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지디제라티 연구소장

옛 사람들은 자연에 순응하며 살다보니 가을이 책읽기에 가장 좋은 계절이었다. 그러나 지금은 특정한 시기에 얽매이지 않는 좋은 독서 환경을 갖추고 있다.    

요즈음 정보통신 시대에 접어들면서 책을 멀리하고 스마트폰에 몰두하여 정서의 정형화를 만들고 있다고 해도 지나친 말이 아닐 것이다. 아이들도 책보다는 게임과 학원 교육에 치우쳐 지혜의 샘이 마르고 욕망만 키우는 것이 아닌지 자못 걱정이 앞선다.

중국의 역사학자이자 ‘사기’의 저자 사마천은 군주를 알려면 그가 쓰는 신하를 보면 알 수 있다고 했다. 그래서인지 조선시대 역대 임금님들은 책을 가까이 하여 ‘유교경전’과 ‘사기’ 등을 강독하면서 신하들의 직언(直言)을 수용하기도 했다. 조선의 르네상스라 할 수 있는 세종과 정조는 지나칠 정도로 책을 읽어 몸을 상하기도 하였다. 세종의 독서력은 한글 창제의 원천이 되었으며, 특히 영조는 김만중이 지은 ‘구운몽’은 3번씩이나 읽은 정도로 이 책은 기생에 이르기까지 조선의 각계 각층에 인기 있었던 베스트셀러였다.   

중국 혁명을 이끈 모택동은 “사흘 동안 책을 읽지 않으면 그와 공산주의 이론의 양대 산맥이었던 유소기(劉少奇)를 따라 갈 수 없다”고 말하자 유소기도 “하루라도 책을 놓으면 모택동에게 뒤쳐진다”라고 응수한 일화가 전한다. 특히 모택동은 중국의 고전인 ‘이십사사(二十四史)’에 직접 각주를 달아 91권으로 책을 발간하는가 하면 중국과 우리나라 역대 임금들이 강연에 사용되었던 ‘자치통감’을 읽으면서 혁명의식을 가다듬었다고 한다.  최근 시진핑 국가주석도 외국을 방문 할 때면 그 나라의 고전 등 유명한 책을 반드시 읽는다고 한다. 

백악관은 금년 여름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이번 휴가 때 가져간 6권의 책 목록을 공개했는데, 환경 인종 그리고 2차 대전의 아픔을 다룬 책이 주를 이뤘다고 했다.

우리나라 근대 대통령 중 김대중 대통령이 가장 독서를 많이 했고 그 분과 함께 민주화 운동을 하셨던 전직 대통령 한 분은 독서를 그다지 많이 하지 않았다고 세간에 전한다. 현 박근혜 대통령은 사멸되는 인문학의 부활을 위해 이 분야의 책을 주로 탐독하면서 국정에 도움이 되는 지혜를 찾아낸다고 한다. 최근 논쟁이 되고 있는 한국사 교과서 국정화 추진은 역사적 사실이 아닌 정치적 영역이 되어서는 안 되며, 후세에 부끄럽지 않은 정치인의 모습으로 남았으면 한다.   

역대 대통령들이 읽은 책이 발표되면 바로 베스트셀러화되기도 하는데 대통령들의 국정 철학과 의중을 알아내기 위해 한시적으로 수요가 폭발하기도 하나, 고전 작품은 영구히 스테디셀러화 된다. 금년 여름 박근혜 대통령이 여름휴가 기간에 읽었던 마음으로 공감했던  책 ‘한국인만 모르는 다른 대한민국’이 알려지자 하루에 한 두 권 밖에 팔리지 않았던 책이 졸지에 대통령 스터디 특수로 일약 베스트에 오른 적이 있다.     

대통령들이 읽었다고 해서 반드시 자기에 맞는 책이 아닐 수도 있다. 그러나 변화무쌍한 시대에 국정을 이끌어 나감에 있어 지혜의 산실이 되었던 이들의 책은 분명 양서일 수 있다. 시중에는 우리나라 역대 대통령들의 다양한 독서비법을 모은 ‘대통령의 독서법’ 이란 책이 나와 있다.

가을은 결실의 계절이다. 자신의 자양분을 책을 통해 얻는데, 이번 계절에는 국내외 외국 정상들이 즐겨 읽었던 책을 보면서 자신에게 맞는 독서법으로 지혜의 샘을 찾아 행복한 인생의 나침판이 되었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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