니 한 학생이 손을 들었다. 눈이 번쩍 띄었으나 그 답변은 황당무계했다. “교수님! 그건 간단해요. 고려장요! 고려장~” 하는 것이었다.

워낙 평소에 장난기와 유머로 튀는 학생이었기에 엉뚱한 소릴 하는 것으로 알고 모두 웃고 말았다. 그 바람에 다른 학생들도 장난기 섞인 발언들을 하여 20대 학생들의 노인을 보는 시각이 어떤지를 또 한번 실감하는 계기가 되기도 했었다.

그 이후 노인교육현장에서 이 실화를 예로 들며 강의하곤 했다. 노인인구의 폭증으로 노인문제가 심각해져 노인이 ‘사회적 고려장’을 당하지 않으려면 노후에도 자원봉사를 통해 여생을 사회에 환원하는 삶이 돼야 한다고 설득하게 됐다.

사실 현재의 노인들은 역사적으로 가장 불운한 청춘을 보냈고, 자식에게는 그 고생을 대물림하지 않으려고 무진장 애를 쓰며 살아왔다. 안 먹고, 안 쓰고, 안 버리고 절제하며 오로지 일만하며 살아온 세대이다. 그 덕에 젊은 세대가 편하게 잘 살고있는 것이다. 그렇기에 그들에게 계속해서 사회에 보탬이 되는 일을 계속해야 한다고 말하기보다는 오히려 ‘그동안 죽도록 고생만 했으니 이젠 편안히 쉬셔야 합니다’ 라고 해야 함이 마땅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노인이 현 사회에 보탬은 커녕 쓰임새 없이 부담만 된다하여 ‘사회적 고려장’ 망언을 한 것은 그것이야말로 고려장 감이다. 제 아비를 지고 간 고려장 지게를 제 자식이 지고 기다리고 서있다는 사실을 망각한 발언이다.

노인폄훼 발언은 그렇다치고 그 이후의 노인에 대한 선심성 선거공약이 남발하고 있어 또 한번 크게 다치지 않을까 걱정이다. 노인을 위한 숱한 공약이 선거 이후 공수표가 되어 지켜지지 않으면 이것이야말로 노인을 두 번 죽이는 일이다.

바이오 생명공학인 게놈프로젝트 등 인간 생명연장에 대한 연구는 진전돼 한 해 평균 인간수명은 6개월씩 연장되고 있다. 곧 인간수명 120을 바라보는 요즈음 그의 반 밖에 살지 않은 60대부터 사회적으로 천대받고 있으니 생명은 연장돼 무엇을 할 것인가. 인간으로 존중받지 못하는데 오래사는 것은 연구해서 뭣하나. 오래사는 것이 중요한게 아니라 어떻게 사느냐가 중요한 것이다. 

SNS 기사보내기
기사제보
저작권자 © 충청매일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