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관동 도서관평생학습 본부장

그리스 올림푸스 신전에 가면 시간의 신인 ‘크로노스’ 동상이 있는데, 벌거숭이 젊은이가 달려가는 모습으로, 발에는 날개가 달려있고, 오른손에는 날카로운 칼을 쥐고 있으며, 이마에는 곱슬곱슬한 머리카락이 늘어뜨려져 있지만 뒷머리는 민숭민숭한 대머리이다.

이를 본 시인 포세이디프는 이렇게 노래했다.

“시간은 쉼 없이 달려야 하니 발에 날개가 있고 시간은 창끝보다 날카롭기에 오른손에 칼을 잡았고 시간은 만나는 사람이 쉽게 잡을 수 있도록 앞이마에 머리칼이 있으나 시간이 지난 후에는 그 누구도 잡을 수 없도록 뒷머리가 없다”라고! 시간의 본질을 매우 정확하게 표현한 시(詩)다.

이번에 소개할 책도 시간을 주제로 한 재미있는 소설이다.

우리 지역 출신 작가인 김선영씨가 지은 ‘시간을 파는 상점’은 2011년 제1회 자음과 모음 청소년 문학상을 수상한 작품으로 ‘남들이 하지 않는 것, 하지 못하는 것, 그런 이야기들을 자신만의 이야기로 되새김질 한 다음 자기만의 색깔을 입힌 작가의 훌륭함이 돋보이는 소설로, 우리나라 청소년 문학을 한 단계 끌어올릴 수 있는 힘을 가지고 있다’는 심사위원들의 극찬을 받으며 만장일치로 수상의 영예를 거머쥔 작품이다.

그러니 이 짧은 수상 평만으로도 이 책을 읽어야 할 이유는 충분하지 않은가.

주인공 온조는 시간을 관장하는 크로노스라는 닉네임으로 인터넷 카페에 ‘시간을 파는 상점’을 오픈해 손님들의 어려운 일을 대신 해주며 자신의 시간을 판다.

그렇게 여러 의뢰인들의 다양한 문제들을 해결해주며 온조는 자연스레 물리적인 시간을 넘어선 의미 있는 카이로스의 시간을 깨닫게 된다.

이 작품은 철학적이고 관념적인 ‘시간’이라는 소재를 결코 어렵거나 부담스럽지 않게 추리적인 스토리 기법을 가미하여 읽는 이들로 하여금 단 숨에 읽어버리게 만드는 작품이다.

우리 인생의 한 땀, 한 땀을 구성하고 있는 것은 지금 이 순간에도 흘러가고 있는 우리의 시간들이다.

이렇듯 우리가 보낸 시간은 사라지는 것이 아니라 계속해서 존재한다는 얘기다.

그렇다면 우리가 해야 할 최선은 이 소중한 시간을 최대한 값지고 보람차게, 그리고 알차게 사용해야 하는 것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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