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전 ‘잇고 또 더하라 ; The Making Process’

 ‘도구·유산·확장·공존’으로 4개 섹션 구성

12개국 46개팀 참여…공예의 변화상 담아

전통 도예에서 3D 프린팅까지 한자리에

 

전통과 현대를 넘어 공예의 미래를 엿보다.

섬세한 손길과 21세기 첨단 기술의 만남을 통해 공예의 미래를 체험해 볼 수 있는 2015 청주국제공예비엔날레의 ‘기획전’.

전통에서부터 현대까지 시대의 흐름과 변화에 민감하게 반응하며 변모해온 공예를 ‘제작과정’에 주목했다. 쓰임에서 출발한 공예 전통의 맥을 잇고 새로운 기술과 재료, 개념을 더함으로써 어떻게 공예가 변화해왔고, 변화해갈지를 보여준다.

전시는 12개국 46개팀의 작가와 단체가 참여해 4개의 섹션으로 구성된다.

먼저 공예에서 중요한 의미를 가지는 ‘도구’. 작품이 탄생되는 작업실은 작가의 작품제작 방식과 과정이 한눈에 보이는 공간으로, 그 곳에서 작가들은 자신의 도구를 사용해 작업을 진행한다. 작가 개개인이 오랜 시간 작업을 하며 쌓아온 자신만의 제작 방식과 과정에 의해 도구는 새로운 쓰임을 부여 받기도 하며 작가의 또 다른 손의 역할을 한다. 이번 전시에서는 작가들에 의해 매만져진 도구들에 주목하며 도구 자체의 조형적 아름다움을 강조했다.

두번째 섹션은 ‘유산’. 전통을 넘어 오늘날의 미감을 더해 창조적인 공예의 세계를 보여준다. 그림에서 출발한 도예가 노경조, 청자의 다양한 빛깔을 선보인 이은범, 불을 통해 나무와 소통하는 박홍구 작가 등과 한국의 전통 공예의 가치를 보여주는 한국나전칠기박물관, 한국자수박물관, 박을복자수박물관, 재단법인 예올, 서대식 컬렉터 등이 함께한다.

세번째 섹션은 ‘확장’. 공예의 현 모습을 진단하고 미래의 변화 모습을 살펴본다. 이를 위해 3D프린팅 기술, 워터젯 컷팅 기술, CNC 가공 등 현대적 기술을 작업 과정에 적극 사용해오며 전세계적으로 주목 받고 있는 작가들이 참여한다.

미국의 제프리 사미엔토는 워터젯 컷팅 기술을 이용해 제작한 유리작품을, 3D 프린터를 직접 제작해 사용하는 벨기에의 언폴드는 제작 과정에 관람객이 참여해 볼 수 있도록 체험의 기회를 마련했다. 또 3D프린팅 기술을 사용해 의상과 장신구를 만드는 미국의 너버스 시스템, 영국의 유명 모자디자이너 가브리엘라 리겐자 등도 눈여겨 볼만하다.

네번째 섹션은 ‘공존’. 공예가 현대미술과 디자인과의 만남을 보여준다. 조형성과 실용성의 사이를 줄타기하며 타 장르와의 공존을 통해 공예의 확장을 선보인다. 설치미술 작가로 활동하는 손몽주의 작업과 공예학과 교수이자 섬유작가인 일본의 히테키 기자키는 한 공간을 공유하며 같은 소재라 하더라도 바라보는 관점에 따라 어떻게 달리 해석이 될 수 있는지를 보여준다. 또 한국의 김종인, 유의정, 패브리커, 싱가포르의 토마스 청, 네덜란드의 보케 드 브리 등의 작품도 전시돼 있다.

전통공예의 유구한 역사에서 깊이, 젊은 디자이너와 공예가의 새로운 도전, 그들이 결합을 통해 발전하는 새로운 공예의 세계가 눈 앞에 펼쳐진다.

●한국나전칠기박물관

한국나전칠기박물관은 17세기부터 현대에 이르기까지 총 300여점의 한국 나전칠기 작품을 보유하고 있는 한국 유일의 나전칠기 전문 박물관으로 2014년 개관했다.

