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주/한강문화복지회 이사장·부설 한강나루터 예술단 단장

▲ 노인 및 정신지체 장애인 병원 등을 정기적으로 찾아가 공연예술 봉사활동을 펼치고 있는 김영주 한강문화복지회 이사장(한강나루터예술단장)이 소외된 이웃과 아름다운 동행을 실천하고 있다. 오진영기자

노인 및 장애인 요양시설이나 노인전문병원 등에 입소해 있는 환자들은 정해진 시간에 약과 밥은 먹을 수 있지만 가족과 사회로부터 철저히 외면 받고 고립돼 있어 정서적인 빈곤과 고독감에 시달리고 있다. 정부나 자치단체는 이들 시설에 대해 물리적인 지원은 해주고 있지만 정서적인 행복을 주는 일에는 손길이 미치지 못하고 있다. 일종의 복지사각지대라 할 수 있다. 정부나 자치단체가 해야 할 일을 한 개인이 주도해 예술봉사단체를 꾸리고 행사를 기획하고 복지시설 현장에 나가 공연을 진두지휘하는 이가 있다. 복지사각지대에 놓인 시설입소자들에게 행복을 전달하는 파수꾼, 사단법인 한강문화복지회를 만들고 부설로 한강나루터예술단을 운영하는 김영주(60) 이사장이다.

(사)한강문화복지회 부설 한강예술단은 1994년에 창단돼 매달 10회 이상 정신질환 및 치매환자 시설, 말기 암환자병동 등을 찾아가 위문공연을 펼치고 있는 봉사단체다. 공연봉사뿐 아니라 혼자 사는 노인 말기암환자, 치매어르신, 정신질환자, 심장병 어린이 등 도움의 손길이 필요한 어려운 사람들을 돕기 위한 자선사업을 병행하고 있다. 이러한 활동이 인정돼 2010년에는 충북도지정전문예술법인단체가 됐다. 주요 행사 및 사업으로는 사랑나눔 실버가요제, 무의탁 어르신 자선공연, 직지사랑 효 큰잔치, 신나는 예술여행, 찾아가는 작은 음악회 등이 있다. 이들의 활동은 해마다 광범위해지고 있다. 그만큼 한강예술단을 필요로 하는 사람들이 많아지고 있는 셈이다. 올해는 문화관광부에서 지원하는 소외이웃을 찾아가는 공연사업에 선정돼 땅끝마을 해남에서 광주, 서울 등 전국 순회공연을 진행하고 있다.

“25년 전 김대성이라는 이름으로 밤업소에서 보컬로 활동하던 때 우연히 청주에서 봉사공연을 하게 됐습니다. 당시 그런 기회를 줬던 분이 ‘노래실력이 아까우니 좋은 일을 위해 써봐라’ 하셨죠. 그것이 계기가 돼 병원에서 외롭게 지내는 노인들을 위해 음악과 춤이라는 재능을 활용해 봉사해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됐죠. 공연은 혼자 할 수 없는 일이어서 주변 사람들에게 도움을 요청했고 많은 사람들이 흔쾌히 참여해 주었습니다. 한번 두 번 가다보니 노인들이 우리 예술단을 눈이 빠지게 기다리고 있다는 것을 알았고 그다음부터는 기다리는 것을 알기 때문에 안갈 수 없었습니다. 결국 공연을 정례화 했고 정식단체로 활동하게 된 거죠. 공연을 마치고 나면 너무나 행복했습니다. 환자들을 위한 공연이 아니라 우리들의 삶을 살찌우며 우리가 힐링을 받는 기분이 들곤 하죠.”

한강예술단은 노래, 무용, 사물놀이, 라틴댄스, 악기연주 등 다양한 분야 38명의 회원으로 구성돼 있다. 자원봉사다보니 운영에 도움을 주는 후원자들이 없으면 불가능하다. 물질적으로 기부해주는 사람들이 있는가 하면 청주지역에 살지 않지만 행사 때 공연에 참여해주는 재능기부자들이 있어 도움이 된다. 무형문화재인 강선자 무용단과 코미디언 남성남씨(작고), 가수 민지씨 등이 큰 힘이 됐다.

“충북도와 청주시 자치단체는 물론이고 한강예술단을 후원하는 지인들이 늘고 있습니다. 이분들의 도움이 없었다면 25년이라는 세월을 버텨내기 힘들었겠죠.”

어느새 노인을 위한 전문예술봉사단이라는 타이틀을 갖게 된 예술단은 처음에는 생업에 종사하는 와중에 시간을 쪼개 봉사현장을 찾아갔다면 이제는 예술단을 기다리는 사람이나 시설이 많아져 생업을 접고 전문적인 봉사단체가 될 수밖에 없었다. 열악한 공간이지만 연습실을 마련하고 25인승 버스를 타고 전국을 순회하며 공연봉사를 펼칠 만큼 명성이 자자해졌다. 이들의 보람은 정신지체인이나 노인들이 정기적으로 찾는 예술단을 손꼽아 기다리고 만나면 가족보다 더 반가워 한다는 점이다.

“한 장애인이 예술단 활동에 쓰라며 종이에 억 단위의 숫자를 적어 수표라고 건네주었을 때 가슴이 찡할 만큼 감동을 받았습니다. 실제 사용할 수 없는 수표지만 진정으로 예술단의 노고를 알아주는 사람의 마음이었기 때문에 잊지 못하는 일입니다.” 김 이사장의 목표는 경제적으로 어렵거나 가족이 있어도 가족들로부터 외면 받는 혼자 사는 노인들이 마지막 여생을 편안하고 행복하게 보낼 수 있는 노인요양원을 설립하는 일이다. 우리나라의 복지가 자녀가 있다는 이유로 지원 대상에서 제외되는 경우가 많지만 정작 자식들로부터 외면당하는 것이 노인문제의 현실이라는 것.

