류 경 희 <논설위원>수필가

‘아리랑’은 우리민요 중의 하나지만 단순히 흥얼거리며 지나칠 노래가 아니다. 오랜 세월 구전돼 온 한국의 대표적 민요이긴하나 어느 시대부터 발생했는지, 아리랑의 확실한 뜻은 무엇인지, 문헌으로 정리된 바 없는 이 노래는, 그러나 아리랑이란 단어 하나만으로도 모든 한민족을 하나되게 하는 뜨거운 상징성을 가지고 있다.

우리 민족이라면 누구나 한 소절쯤은 어렵지 않게 부를 수 있는 아리랑은 각 지방마다 다양한 색깔로 분포돼 있다. 지역의 이름을 앞에 붙여 진도아리랑, 밀양아리랑, 정선아리랑, 강원도아리랑, 상주아리랑 등의 아리랑이 애창되고 있는데 중국과 러시아, 미국 등지에서도 나름대로의 정서를 담은 아리랑이 있다고 하니 아리랑으로 묶여 있는 민족의 정서가 신기하기만 하다.

정당·대통령·국회 충고

본조(本調) 아리랑과 신(新) 아리랑은 보통 불려지는 아리랑과 같지만 지방에 따라 별조(別調)아리랑이 파생됐고 장단과 사설도 매우 다양하게 변형되긴 했으나 한민족이 있는 곳에는 지구촌 어디에라도 아리랑이 함께 따라가 있는 셈이다.

우리 민족의 멋과 얼이 담겨있는 아리랑의 선율과 가사는 아름답지만 굽이굽이 통한으로 점철돼 있다. 슬픔을 안으로 삭히며 인내하는 민족정서와 닮아 있어서 더욱 사랑 받고 있는 아리랑은 1990년 남북한이 단일팀 단가로 합의해 화합과 역사의 노래가 된 바 있으며 2001년에는 세계 유네스코가 ‘아리랑 상’(Arira ng Prize)을 제정해 세계무형문화유산으로 위상을 떨치기도 했다.

중언부언하지 않더라도 아리랑은 이의를 달 수 없는 우리 민족 최고의 노래임에 틀림이 없다.
시대와 상황에 따라 곡조와 가사를 바꿔 불렀던 묘미가 있어 이미 50여종의 별조와 6천여 수의 노래 말이 갈래를 친 아리랑이 최근 또 하나의 옷을 입었다.

통일운동단체 겨레 하나되기 운동연합이 ‘겨레아리랑’이란 노래를 만들었는데 아리랑 곡조에 맞춰 정치세태를 풍자하는가 하면 주요 정당과 대통령, 국회의원 등에게 충고하는 가사를 담고 있어 재미를 더해준다.  겨레아리랑이 정치풍자 곡이라 해도 민요인 아리랑이 기본이기에 “아리랑 아리랑 아라리요”로 시작되고는 있지만 가사는 풍자 일색이다.

1절의 가사는 “국민 여러분 싸우지 맙시다 미워만 하면은 발병이 납니다/ 대통령이여 모두 사랑하세요 한쪽만 사랑하니 탈이 나지요/ 우리당이여 어른 공경하세요 부모가 있어야 자식도 있지요/ 민주당이여 분노를 사랑으로 용서와 사랑만이 희망입니다”라고 했다.

2절은 “한나라당이여 새롭게 되세요 불의한 과거를 몽땅 버리세요/ 국회의원들이여 싸우지 마세요 정당이 달라도 애국은 하나요/ 국민 여러분 욕만 하지 마세요 대통령도 국회의원도 내가 뽑았습니다/ 이리 가나 저리 가나 어지러운 사바세계 우리는 겨레 하나 사랑으로 이루세”라는 노랫말이 신선하다.

정의장 실언 예언 적중

대통령의 편파성과 국회의원들의 정쟁을 나무라고 있으며 민주당의 합심과 한나라당의 부패 청산, 국민들의 화합 등을 간곡하게 당부하고 있는데 그 중의 백미가 열린 우리당에 대한 당부다.

“우리당이여 어른 공경하세요 부모가 있어야 자식도 있지요”라는 1절 중반의 가사가 최근 정동영 열린 우리당 의장의 `‘60~70대’ 실언 파문과 딱 맞아떨어져 화제를 일으키고 있는 것이다.

가사 초안을 만든 송낙환 겨레하나되기 운동연합 회장은 정치를 둘러싸고 세대간, 이념간의 골이 더 깊게 패는 것 같아 화합을 다짐하는 노래를 만들었으며 각 당에게 가장 아쉬운 점을 하나씩 지적하는 과정에서 열린우리당에게는 젊은층에만 코드를 맞추지 말 것을 당부했는데 공교롭게도 정 의장의 실언을 예언이라도 한 셈이 됐다며 파안대소했다고 한다.   

우리 민족의 아리랑에 대한 애정은 혈육과도 같이 각별한 것이다. 아리랑의 어원이 무엇이며 그 의미가 어떻든 아리랑의 가락에 하나가 되는 것이 우리의 정서이기에 요즘 유행하는 겨레아리랑이 결코 예사롭지 않게 느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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