유럽의 내로라하는 패션 기업이나 공예인들이 협업을 원할정도로 독특하면서도 미적 수준도 높은 공예예술인 나전칠기공예. 이번 비엔날레에 출품한 작품들은 끊음질(조개껍데기를 다듬어 문양형으로 오려서 붙이는 기법)의 방법으로 정교함과 표면이 빛과 만나서 반짝이는 묘한 느낌을 안겨준다. 작은 것 하나가 이어지고 맞춰지면서 하나의 면이 되고 그것이 덩어리의 전체가 된다는 것은 극단의 경지에까지 가는 몰입과 집중을 보여준다. 특히 황삼용 장인과의 협업을 통해 탄생된 ‘조약돌’은 에폭시로 만든 조약돌 모양위에 옻칠을 한 후 끊음질 기법으로 0.4cm의 나전을 일일이 손으로 붙여 완성된 작품으로 빛과 만나 묘한 빛깔을 뿜어낸다. 한 작품당 3개월이 소요된다고 한다.

●이상협 작가

“어떻게 도자기 색깔이 저렇게 은빛이 날까?”

흙으로 빚어 만든다는 도자의 선입견을 깨는 이상협 작가의 작품은 ‘은 판’을 오로지 망치로 두들겨서 만든다. 금속을 망치로 두들기거나 프레스를 이용해 필요한 모양으로 만드는 가공법을 ‘단조’라고 한다.

연한 금속을 손으로 크게 둥글리고 고른면을 섬세하게 고르는 것은 극단적인 집중력을 요구한다. 기계를 사용하지 않고 오로지 망치질을 통해 작품을 완성한 이 작가는 작품을 할때마다 스스로의 한계에 도전한다고 고백한다. 이렇게 망치질로 완성된 작품은 아름다운 도자기의 형태를 띈다. 또 한국의 정서를 담기위해 ‘달항아리’ 형태를 택했다고 한다.

●이은범 작가

국내에서 청자작업을 가장 활발하게 하고 있는 이은범 작가. 이 작가는 다양한 청자색을 구현해낸다. 청자는 푸른색을 띄는 도자기라는 선입견을 깨듯 오랜 연구 끝에 찾아낸 방법으로 색감이 풍부한 청자를 완성하고 생활공간에 맞게 사용할 수 있는 것으로 색과 형태, 문양의 변화를 시도하고 있다. 청자의 다양한 색감을 보여주는 ‘청자의 변주’와 바닥에 에폭시를 깔고 나뭇잎 모양의 도자와 연꽃을 형상화한 도자들이 아름다운 연못을 형성하고 있다.

●가브리엘라 리겐자

세계 유명인 모자디자이너인 가브리엘라 리겐자는 2014년 3D 프린팅 모자 켈렉션을 세계 최초로 출시했다. 장인의 공예와 다지인의 인식을 미래와 과거로 확장시키는 톡특한 관점의 작업을 감상할 수 있다. 그는 손으로 만드는 일반적인 공예의 방법을 3D 프린터를 도구로 사용해 만든 작품을 만든다. 특히 현대적인 기법과 서양인 시각으로 재해석하고 재구성해 작품을 제작한다.

가브리엘라 리겐자가 비엔날레를 특별히 제작한 ‘갓’은 한국의 갓을 모티브로 우리나라의 현대 서정시를 대표하는 도종환 시인의 시 ‘흔들리며 피는 꽃’을 천공방식(구멍뚫기)으로 표면에 장식했다. 하늘에 매달려 있는 이 갓 옆에 조명을 이용해 바닥에는 도 시인의 시가 영어로 비춰지면서 포토존으로도 관람객들의 인기를 한 몸에 받고 있다.

●언폴드

영국의 언폴드는 ‘3D 프린트’ 기술과 새로운 표현기법을 시도해 공예와 과학기술의 융합된 결과물을 보여준다. 모니터에 컴퓨터 그래픽 프로그램 창이 뜨면 입체 형태가 돌아가고 손이 입체형을 만지면 형태가 변하면서 원하는 모양이 만들어진다. 만드는 과정 자체를 제작자가 보면서 하기 때문에 거의 진짜 도자기를 만드는 느낌을 주기도 한다. 이렇게 언폴드로 만들어진 것에 블루밍 기법으로 만들어진 유리 항아리를 채우면서 손 맛과 과학의 맛을 동시에 선사한다.

●너버스 시스템

너버스 시스템은 3D 프린팅 기법을 이용해 은이나 플라스틱 등 다양한 소재로 작품을 만들어내는 팀이다. 균사 구조를 모티브로 알고리즘이라는 수학 계산식을 이용해 철저한 과학적 계산을 통해 자연스러운 작품을 탄생시킨다. 드레스부터 목걸이, 반지까지 다양한 작품세계를 보여주고 있으며 사람이 착용도 가능하다고 한다.