김 이사장은 “정부나 자치단체가 해야 할 일이지만 이처럼 완전한 복지사업이 정착되기에는 아직 멀었다. 복지의 누수가 발생하는 사각지대 사람들을 돕는 사업이 절실하다. 현재 가족들로부터 외면 받아 불우하게 살고 있는 노인들이 너무 많다. 후원자들을 중심으로 의기투합해 하루빨리 요양원건립을 이룰 계획”이라고 말했다.

요양원이 건립될 경우 충북도에 기증할 계획이라는 김 이사장은 사단법인 차원에서 기금을 축적해가며 후원자들을 모집하고 있다. “내년에는 요양원 건립 사업을 시작할 수 있도록 할 계획입니다. 한 개인의 통 큰 기부로 만들어지는 것보다 많은 사람들이 십시일반으로 세워져 공동체 개념의 요양원이 되기를 바랍니다. 자신들이 성금을 내 만든 공간에 자신들이 노후에 생활하는 공간이 되도록 하고 싶은 거죠. 개인소유가 아닌 충북도 공공의 자산으로 충북도민중 시설 입소가 필요한 절박한 사람들을 위한 삶의 보금자리로 만들어간다는 구상입니다.”

김 이사장의 하루 일과가 분주할 수밖에 없다. 공연 프로그램을 기획하고 회원들을 이끌고 현장에 나가야 하고 직접 노래를 부르고 사회를 봐야하며 외로운 노인들의 이야기를 들어줘야 하고 평소 식사가 부실한 어르신들을 위해 삼계탕과 같은 별식을 마련해주고 후원자들을 모집해 활동비를 마련해야하는 등 1인 다역을 하고 있는 중이다.

오랫동안 봉사활동을 하다 보니 자치단체의 지원금도 받게 되고 행사에 초대 됐을 때 참가비를 받기도 한다. 하지만 이러한 기금은 온전히 노인들을 위한 활동비로 다시 쓰여 진다. 예술단 운영은 회원들이 자발적으로 내는 회비로 운영되고 있지만 활동이 많아지면서 늘 예산은 부족하다. 회원들이 재능 나눔이라는 봉사정신을 기본으로 하고 있기 때문에 예술단의 명맥을 유지하고 있는 셈이다. 바람이 있다면 예술단원들이 언제든지 연습할 수 있는 공간이 있었으면 하는 것이다. 한 지인의 지원으로 지하실을 연습실로 사용해 왔지만 이마저도 곧 비워줘야 한다. 회원들이 모여 프로그램을 만들고 연습하고 녹음할 수 있는 공간이 절대적으로 필요한 실정이다.

자치단체 소유의 빈 공간을 빌려 사용할 수 있다면 유용할 것이라는 김 이사장은 “영리를 목적으로 한다면 공공시설을 사용할 수 없지만 한강나루터 예술단은 모든 회원들이 오직 노인과 장애인들의 행복과 힐링을 위해 무대를 만들어가고 있다. 정부가 해주지 못하는 일을 대신하고 있는 회원들이 연습이라도 맘껏 할 수 있도록 만들어 주고 싶다”고 말했다.

예술단을 이끌어가는 이사장으로서 책무이기도 하다.

한강예술단에 공연회원이 되기 위해서는 오디션은 필수다. 그만큼 전문적인 자격을 갖춘 회원들이 자신이 갖고 있는 재능을 무기삼아 활동하고 있다. 이들 회원들에 대해 김 이사장은 “봉사중독자”라는 표현을 쓴다는 것. “노인들이 아들 딸이 보고 싶어 울거나 하는 모습을 보면 가슴이 아파요. 노인문제를 남의 일로 생각하는 경향이 있는데, 아니잖아요. 우리 모두의 문제에요. 예술단원들이 상처받은 노인들 앞에서 재롱을 피우며 그들의 아픈 마음을 치유해주고 있는 거죠. 정부와 자치단체 차원에서 예술단체들이 활발하게 봉사할 수 있도록 제도적인 장치를 마련해줘야 합니다. 많은 사람들의 관심이 필요한 일이죠.”

예술단을 운영하며 궂은일을 직접 맡아하는 김 이사장은 장애인이나 노인을 돕는 일은 마음이나 지위를 다 내려놔야 가능한 일이라고 한다. 25년간 예술단을 이끌어가는 자신만의 지침이기도 하다.

“소외된 이웃을 돕는 일을 하며 대접받으려는 생각을 갖고 있다면 불가능하죠. 오랫동안 봉사 일을 하다 보니 모든 회원들이 봉사가 몸에 뱄어요. 길을 가다 차가 막히면 자발적으로 교통정리를 하기도 하죠. 이런 회원들이 있기 때문에 예술단이 제 역할을 할 수 있는 거죠.”

한강나루터가 전문 봉사예술단체로 명성을 얻기까지 김 이사장은 아무리 멀어도 봉사하러 가야 한다면 생업도 미룬 채 뛰어오는 회원들에게 공을 넘긴다.

하지만 누가 뭐래도 김 이사장의 솔선수범 리더십이 예술단을 이끌어가는 원동력이 되고 있다.

김 이사장은 이러한 공로가 인정돼 충북도지사 상과 청주시장 상을 여러 차례 수상했다. 그의 바람은 수상보다 한사람의 소외된 이웃을 더 찾아가 그들에게 위안이 되는 노래를 부르는 것이다.

“우리 사회의 행복지수가 높아져 봉사예술단이 필요 없는 그날까지 어른들의 아름다운 친구가 되고 싶습니다. 제가 행복해지는 일이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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