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명대 경영학과

10월 중반 가을 바람이 차갑다. 최근 일본인의 노벨상 수상 소식은 더욱 가슴을 차갑게 하고 있다. 오무라(大村智) 기타사토대(北里大)교수가 노벨 생리의학상을, 가지타(梶田隆章)도교대 교수가 물리상을 받았다. 우리에게 노벨상 수상은 정말 어려운 과제란 말인가? 노벨상은 온축(蘊蓄)의 결과물이고 기나긴 세월동안 한 분야에서 열정과 혼을 다한 이들이 차지하는 훈장이라고 할 수 있다.

우리 제조업이 처한 핵심적인 경쟁력의 위기는 고부가가치 핵심기술, 창의적 개념설계 역량의 부재에 있다고 할 수 있다. 핵심기술 역량이나 창의적 개념설계 역량들은 마음먹는다고 금방 확보되거나 돈이 있다고 쉽게 구매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오랜 시행착오를 거치며 시간을 들여 경험과 지식을 축적하고, 숙성시킬 수 있을 때 비로소 확보되는 역량이다.

그간 우리 산업은 그동안 눈부신 속도로 압축성장하면서, 경험을 축적하는 시간을 갖지 못했다. 한편에서는 한국적인 제조업 육성과 한국적인 비즈니스 모델(경영방식) 개발에 대하여 이야기 하였지만 이를 중요시 여긴 개인이나 조직은 없었다. 하나같이 한국의 사회시스템과 문화도 축적을 지향하기보다는 벤치마킹과 속성재배를 더 우대한 게 사실이다.

경기침체를 서서히 극복하면서 특유의 저력을 보여주고 있는 일본과 싼 인건비를 기반으로 하여 고부가가치 산업까지 넘보고 있는 중국에 끼어있는 우리는 어떻게 해야 할 것인가? 우리나라의 개인들, 기업, 정부와 학교 등 모든 집단이 힘을 합쳐 암묵적 기술을 창조적으로 축적해 사회시스템과 문화를 재설계해야 한다. 암묵지 기술이라 함은 학습과 경험을 통해 습득하고 체화되고 있는 언어나 문자로 표현하기 어려운, 겉으로 드러나지 않은 기술지식을 말한다. 이런 암묵지 기술은 다른 사람이나 기업이 짧은 시간에 쉽게 복제하거나 개발할 수 없다.

암묵지 기술이 개념설계 역량으로 나타나면 이것이 곧 고부가치 비즈니스 모델이 되는 것이다. 개인이나 조직이 암묵지 기술과 개념설계 역량을 갖추고 있다면 비즈니스 패러다임을 바꿔 게임체인저로 부상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를 맞이할 수 있다.

암묵지 기술은 갑자기 배양되는 것이 아니다. 암묵지 기술은 논문이나 교과서로는 배울 수 없는, 경험을 통해 축적된 무형의 지식과 노하우에서 비롯된다. 이는 우리 스스로 오랜 기간의 시행착오를 전제로 도전과 실패를 거듭하면서 축적하지 않고서는 얻을 수 없는 창조적 역량이다.

개인이나 국가 간의 경쟁력 차이는 암묵지 기술에 기반한 개념설계 역량에서 비롯된다. 여과없이 받아들인 서구의 지식은 우리 실정에 맞게 체화될 때 가치사슬의 원천이 된다. 그 모델이 한계에 부딪히면서 지금의 위기가 심화되고 있다고 할 수 있다. 이런 측면에서 보면 오늘날 우리 산업이 겪고 있는 경쟁력의 위기는 언젠가 한 번은 꼭 겪고 넘어갈 수밖에 없도록 예정되어 있던 관문이자 성장통인 셈이다. 현재의 위기를 돌파하고 우리 산업이 한 단계 더 도약하기 위한 해법은 긴 호흡으로 경험을 쌓아가기 위한 축적의 시간을 어떻게 벌 것인가에 달려 있다. 이제 추적과 모방 중심의 성장 체질에서 벗어나야 한다. 새롭게 문제를 정의하고 창의적인 방법으로 문제를 해결 할 수 있는 개념설계 역량을 갖추어야 한다.

SNS 기사보내기
기사제보
저작권자 © 충청매일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