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경대 경영학과

우리 선조들은 지명을 지을 때 산천의 형상을 보고 만들었는데 자연적으로 부족한 것은 지명을 개명하여 지명비보(地名裨補)를 실시하였다. 따라서 땅의 성질과 모양을 지명을 보면 알 수 있다. 이와 관련하여 잠원동과 잠실마을이 생겨났고, 서울 우면산은 소가 잠자고 있는 모습으로 이 일대에 서초동, 염곡동, 내곡동 등 소와 관련된 동명의 마을이 생겨났다. 서울 흥인지문도 당초에는 흥인문이었는데 동대문 수구가 열려 있어 임진왜란 당시 쉽게 일본군이 진입하였다 하여 고종 때 흥인문을 흥인지문으로 개칭하였다. 이러한 노력들은 전국 여러 곳에서 볼 수 있는데 산천의 비보뿐만이 아니라 지명비보를 통하여 자연과 조화를 이루려고 노력 하였다.

신라시대에는 충주(忠州)를 중원경이라고 했는데 이곳이 나라의 중심이라고 하여 중앙탑을 세웠고 고려시대에는 가운데 중(中), 마음 심(心)자가 합해져 국가에 충성하는 의미를 담아 충주라고 하였다. 지형적으로도 충주는 남한강과 달천강이 흘러들고 강물이 감싸주는 호반도시이다. 도시 사방이 물로 감싸고 있어 부자들이 많이 배출될 수 있는 지형이다. 그런데 왜 부자가 나오지 않을까? 논의 끝에 충주에 생기를 공급해 주는 주산의 이름이 계족산(鷄足山)이기 때문에 지기(地氣)가 흩어져 그 방도를 찾기로 하였다.

계족산은 원래 오동나무가 많아 오동산(悟棟山) 또는 심항산(心項山)이라고 불렸는데 이곳에 지네가 많아 지네를 퇴치하고자 지네의 천적인 닭을 방사하면서 계족산(鷄足山)이라고 지명을 변경하였다. 그런데 계족산이 닭발의 형상이라 분산을 뜻해 부자가 나지 않는다고 하여 1958년 충주시에서 산 이름을 여명(黎明)을 알리는 계명산(鷄鳴山)으로 다시 개칭하였다.

계족산을 계명산으로 개칭한 후 1961년 충주에는 충주비료공장이 건설되었고 미국으로부터 외국인 기술자가 들어왔다. 이 때 충주고등학교에 다니던 반기문 학생은 교과서 내용으로 영어 리스닝 교재를 만들어보라는 영어선생님의 말씀을 듣고 한 미국인 부인의 협조를 얻어 영어수준을 높이게 되었다. 그 후 적십자사 청소년 미국연수 프로그램인 비스타(VISTA, Visit of International Student to America) 장학생 선발에 합격하여 케네디 대통령을 만나게 되었고 외교관의 꿈을 키워갔다. 반기문 총장이 유엔 사무총장이 되기까지는 수많은 노력이 있었겠지만 지명과 관련하여 살펴보니 충주비료공장이 세워지고 외국인 기술자가 들어왔으며 훌륭한 영어선생님이 부임했고, 열정적으로 공부에 집중하는 노력이 있었기에 장학생으로 선발되어 외교관의 꿈을 키워가는 계기가 되었다.

충청북도는 우리나라의 중심이다. 도명에도 가운데 중(中)과 마음 심(心)이 들어 있고 삼수변에 푸를 청(靑)자가 있어 중심역할을 해야 하고 나라의 희망이 되어야 한다. 또한 충성스러운 고장, 충절의 고장, 사통팔달의 편리한 교통망과 지역적 이점을 활용하여야 한다. 땅이 좁고 산악지대가 많아 인구가 적지만 자연적인 환경의 부족함을 비보(裨補)하고 보충하여 충청북도가 가지고 있는 잠재력을 발휘할 수 있도록 비보풍수가 이루어지면 좋겠다. 충주의 계명산 지명비보가 충주의 발전을 가져 왔고 세계적인 지도자를 탄생시키는 하나의 요인이 되었듯이 새롭게 지명을 정하거나 지명변경이 요구될시 자연과 조화되고 땅의 성질을 잘 나타낼 수 있는 지명이 만들어졌으면 좋겠다. 예를 들어 KTX호남선과 KTX경부선의 분기점이 오송에 생기면서 역명을 KTX 오송역으로 정하였는데 오송을 100만 도시 청주시의 관문역할로 기대한다면 KTX오송역을 KTX 청주역으로 바꾸면 어떨까 제안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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