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라크 내전 상황이 심상치 않다. 제2의 베트남전 얘기도 나오고 있다.대한민국의 현재 상황이 다른 나라의 평화를 위해 몸바칠 만큼 안정적인가. ‘그렇다’라고 쉽게 대답하기 어렵다. 이라크가 미국과 전쟁중이라면 대한민국은 북한과 전투중이다. 총성은 들리지 않지만 반세기 동안 총부리를 서로 겨누고 있는 엄연한 현실이 있다.

화해무드가 조성된 것처럼 보이지만 긴장상태는 여전하다. 이라크는 미국과 전쟁으로 나라 곳곳이 황폐화됐다. 6·25전쟁의 상처는 여전히 대한민국 속에 남아 있다.

장병 3000여명의 파병을 약속한 우리에게 이라크 사태는 절대 남의 일이 아니다. 17대 총선전을 치르고 있는 정치권도 초미의 관심을 보이고 있다. 한나라당과 열린우리당은 추가파병 원칙을 고수하고 있다. 민주당과 민주노동당은 추가파병 전면 재검토를 주장하고 있다. 이라크 파병 문제는 또다시 수면 위로 떠오르며 얼마 남지 않은 17대 총선 정국의 최대 이슈가 되고 있다.

젊은 목숨이 담보돼 있다

대한민국의 현재 모습은 탄핵·총선정국이 혼재돼 있다. 돌발상황이 언제 일어날지 모르는 가변성도 내재돼 있다. ‘자이툰’부대의 이라크 파병지는 쿠르드족 자치구역인 북부 술라이마니야와 아르빌 중 한곳으로 결정될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이라크 사태는 미국의 기대와 상당히 다른 양상으로 악화되고 있다. 파병 시기와 부대 규모, 임무 등에 부분적인 변화가 불가피하다.

조건 변화에 대한 철저한 재점검이 급하다. 상황 변화를 인식하는 새로운 접근법 역시 필요하다. 우선 이라크 주둔 국군과 민간인들에 대한 안전대책에 만전을 기해야 한다. 또 추가파병이 이뤄질 쿠르드족 자치지역의 변수들을 철저히 파악해야 한다.

어찌됐든 얼마 안에 추가 파병부대인 자이툰 부대가 이라크 땅에 첫 발을 내딛게 된다. 국제사회에 한 공언인 만큼 지키지 않을 수 없다. 그렇다하더라도 신중해야 한다. 그리고 숙고된 결론을 도출해야 한다. 백번, 천번을 심사숙고 해도 넘칠 수 없다. 열사의 땅으로 떠나는 대한민국 젊은이들의 목숨이 달려 있기 때문이다. 철저한 준비가 선행되면 그만큼 위험은 줄어든다. 미국의 논리에 이끌려 가는 나약함을 보여선 국민에게 신뢰를 주기 어렵다.

이라크 파병을 정치논리로 이용해서도 안 된다. 그러면 정말 안 된다. 지금까지 그랬던 것처럼 정치권의 쟁패전(爭覇戰)은 국민 불신과 혼란만 양산할 뿐이다. 다시 한번 강조하지만 이라크 파병은 미래를 보증하는 젊은이들의 목숨을 담보로 하고 있다. 만일 이 문제를 당리당략으로 이용하는 정당이나 정치인이 있다면 척결(剔抉)해야 한다.

이라크 사태가 이 지경에 이른 것은 일차적으로 미국의 책임이다. 미국은 무력으로 사태를 수습하려 하고 있다. 미국은 이제라도 적과 친구를 나누는 편가르기식 점령정책을 버려야 한다. 유엔과 협력하라는 국제사회의 요구에도 귀 기울여야 한다. 미국은 여전히 이라크 내 미군병력 증강을 시사하고 있다.

하지만 미국의 강경책은 우리에게 우려로 다가온다. 강경책은 사태의 수습보다 악화를 부르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이라크 상황에 대한 종합적 재분석이 요구된다. 국제적 이해관계까지 걸려있는 파병 지역의 특성을 직시, 최악의 상황도 상정해 봐야 한다. 정부는 지금 시행 정책이 시의적절한 지 다시 한번 신중하게 따져봐야 할 시점에 서 있다.

국가적 약속 간단치 않다

이라크의 오늘은 1년 전 미군이 바그다드를 점령할 때와 너무 달라졌다. 지난 8일엔 한국인 목사 7명이 이라크 저항세력에 억류됐다가 풀려나는 불상사도 발생했다.

그러나 파병 철회는 어려워 보인다. 국가적 약속인 만큼 간단치 않다. 파병 약속이 주사위라면 던져진 것이나 진배없다. 문제는 대통령과 국회의원을 포함한 국민들의 자세다. 젊은이들이 열사의 땅에서 평화의 메시지를 전하고 돌아오는 그 날까지 뭔가 해내야 한다.

탄핵·총선 정국으로 갈기갈기 찢긴 민심을 하나로 만들고 추락한 경제를 회복시켜야 한다. 아름다운 사랑을 전하러 떠난 용사들의 무사귀환도 기원해야 한다. 부분이 모여 전체가 된다. 국민 1명, 1명은 빛나는 조연과 훌륭한 단역을 자처, 기꺼이 국가재건에 나서야 한다. 그리고 정부는 어려울수록 국민 앞에 정직하게 서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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