●필 커튼스

손수 만드는 아날로그 기법으로 디지털적인 형태의 화병을 제작한다. 투명한 레진에 색 안료를 첨가해 다양한 색을 만들어 주재료로 사용한다. 얇고 딱딱한 플라스틱 시트에 패턴을 칼집내어 틀을 만든 후, 자신이 만든 수동식 기계에 그 틀을 꽂아 액체 레진을 부어 기계를 돌려 겉 표면을 굳히는 방법으로 병을 만든다. 필 커튼스는 작품 뿐만 아니라 작품을 만드는 기계까지 함께 전시하고 있다. 기계가 찍어낸 듯하지만 사람이 만든 디지털적인, 아날로그 감성과 디지털이 접목된 이색 작품이다.

●아닐라 퀘윰 아그하

라이트 박스를 통해 나오는 빛과 그림자는 빈 벽에 멋진 그림을 그린다. 라이트 박스가 작품인지 벽에 비추어진 그림자가 작품인지 모를 지경이다. 라이트 박스는 빛을 이용한 그림자의 환영을 가지고 있다.

프레임 패턴은 스페인의 알함브라궁전의 아라베스크 문양을 모티브로 레이저 컷팅 기술로 오려냈다. 파키스탄 출생으로 미국으로 건너가 문화적 충격을 많이 받은 작가는 나라에 대한 경계와 문화적 경계에 메시지를 던지는 작품을 완성했다. 가까이서 보면 경계가 모호하지만 멀리서 보면 경계가 뚜렷한 그림자를 통해 경계와 경계를 허문다.

●토마스 청

차가운 조명(형광조명)이 투명판을 투과해 흐르고 있는 토마스 청의 작품은 도자기를 굽는 가마를 재현했다. 도자기 가마 속에 붉게 타오르는 불꽃은 도자기를 만들기 위해 1천200도 이상 뜨겁게 타오르지만 작품 속의 도자기들은 아크릴 보드를 투과해서 흘러나오는 형광조명으로 꾕꽝 얼려질 것 같이 느껴진다. 이 작품에서 느껴지는 분위기는 사람마다 틀리겠지만 겹겹이 올려진 도자기의 형태와 그 밑에 설치된 유리판과 형광조명으로 통제되어 있는 공간의 느낌은 도시적인 차가움 또는 실험실의 진열대와 같은 느낌을 준다.

●이슬기

이슬기 작가는 한국의 속담을 재해석해 기하학적 무늬로 표현했다. 통영의 조성연 누비 장인과 협력해 이슬기 작가의 그림을 누비 기술로 작품을 제작했다. 6점의 작품들은 우리나라 속담을 상징한다. 등잔 밑이 어둡다. 송아지 엉덩이에 뿔난다. 낫 놓고 기역자도 모른다, 칼로 물베기 등 속담을 생각하면서 작품을 감상하면 좋을 것 같다.

●맹욱제

목재 위에 여러 모습의 쥐들이 살고 있다. 쥐들은 현실세계에서는 외면되고 해로운 동물로 낙인 찍힌 존재다. 하지만 자연을 중심으로 생각하면 필요한 생물이다. 맹 작가는 우리와 타 생명의 소중한 공존을 이야기한다. 또 쥐들은 인간세계의 소외된 이들을 뜻하기도 한다. 쥐들을 자세히 살펴보면 머리가 두 개 달린 쥐, 눈이 세개인 쥐 등 다양한 인간들이 공존하는 세계의 축소판이기도 하다.

●소피에타

소피에타는 2015 청주국제공예비엔날레 기획전을 위해 특별히 구성된 유리 프로젝트 팀이다. 정정훈, 박선민, 선종훈, 유벼리, 이태훈, 임민욱 등 6명의 유리 공예작가로 구성되어 있다. 이들은 모두 경기도 안산 대부도 유리섬박물관에서 작업하고 있으며 국내외에서 활발하게 활동중이다. 이번 비엔날레를 위해 제작한 ‘컨트롤 크리에이티브’는 유리공예의 블루밍 기법을 통해 만든 2천여개의 유리작품들이 ‘Ctrl+c’를 형상화하고 있다. ‘c’는 복사와 창조를 의미한다.

●보케 드 브리

보케 드 브리는 도자 보존 및 복원을 전공한 작가로 깨진 도자 파편을 이용해 새로운 작품을 탄생시키는 이색적인 제작과정과 결과물을 보여준다. 손상된 물건을 새롭게 보고 새로운 이야기를 부여하며 쓸모 없어진 도자 파편으로 새로운 아름다움을 만들어낸다. 특히 비엔날레를 위해 도예가 이은범 작가의 도자기 파편으로 만든 ‘남한 반도’ 지도 작품은 눈여겨 볼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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